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출발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준비를 잘 할 수 없다. ‘우리가 아시아에서 최고’라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자존심부터 버려야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한국은 한국시각으로 6일 0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0-0으로 비기며 본선행 티켓을 얻었다. 원정에서 다시 한 번 승리하지 못했지만 같은 시각에 이란이 시리아와 비기면서 조 2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자력 진출이 아니다. 이란과 중국에 빚을 졌다. 9차전에서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을 잡았기 때문에2위를 유지한 채 최종전을 할 수 있었다. 10차전에서는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이란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기에 플레이오프로 가는 수모를 당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로 갔다면 본선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컸다.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두 대회 연속으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 최종예선에서는 원정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5경기에서 2무 3패했고, 단 2골만 넣고 5골을 내줬다. 최종예선 도중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도 승리는 없었다. 신 감독은 2경기 모두 비겼다.

 

운이 좋았다. 대한축구협회는 계속해서 잘못된 판단으로 위기를 키웠다. 선수를 휘어잡지 못하고 전술적인 세밀함도 떨어지는 감독을 너무 오래 그대로 뒀다. 위기론이 나올 때마다 큰 문제가 없다고 버티기도 했다. 결국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 때까지 교체를 미뤘다. 결국 외국 감독을 선임할 시간이 없고 한국 감독도 능력이 좋다며 신태용 감독에 지휘봉을 줬다.

신 감독을 뽑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슈틸리케 감독 선임 때와 대한축구협회 인식이 변하지 않았다는 게 우려된다. 감독은 신이 아니다. 축구가 세분화되고 있다. 전술, 분석, 체력, 의료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을 고용하는 게 추세다. 한국은 이를 완벽하게 무시하고 있다. 신 감독은 경험이 일천한 김남일, 차두리를 코치로 기용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를 용인했다.

 

이런 오판 속에는 ‘한국은 당연히 월드컵 본선에 갈 수 있다’는 자만도 들어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이어진 한국 축구 성장세와 유럽파 증가로 ‘아시아팀은 쉽게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다른 아시아 팀이 한국을 잡기 위해서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

 

한국은 이미 가장 좋은 선수를 보유한 팀이 아니다. 손흥민, 기성용, 구자철 등 개개인 능력은 좋지만 다른 아시아 팀을 압도할 정도로 좋은 실력을 지니지 못했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이 사실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우리가 무시한 중국과 카타르에도 졌다. 편파 판정과 소위 ‘침대 축구’에 당하지도 않았다.

 

선수단을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는 코칭스태프도 꾸리지 않고 가장 좋은 선수도 보유하지 못한 팀은 다른 팀을 압도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최종예선에서 나온 문제점과 코칭스태프가 취약한 부분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선수는 바꿀 수 없지만 코칭스태프는 얼마든지 늘리거나 보강할 수 있다. ‘월드컵에 나서는 가장 약한 팀’이라는 생각으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월드컵은 차원이 다른 무대다. 홍명보 전 감독은 준비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실패한 게 아니다. 기존 방식대로 준비했기 때문에 넘어졌다. 대한축구협회와 신 감독도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사진= 김완주 인턴기자,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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