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네이마르의 파리생제르맹(PSG) 이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유럽축구연맹(UEFA)이 만든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이었다. 이 규정은 네이마르 이적을 막지 못했다.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를 떠나 PSG로 이적했다. 바르셀로나가 받은 이적료는 사상 최고 액수 2억 2,200만 유로(약 2970억 원)다. 계약기간은 5년, 등번호는 10번이다. 약 보름 동안 세계 스포츠계를 떠들썩하게 한 초대형 이적이 성사됐다. 이적의 마지막 단계는 구단간의 이적료 흥정이 아니라 규정을 둘러싼 논쟁이 장식했다.

후안 데 디오스 크레스포 변호사는 네이마르의 대리인으로서 2억 2,200만 유로를 지불하러 스페인축구협회(LFP)를 찾아갔다. 네이마르의 계약서에 명시된 이적 허용 조항(바이아웃) 금액이다. 이 액수를 지불하는 구단은 바르셀로나와 네이마르의 계약을 해지시킬 수 있다. PSG와 네이마르만 동의하면 이적이 성사된다. 네이마르가 일찌감치 이적 의사를 밝힌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적료 지불은 마지막 단계였다.

그러나 LFP는 이적료 수령을 거부했다. PSG가 FFP를 충족시킬 수 없을 거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라리가 측은 “선수의 변호인단이 라리가로 와서 조항을 발동시키려 했고, 거절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AS’와 가진 인터뷰에서 “PSG 같은 팀의 이런 이적료는 받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규정을 위반하는 팀이라면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PSG가 FFP를 위반하지 않고서는 네이마르를 영입할 수 없을 거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네이마르 이적을 허용할 경우 LFP가 규정 위반 행위에 동참하게 된다는 논리다.

네이마르 측은 작전을 바꿨다. 바르셀로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갔다. 라리가가 이적료 수령을 거부한 건 현지시간 3일 오전이었다. 이날 오후 바르셀로나는 “목요일(4일) 오후 네이마르의 법적 대리인이 구단 사무실을 찾아와 2억 2,200만 유로를 선수 명의로 지불했다. 양자간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끝낼 수 있는 계약 조항을 발동시켰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바르셀로나는 “UEFA에 이적에 관한 세부 사항을 전달해, 징계 대상 행위가 발생했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PSG가 FFP를 우회하려는 행위를 도핑(금지약물 복용)과 비슷한 부정 행위라고 본다. “라리가는 국가적 지원을 받는 그 구단(PSG)이 ‘재정적 도핑’ 행위를 통해 경쟁하고 있으며, 유럽 프로 축구를 흔들어놓을 거라고 확신한다.” ‘축구 평론가’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국가적 지원을 받는 팀 하나가 자기 마음대로 뭐든 할 수 있게 된다면 FFP를 더이상 존중하기 힘들지 않겠나”라며 PSG 비판에 동참했다.

PSG는 이미 FFP 위반으로 처벌받은 바 있다. 2014년 UEFA가 PSG에 6,000만 유로(약 801억 원) 벌금을 부과했다. 2015년 여름엔 FFP를 의식한다는 발언이 PSG 관계자들에게서 나오기도 했다. FFP 규정은 복잡하지만, UEFA 측이 간단하게 요약한 바에 따르면 최근 3년을 통틀어 적자폭이 3,000만 유로(약 401억 원) 미만이어야 한다. 네이마르는 연봉도 세계 최고 금액인데다 거액의 세금까지 구단이 대신 내기로 되어 있다. PSG의 재정 상황에 대한 분석은 매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정상적인 회계장부 위에서 네이마르의 이적료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네이마르를 영입하려면 PSG의 소유주인 카타르 스포츠 개발(QSI)이 우회적으로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FFP가 도입된 큰 목적 중 하나는 PSG, 맨체스터시티 등 거대 구단주를 등에 업은 팀이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걸 막고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PSG가 FFP 도입 이전처럼 구단주의 돈을 마음대로 끌어 쓸 수 있다면 규정을 우회하는 각종 꼼수가 필요하다.

LFP는 이 점을 들어 네이마르 이적을 거부하려 했으나, 그런 권한은 없었다. FFP를 위반한 팀은 추후 징계를 받게 될 뿐, 미래의 위반을 미리 상정해 이적을 금지할 수는 없다.

PSG를 운영하는 카타르 왕가는 FFP를 적극 도입했던 미셸 플라티니 전 UEFA 회장을 비롯해 프랑스 축구계와 유착 관계를 의심받아 왔다. FFP를 유독 느슨하게 적용받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네이마르 이적은 세간의 의심을 더 부풀리는 강력한 계기로 작용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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