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울산현대가 새 외국인 공격수 수보티치를 선발 투입했다. 장신이지만 문전보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활동하길 즐기는 개성 있는 공격수다.

수보티치는 스위스 명문팀 바젤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배운 뒤 벨기에, 이탈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쿠웨이트, 몰도바 등 여러 나라 리그를 떠돌았다. 한 팀에서 두 시즌을 다 채운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많은 나라를 옮겨 다녔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보다 아래 단계 대회인 AFC 컵에서 우승에 일조한 경력도 있다. 28세 나이에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지난 7월 22일 인천유나이티드전 막판에 교체 출장했던 수보티치는 7일 선두 전북현대를 상대하는 부담스런 경기에서 K리그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울산 동료들과 발을 맞춘지 약 한달 만에 치르는 본격 데뷔전이었다. 등번호 31번을 달고 선발 출장해 후반 21분 이종호로 교체됐다. 슛 4개를 날렸고, 유효슛은 없었다.

선발 데뷔전을 치르기 전까지 수보티치는 헤딩을 주무기로 삼는 선수로 알려져 있었다. 191cm에 달하는 신장, 힘이 좋기로 유명한 크로아티아 혈통, 제공권이 좋다는 입단 당시 소개 문구의 영향이었다.

실제 경기에서 보여준 스타일은 더 역동적이고 활동 범위가 넓었다. 공격할 때는 문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상대 센터백들과 거리를 벌리고 한 박자 늦게 침투하거나, 파포스트로 이동해 수비수들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등 다양한 동선으로 허를 찌르려 했다.

오르샤와 맞추는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오르샤는 적극적인 왼쪽 돌파 후 왼발 땅볼 크로스로 전반전 울산 공격을 주도했다. 두 차례 성공적인 크로스 모두 수보티치에게 연결됐고, 골대를 빗나가긴 했지만 슛까지 이어졌다. 동향 오르샤와 말도 통하고, 호흡도 잘 맞는다.

수비에 가담할 때도 뛰는 범위가 넓은 편이었다. 중앙 미드필더 박용우 등이 전방 압박을 하러 튀어나가면, 수보티치가 자연스럽게 미드필드로 내려가 수비 전형을 유지하는데 기여했다.

경기 후 김도훈 울산 감독은 “장신 공격수라 케빈과 많이 비교하시는데, 그런 유형은 아니다. 공을 키핑하고 연결해줄 수 있는 선수다.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유형”이라고 소개했다. 최전방에서 골 숫자로 말하는 선수가 아니라 좌우 윙어의 기량도 살리고, 공격 파트너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등 전방위적으로 팀 플레이를 하는 스타일이다.

김 감독은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다.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앞으로 더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감독이 시즌 초부터 원했던 장신 공격수 옵션이 생기면서 공격 전술을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수보티치와 교체돼 들어가 득점한 이종호는 활동량이 많고, 상대 진영 곳곳을 헤집고 다니는 드리블과 침투가 가능하다. 수보티치와 좋은 호흡을 맞출 수 있다. 이종호 스스로도 “감독님께선 수보티치와 내 콤비네이션, 로테이션 시스템을 모두 생각하고 계신다. 원래 난 섀도 스트라이커와 측면도 볼 수 있다. 감독님께 좋은 고민을 안겨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종호는 수보티치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그런지 사교성이 좋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향상시켜야 하는 건 득점력이다. 아무리 팀 기여도가 높아도 최전방 공격수에게 기대하는 건 골이다. 수보티치는 K리그 클래식보다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없는 리그에서도 시즌 12골이 최고 기록이었다. 슛의 정확도를 높이고, 문전에서 더 적극적으로 경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울산은 이날 승리로 선두 전북을 승점 4점차까지 추격했다. 선두권의 전북, 수원, 울산 중 외국인 선수를 추가한 팀은 울산뿐이다. 수보티치의 활약이 우승 경쟁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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