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울산현대는 대패의 복수를 했고, 선두 전북현대를 바짝 추격하며 K리그 클래식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냈다.

6일 전북 전주시의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5라운드 경기에서 울산이 전북에 1-0 승리를 거뒀다. 지난 7월 8일 대결에서 전북이 4-0으로 승리한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성사된 ‘리턴 매치’였다.

 

전북 방해에 초점 맞춘 울산 전략

한 달 전 정면 승부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원정팀 울산은 전북의 공격 전개를 방해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포메이션은 평소에도 가동한 4-1-4-1이었지만 중앙 미드필더 세 명을 모두 수비적인 정재용, 박용우, 김성환으로 채우며 미드필드 힘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라이트백 김창수가 퇴장 당한 공백을 원래 센터백인 최규백으로 채운 것도 수비에 중점을 둔 선택이었다.

울산의 의도대로였다. 전북의 중앙 공격은 불가능했다. 울산 진영 앞은 두터운 수비망이 쳐져 있어 전북의 패스워크로 깰 수 없었다. 중앙 공격이 잘 안 되는 건 울산도 마찬가지였다. 공격형 미드필더도, 섀도 스트라이커도 없는 울산 역시 전북 진영으로 잘 들어가지 못했다.

중앙에서 공격이 안 되자 두 팀 모두 우회전략을 썼다. 먼저 효과를 본 팀은 울산이었다. 울산의 선택은 왼쪽 공격이었다. 전반 25분 전북의 걷어내기 실수를 틈타 페널티 지역 안에서 공을 잡은 박용우가 드리블을 했고, 수비수 이재성이 어깨로 넘어뜨리며 수비했을 때 아슬아슬하게 페널티킥을 면했다. 그 뒤로 울산의 왼쪽 윙어 오르샤가 펄펄 날았다. 오르샤는 정평이 난 측면 돌파를 활용해 전북을 교란했다. 울산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스트라이커 수보티치가 오르샤의 패스를 받아 두 번 결정적인 슛을 날렸으나 모두 무산됐다. 보다 못한 미드필더 이재성까지 측면 수비를 지원하러 합류하고 나서야 전북은 오르샤를 봉쇄할 수 있었다.

전북은 김신욱과 이동국을 투톱으로 배치했고, 두 공격수에게 직접 투입하는 패스를 반격의 무기로 삼았다. 전반 36분 패스를 따내려 뒤엉키는 과정에서 울산 선수 한 명이 넘어지는 혼전이 벌어졌고, 김신욱의 원터치 패스를 이동국이 노마크 상태에서 가볍게 밀어넣으려 했으나 조수혁 골키퍼에게 걸려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김신욱은 2분 뒤 득점 찬스에서 슛을 하지 않고 또 원터치 패스를 했으나 이동국의 슛은 한 번 더 골대를 벗어났다.

 

‘전북 출신’ 이종호가 전주성을 침묵에 빠뜨렸다

후반전 들어 전북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했다. 후반 5분 전북이 교체를 통해 좌우 미드필더 조합을 로페즈-한교원에서 이승기-로페즈로 바꾸며 주도권을 잡았다. 원래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승기가 프리롤로 경기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북 패스워크를 주도했다. 전북은 줄기찬 공격을 통해 여러 차례 코너킥을 얻어냈고,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열지 못했다.

울산은 점유율을 찾아오는 대신 역습의 위력을 높이는 것으로 대응했다. 김승준 대신 김인성, 수보티치 대신 이종호를 투입하며 공격진의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오르샤, 이종호, 김인성의 발빠른 스리톱 조합을 통해 전북 수비의 배후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반면 전북은 이날따라 측면 공격이 잘 되지 않았다. 결국 최강희 감독은 한교원에 이어 후반 30분 로페즈까지 빼며 선발로 나온 측면 미드필더를 모두 교체해 버렸다. 로페즈 대신 미드필더 정혁을 투입해 차라리 윙백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정혁이 교체를 위해 벤치 옆에 섰을 때, 전북은 실점을 하며 막판 경기 계획이 꼬여 버렸다.

전북이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동안 울산의 '크로스 장인' 이명재는 조용히 칼을 갈고 있었다. 후반 29분 분 이명재의 특기인 날카로운 크로스가 문전으로 날아갔고, 이종호가 헤딩으로 마침내 전북 골문을 열었다. 전북 홈 팬들은 침묵에 빠졌고, 전주성은 조용해졌다. 이종호는 지난 시즌 홈이었던 전주성임에도 불구하고 울산 서포터 앞에서 특유의 호랑이 발톱 세리머니를 하며 마음껏 기쁨을 즐겼다.

전북은 공격을 강화해야 했지만, 에두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가운데 이동국과 김신욱을 모두 선발로 투입했기 때문에 딱히 공격적인 카드가 없었다. 최 감독은 마지막 교체로 이동국 대신 섀도 스트라이커 에델을 투입했다. 에델이 후반 41분 울산 수비 사이에서 결정적인 슛을 날렸을 때 홈 팬들은 큰 함성을 질렀지만, 조수혁 골키퍼가 선방해냈다. 오히려 울산이 쐐기골을 넣을 뻔한 순간 수비수 이재성이 최후의 태클로 저지한 장면을 끝으로 경기가 끝났다.

 

복수 성공, 이제 승점차는 단 4점

울산은 한 달 전 당한 수모를 복수했을 뿐 아니라 7점이었던 승점차를 4점으로 직접 줄이는데 성공했다. 하루 전 수원삼성도 승점 3점을 따냈기 때문에 선두 전북과 2위 수원, 3위 울산의 승점차는 4점이 됐다. 이번 라운드에서 전북이 승리했다면 승점차가 10점으로 벌어질 수도 있는 경기였다. ‘6점 경기’의 승자는 울산이었다.

전북을 상대로 맞춤 전략을 들고 나온 김도훈 울산 감독의 승부수가 통했고, 전북은 약간 무리한 공격 축구로 시작한 것이 경기가 꼬이기 시작하면서 독으로 작용했다. K리그 클래식 정상급 팀들의 경기답게 뛰어난 개인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치열한 지략 싸움을 벌였다. 이날 관중은 13,130명이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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