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원정 경기에서도 울산현대 선수들과 서포터들이 다같이 양 손으로 발톱 모양을 만들어 사진을 찍는다. 사나운 듯 귀여운 울산의 새 풍속도를 만든 주인공이 이종호다.

6일 전북 전주시의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5라운드 경기에서 울산이 전북현대에 1-0 승리를 거뒀다. 후반 29분 이종호가 이명재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받아 넣어 선제결승골을 기록했다.

이종호의 시즌 5호골에 이어 특유의 호랑이 발톱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마침 골대 뒤에 있던 소수의 울산팬 앞으로 달려간 이종호는 ‘이종호랑이’라는 문구가 선명한 자신의 응원 현수막 앞에서 두 손을 마구 휘둘렀다. 호랑이 앞발로 전북을 할퀴는 듯한 동작이었다. 이종호가 지난 시즌 소속돼 있던 ‘친정팀’이지만 이종호는 세리머니를 자제하지 않았다.

선수 이름과 팀 상징 동물이 절묘하게 결합된 별명 이종호랑이, 팀을 절묘하게 상징하는 골 세리머니는 요즘 K리그 최고 명물 중 하나다. 이종호 개인을 넘어 울산 전체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울산 선수들과 서포터들이 이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종호는 지난해 말 전북을 떠나며 ‘전주성에서는 골을 넣어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짐을 깨고 호랑이 발톱을 또 보여줄 만한 사연이 있었다. “지난달 전북 원정에서 0-4로 진 뒤 버스를 타고 울산으로 내려가는 길에 실점 장면을 다 봤다. (김)신욱이 형이 세리머니를 할 때 울산 팬 한 분이 눈물을 흘리시더라. 그 생각을 많이 했다. 골을 넣고 울산 팬 분들께도 웃음을, 행복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전북전 준비하면서 많이 했다.”

이종호는 붙박이 주전 공격수가 아니다. 5골 3도움으로 득점 순위 21위, 공격 포인트 순위 19위에 불과하다. 대신 골의 순도가 높고, 임팩트가 강하다. 이종호가 득점한 5경기 모두 울산이 한 골 차 승리를 거뒀다. 특히 지난 6월 17일 포항스틸러스와 가진 ‘동해안 더비’에서 1골 1도움으로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종호는 골 세리머니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세리머니, 내가 만들었다. 처음에 했을 때부터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예쁘게 봐 주시는 것 같다. 이번 시즌 골이 적다보니 세리머니 횟수가 적다. 앞으로 시즌이 많이 남아 있으니 좋은 흐름 타서 세리머니 많이 하고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

곧 국가대표팀의 계절이다. 한국의 간판 골잡이 손흥민이 팔 부상으로 월말 시작될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참가를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K리그에서 활약하는 공격수는 모두 대표팀의 인재풀에 포함돼 있다. 지난 2015년 A매치 데뷔골을 넣었던 이종호도 후보군이다.

이종호는 국가대표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에둘러 말하지 않고 “대표팀 생각은 항상 갖고 있다”고 말했다. “팀 성적이 좋기 때문에 대표팀에 거론되고 이에 대한 기사도 난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지금처럼 좋은 컨디션 유지하고 팀 성적도 좋다면 뭐, 기대는 하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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