[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약 9개월이 남아 있다. 그중 한국 대표팀이 밑그림을 그리는데 쓸 시간은 올해 3~4개월이다.

한국은 6일(한국시간) 월드컵 예선 최종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0-0 무승부를 거두며 A조 2위로 최종 예선을 마쳤다. 1986년 대회부터 시작해 월드컵 본선에 9회 연속 진출했다. 이 부문 역대 6위 기록이다. 막판 두 경기를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첫 번째 과제인 본선행에 성공했다.

본선은 내년 6월에 열린다. 약 9개월이 남은 것 같지만 여유가 없다. 올해 안에 대표팀 주요 일정을 치르며 한국이 나갈 길을 찾아둬야 한다. 내년에는 오히려 선수단을 소집할 기회가 부족하다.

10월 초와 11월 초에 각각 A매치 데이가 마련돼 있다. 본선 진출이 확정된 한국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나라들과 달리 두 달 연속 친선경기를 갖게 된다. 12월에는 일본에서 동아시안컵이 열린다. 세 달 연속으로 대표팀을 소집할 기회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전술적 틀이 잡힌 상태에서 올해 연말을 보내게 된다. 신 감독도 세 차례 소집 훈련을 통해 부랴부랴 팀의 큰 틀을 잡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일정이 10월이다. 유럽 원정이 계획돼 있다. 다른 대륙의 월드컵 예선을 피해 유럽 팀과 1경기, 아프리카 팀과 1경기를 각각 치르고 돌아올 계획이다. 한국이 플레이오프로 밀릴 수 있었기 때문에 대전 상대를 확정하진 않았지만 물색 작업은 이미 끝나 있다.

유럽파들을 대거 활용할 수 있고 강팀을 상대하게 되는 10월 일정이 핵심이다. 신 감독은 아시아 바깥의 A 대표팀과 경기한 경험이 적다. 선수들뿐 아니라 감독에게도 다른 대륙의 스타일을 만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최종예선에서 손흥민, 황희찬 등 유럽파 공격진의 경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들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전술과 환경을 고민할 기회다.

12월 동아시안컵은 국내파 등 한중일 3개국 구단 소속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다. 보통 동아시안컵은 예비 멤버 인재풀 확충을 위한 대회 정도로 인식돼 왔다. 동아시안컵에서 두각을 나타내도 월드컵 본선엔 가기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현재 대표팀 주전급 수비진 중 유럽파, 중동파가 거의 없다. 동아시안컵에서 본격적인 주전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중국의 센터백들과 일본의 골키퍼들을 대거 소집해 장기간 훈련할 좋은 기회다.

올해가 가기 전에 대표팀의 큰 얼개를 짜 놓아야 한다. 전례처럼 1월 전지훈련을 간다 해도 해외파가 빠진 반쪽짜리 훈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뉴 페이스’를 발굴하기엔 너무 촉박한 시점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의 김재성처럼 1월 전훈에서 두각을 나타내 월드컵 선발 출장까지 하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지만, 보통은 본선 엔트리에 한두 명이 드는 수준이다.

보통 국가대표 감독은 소집 기간이 아닐 때 여유 있게 자기 팀과 상대팀을 분석할 수 있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신 감독은 대표팀 감독 자리에 앉자마자 약 5개월 동안 쉼 없이 업무에 매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현명한 판단을 해 둬야 남은 시간 동안 시행 착오 없이 팀을 만들 수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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