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인턴기자= ‘대표팀이 어려울 때 베테랑 선수들이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 염기훈은 지난 달 21일 자신이 한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30분 남짓의 시간이었지만 피치 위에서 가장 빛난 건 염기훈이었다.

 

한국은 6일 새벽 0시(한국 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차전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 0-0으로 비기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성공했다. 경기력은 아쉬웠다. 한국은 전반전에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후반에 들어서야 한국의 경기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후반 18분 부상으로 빠진 권창훈을 대신해 염기훈이 들어가자 한국의 공격은 활기를 띄었다. 베테랑 염기훈은 후배들 사이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였다.

 

우즈벡은 후반 중반에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공격을 했다. 수비 사이 공간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교체 투입된 염기훈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염기훈은 투입되자 마자 왼쪽 측면에서 위협적인 크로스를 올렸다. 정확하고 예리한 크로스가 올라오자 우즈벡 수비진은 공을 확실하게 걷어내지 못했다. 흘러 나온 공은 한국의 슈팅으로 연결됐다.

 

염기훈은 왼쪽 측면에만 머물지 않고 중앙으로도 자주 들어왔다. 후반 69분에는 측면에서 공을 잡은 뒤 드리블로 상대를 제치고 측면으로 들어와 고요한에게 좋은 찬스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염기훈이 수비를 끌고 중앙으로 들어오며 생긴 빈 공간을 황희찬과 손흥민이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염기훈의 움직임에 따라 왼쪽 수비수로 나온 김민우도 공격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소속팀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두 선수는 우즈벡의 측면을 마음대로 휘저었다. 후반 85분 골대를 맞춘 이동국의 헤딩슛도 염기훈의 발끝에서 시작해 김민우를 거쳐 만들어졌다. 후반 중반에 교체 투입된 뒤 30분 남짓을 뛴 염기훈은 정확한 패스와 안정적인 드리블로 우즈벡을 수 차례 위협했다.

 

염기훈은 한동안 대표팀과 인연이 없는 선수였다. A매치 51경기에 출전했고, K리그에선 여전히 최고의 활약을 보이는 선수지만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보인 아쉬운 경기력에 관한 비난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남아공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대표팀에 여러 차례 소집됐지만 주연은 아니었다.

 

2015년 6월 16일 미얀마전을 끝으로 대표팀과 인연이 없던 염기훈은 2년여 만에 대표팀에 다시 들어왔다. 그는 오랜만에 뛴 A매치에서 존재감은 확실히 보였다. 베테랑의 가치를 증명하고 "무조건 월드컵에 진출하겠다"던 대표팀 소집 당시의 약속도 지켰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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