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광주FC와 남기일 감독에게 쉽지 않은 시즌은 없었다.

 

광주처럼 재정적으로 열악한 팀은 성공한 시즌 이후가 더 어렵다. 주력 선수들이 러브콜을 받기 때문이다. 2016시즌 리그 8위. 아슬아슬하게 스플릿 그룹A 진입에 실패하며 창단 후 최고 성적을 낸 광주는 한 팀씩을 모두 상대한 2017시즌 11라운드 일정까지 2승 5무 4패로 리그 10위에 올라 있다. 강등권에서 간신히 벗어나 있다. 

광주는 4번 졌다. 2승 중 1승은 무패행진을 달리던 우승후보 전북현대를 상대로 거뒀다. 광주가 경기력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한 이유는 부족한 결정력이다. 11경기에서 6골. 최하위 인천유나이티드(9골)보다도 득점이 적다. 11라운드 인천과 경기에서도 주도적인 경기를 하고도 결정력 부족으로 졌다. 

지난시즌 MVP과 득점왕을 수상한 정조국이 떠난 공백은 컸다. 광주는 정조국과 이찬동을 떠나보낸 수익으로 포르투갈 공격수 바로스를 영입했으나 마지막 퍼즐조각이 되지 못했다. 부상과 한국 생활 적응 실패로 조기에 계약을 해지했다. 광주는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를 찾고 있다. 

좋은 경기를 하고도 이기지 못하는 경기가 이어지면 선수단의 사기가 떨어진다. 자신감을 잃고 나면 잘하던 플레이도 안 된다. 전북을 꺾으며 기세를 올렸던 광주는 전남드래곤즈에 0-5 참패를 당했다. 남 감독은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했다. 전북전 승리에 안주하기에 스쿼드가 가진 불안정성이 컸다. 전략적 준비를 통해 거둔 승리지만, 시즌 내내 유지할 성공방정식을 찾았던 것은 아니었다.

시즌은 길고, 경기는 많다. 광주는 스쿼드에는 빈 자리가 많다. 전남전은 경기 당일 버스로 이동하며 선수들의 컨디션이 더 떨어져 있었다. 선수단 관리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를 끌어낸 패배였다. 경각심을 크게 준 패배였다. 남 감독은 “차라리 진다면 이렇게 크게 지는 편이 낫다”고 했다. 광주에 필요한 것은 전북을 잡는 도깨비 같은 모습이 아니라, 꾸준함이다. 

남 감독은 여름 이적 시장을 승부수로 보고 있다. 승점 11점을 얻은 광주는 목표인 상위 스플릿 진입까지 격차가 아직 크지 않다. 6위 FC서울과 5점 차이. 해결사만 찾으면 반등이 가능하다.

남 감독은 “바로스는 사실 영입을 위해 접촉하던 선수 중 차차순위에 해당했다. 앞서 진행하던 선수와 협상이 잘 안된 와중에 결정했는데, 막상 와보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몸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가지로 준비해봤는데 떠나게 됐다”고 했다. 

시즌 초반 광주를 괴롭힌 것은 바로스의 실패만이 아니다. 야심차게 영입한 공격수 정영총도 부상을 입었다. 수비 라인에 이한도 김영빈 등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배후 안정감도 떨어졌다. 1차 라운드에 광주는 계획한 최상의 전력으로 경기에 임하지 못했다. 

남 감독은 프리시즌 기간 접촉했던 선수들을 비롯해 다양한 후보군을 두고 화력 강화를 위한 선수를 보고 있다. 광주는 가용 가능한 예산을 모두 투입할 계획이다. “득점 상황을 여러가지로 만들어서 훈련하고 있지만, 사실 결정력은 유럽에서도 훈련만 가지고 만들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남 감독의 말처럼 유럽 축구계에는 ‘결정력은 비싸다’는 격언도 있다.

바로스의 실패를 겪은 남 감독은 외국인 선수 교체 외에 아시아쿼터 변경, 국내 선수 영입 등 다방면에서 공격 자원을 보강하고자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기존 공격 자원 조성준도 군 입대 예정이기 때문에 바로스의 대안 뿐 아니라 조성준의 대안도 찾아야 한다.

아산무궁화FC와 FA컵 16강전에서 남 감독은 “포항과 리그 경기를 위해 점검하고, 선수도 테스트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축구단인 아산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으나, 공격수 조주영이 2골 1도움으로 폭발하며 3-0 완승을 거뒀다. 광주는 오히려 승리에 대한 집착을 버린 경기에서 시원한 승리를 거두며 창단 후 처음으로 8강에 올랐다.

지난해 데뷔한 조주영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전술적 움직임은 물론 마무리 슈팅 과정에도 탁월한 센스를 발휘했다. 하지만 아직 만 23세의 어린 선수다. 멋진 골을 넣지만, 쉬운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시즌 내내 팀을 끌고 가는 선수가 되기 위해선 경험과 파트너가 필요하다. 지난해 정조국을 곁에고 보고 배우며 발전한 것처럼, 경쟁자이자 멘토가 필요하다. 

올시즌 K리그클래식 득점왕 경쟁은 자일(전남), 데얀(서울, 이상 7골), 마르셀로(제주, 6골), 에반드로(대구), 룰리냐(포항, 이상 5골) 등이 이끌고 있다. 국내 공격수 양동현(6골, 포항)과 김신욱(5골, 전북)도 활약하고 있지만 외국인 골잡이들의 활약이 경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강원FC도 디에고가 4골 1도움을 올리며 제 몫을 해주고 있다. 

남 감독이 그리는 진짜 광주의 경기는 스쿼드의 빈틈이 메워질 7월부터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 감독은 “그때까지는 버티고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좋은 경기를 했다는 것은 역사에 남지 않는다. 남 감독은 호평이 아니라 실적을 원한다. 광주의 후반기는 여름 이적 시장의 성패에 달려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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