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허인회 기자= 상주상무에서 '사실상 전성기'를 맞은 강상우(상주상무)가 21일 뒤 전역한다. 상주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계획이지만, 마음속 한 구석에 '빨리 정경호 스타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자리잡아 있다. 정경호 코치 말고 배우 정경호다.

8월 27일 전역하는 강상우는 군생활 덕분에 재능을 다시 찾은 경우다. 프로에서 풀백으로 명성을 떨쳐 왔지만, 이번 시즌에는 K리그 최강 윙어로 활약 중이다. 14라운드 현재 7골 4도움으로 국내 선수 최다 득점 중이며 경기 MVP에 무려 4회 선정됐다. 강상우는 여러 차례 구단과 김태완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도 "코칭스태프, 선생님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군인으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많은 걸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배운 걸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팬들께도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했던 군대에서의 인연들, 특히 간부들이 거론됐다.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이나 감독님, 코칭스태프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은 많이 했습니다. 감사한 간부님들도 많은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꼭 감사인사 전하고 싶습니다. 부대장님, 경기대장님, 행보관님께 감사한 점이 많습니다.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 됐습니다. 선수들이 말은 안 해도 다 알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현재 강상우에 대한 최대 관심사는 전역 후 포지션이다. 포항은 송민규, 팔라시오스 등 뛰어난 윙어가 많은 반면 풀백이 부족하다. 강상우는 다시 풀백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강상우는 “경기장에 올라가면 어느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입니다. 다시 풀백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아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김기동 감독님께서 제가 팀에 필요할 때 알맞은 위치에 넣어주실 거라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군대에 있는 동안 어엿한 경쟁자로 성장한 후배 송민규에게는 각별한 애정이 있다. “민규는 입대하기 전부터 친했습니다.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이렇게 잘 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경쟁을 의식하지 않고 투입됐을 때 자신의 가치를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강상우는 군생활을 잘 한 편이지만, 전역이 기다려지지 않는 인간은 없다. 강상우는 인스타그램에 전역까지 100일, 50일, 30일을 세는 카운트다운 게시글을 올렸다. 군인이 갖지 못하는 ‘긴 머리카락’을 희망하는 해시태그도 항상 붙였다. 

강상우가 꿈꾸는 헤어스타일의 정체는 '정경호 스타일'이다. 작년까지 상주 코치였던 정경호(현 성남 코치) 말고, 배우 정경호다. “깔끔하고 단정하게 꾸미려고 합니다. 연예인 중 닮고 싶은 사람이 정경호입니다. 남자로서 참 멋있는 것 같아 출연작도 많이 봤습니다. 그 분 스타일을 따라할 때가 많습니다.”

어느새 인터뷰는 강상우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헤어스타일로 넘어갔다. “20대 후반이니까 중후한 멋을 내기 위해 앞머리를 올리는 리젠트펌을 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리젠트펌을 시도하는 이유에는 슬픈 사연도 있다. “입대 전처럼 탈색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동료들에게 머리숱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휴가 때 병원에 갔더니 탈색은 하지 말랍니다. 파마까지는 허락 받았습니다. 다행인건 아직 탈모가 온 건 아니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답니다. 나이 먹을수록 선택지도 적어지고 있습니다.”

머리만 기르면 민간인으로 보일거라는 착각은 모든 군인이 한다. 실제로는 군인 물이 빠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주변에서 군인 티 많이 난다고 놀립니다. 이게 병장으로서 품위유지에 신경 쓰다 보니 머리도 더 짧게 자르고 행동을 조심해서 그런 겁니다. 풀리는 모습 보이며 안 됩니다”라며 강상우는 애써 '군인처럼 보이지 않는 자신'을 강조했다. 심지어 전역 당일에 쇼핑을 할 거라며 "명품보단 브랜드 아닌 옷을 더 좋아합지만 톰브라운 옷은 꼭 하나 사고 싶습니다. 너무 비싸서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는데 포항 돌아가서 골 넣으면 나 스스로에게 선물할 예정입니다”라는 이야기까지 털어놓고 말았다. 

강상우는 포항 팬들에게 조금 이른 인사를 전했다. 상주 팬들에게 받은 사랑과 고마운 기억을 갖고, 이제 원소속팀으로 돌아갈 준비도 해야 한다. “포항 팬 분들! 제가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상주에서 많이 배운 만큼 더 성장한 좋은 선수, 좋은 사람으로서 찾아뵙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강상우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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