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김도훈 울산현대 감독은 전북을 격파하기 위해 원하는 판을 짜 왔고,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자충수를 인정했다.

6일 전북 전주시의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5라운드 경기에서 울산이 전북에 1-0 승리를 거뒀다. 울산은 선두 전북과 승점차를 4점으로 줄였다. 아울러 지난 7월 8일 전주 원정에서 0-4로 패배한 경기의 복수를 해냈다.

울산이 전주 원정에서 승리한 건 2008년 8월 24일 이후 거의 9년 만이다. 울산은 지난 23라운드에 프로축구 최초 500승을 달성한 데 이어 전북전에서 501번째 승리를 거뒀다. 아울러 전북의 K리그 클래식 최초 100승을 저지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전북에 대패하고 울산으로 돌아갔을 때부터 복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난 번에 0-4로 지고 울산에 돌아가서 밤새도록 힘들었다. 큰 스코어 차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오늘 골을 조금이라도 덜 허용하고 버텨서 승점 1점이라도 가져가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왔다. 아무래도 (다른 경기보다) 준비를 조금 더 했다.”

전북과 평범한 경기를 벌이는 건 위험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김 감독은 평소보다 수비적인 포석을 뒀다. 4-1-4-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중앙에 정재용, 박용우, 김성환 등 수비적인 선수를 셋이나 배치했다. 특히 기존 미드필더들 옆에 김성환을 추가한 것이 포인트였다.

“김성환이 오랜만에 나와 정재용과 호흡을 잘 맞췄다. 성남 시절부터 김성환을 안다. 팀의 주축으로서 버텨 줄 거라 생각했다. 골을 먹지만 않으면 공격적으로 변화를 주려 했다.”

세부적인 점까지 신경 썼다. 울산의 전반전 속공을 주도한 왼쪽 윙어 오르샤는 원래 안으로 파고들며 오른발로 슛을 날리는 플레이가 일품이다. 김 감독은 오르샤에게 “왼발을 많이 써라”라고 주문했다. 오르샤의 측면 돌파 후 왼발 땅볼 크로스는 전반전 울산의 가장 강력한 공격 루트였다.

반면 최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오자마자 먼저 “감독이 욕심을 내서 진 경기다”라고 인정했다. 전북은 원래 4-1-4-1 포진을 쓴다. 그러나 홈에서 무승부가 아닌 승리를 따내고 싶다는 욕심에 김신욱과 이동국을 모두 기용하는 4-4-2로 나갔고, 전북의 원래 경기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울산이 원하는 경기를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잘 하지 못했다. 일차적으로 수비에서 빌드업이 안 됐고, 둘째는 불필요하게 공이 끊겨서 사이드를 내줄 때 체력 소모가 컸다. 미드필드에서 압박과 세컨드볼 싸움을 염두에 둔다면 원래대로 4-1-4-1을 했어야 하는데 내가 욕심을 내서 졌다.”

승자도 패자도 한 경기에 취해 있을 겨를이 없다. 김 감독은 “오늘까지만 웃겠다. 울산 돌아가는 차 안에서 다시 FA컵(9일 상주상무전) 준비를 해야 한다. 울산까지 버스로 돌아가는 길은, 나도 현역 시절 많이 해 봤는데, 멀다. 지난번엔 (대패한 뒤) 힘들게 갔지만 오늘은 기분 좋게 가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오늘 패배가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은 경험이 많다.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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