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은 겨우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손흥민의 활용법 등 한국이 답을 알지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시간이 충분하다.

6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위치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최종 10차전을 치른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0-0 무승부를 거뒀다. 조별리그 최종 순위 2위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이제 월드컵 본선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최종예선은 한국의 온갖 문제점이 까발려지는 과정이었다. 특히 절체절명의 막판 두 경기에서 크게 불거진 건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문제였다. 손흥민은 여전히 무득점이었을뿐 아니라 골에 근접한 장면 자체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공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았다.

손흥민은 2차 예선에서 빛났다. 라오스를 상대로 두 경기 5골, 미얀마를 상대로 1골을 넣으며 약체 상대로 화끈한 득점력을 보였다. 당시는 한국이 무실점 전승으로 2차 예선을 통과하며 한창 상승세였던 시기다. 그러나 팀의 상승세가 끝나자 손흥민의 상승세도 함께 끝났다. 손흥민의 최종 예선 득점은 지난해 10월 카타르전에서 넣은 결승골이 유일하다. 8경기 1골이다.

손흥민은 이란전에 이어 우즈벡전에서도 제 기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다. 경기 초반엔 왼쪽 윙, 나중엔 오른쪽 윙으로 이동해 뛰었다. 전반 내내 잠잠하던 손흥민은 전반 막판부터 눈에 띄기 시작해 후반전 여러 차례 슈팅 연결에 가담했으나 골과는 거리가 있었다.

손흥민의 경기력과 관련해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건 심리적인 문제다. 손흥민과 함께 뛰어 본 전 대표 선수들을 비롯해 축구인들은 “손흥민이 대표팀에 오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큰 것 같다. 좋은 마음에서 시작된 생각이지만 플레이를 나쁘게 만든다. 동료를 믿고 쉽게 해도 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다.

손흥민도 팀의 일원이다. 빠른 템포로 공을 처리하며 무난하게 호흡만 맞춰도 되는데, 굳이 단독 드리블을 해 가며 슛이나 킬 패스를 노리는 경향이 있다. 패스의 경우 손흥민의 강점도 아니다. 공을 끌다가 오히려 패스할 수 있는 경로가 막히는 상황도 나왔다.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선수 본인이 먼저 변할 필요도 있다. 소속팀에선 한정된 역할만 맡는 선수가 국가대표팀에서 더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짊어지며 에이스로 변하는 예는 많다. 2000년대 후반 한국이 대표적이다. 박지성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다른 선수들을 보좌하는 역할에 충실했지만 대표팀에 오면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카리스마를 보였다.

그러나 모든 선수가 정신적, 전술적으로 리더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손흥민이 토트넘보다 대표팀에서 더 고전하는 경향이 있다면 신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은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려줘야 한다.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많은 골을 넣는 상황이 어떤 건지 파악하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 손흥민은 기본적으로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양발을 자유자재로 써 골을 넣는 선수다. 또한 상대 풀백과 경기 내내 일대일 대결을 벌이라는 요구를 받아도 높은 확률로 돌파에 성공한 뒤 크로스, 슛으로 팀에 기여하곤 한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어떤 스타일의 윙어로 활약 중인지 비교, 분석해 대표팀이 참고할 만한 요소를 추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손흥민의 득점 패턴에 대한 탐구도 필요하다. 토트넘에서 해리 케인,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손흥민과 호흡을 맞춘다. 전세계를 통틀어 정상급의 기술과 호흡을 가진 삼인방이다. 한국 동료들이 같은 수준의 어시스트를 제공하는 건 무리다. 그러나 손흥민이 가장 신을 낼 수 있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만들어 준다면 골과 어시스트 모두 토트넘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공격 템포, 패스의 종류 등을 참고해 손흥민에게 투입할 수 있다.

한국은 빅 리그에서 네 시즌이나 두 자릿수 득점을 경험한 공격 자원을 갖고 있다. 그것도 최전방이 아니라 2선이라는 점에서 손흥민의 득점력은 가치가 더 크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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