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가 자체 선정한 ‘2019/2020 이탈리아세리에A 기량발전상’의 주인공 6명을 공개한다. 지난 시즌에도 세리에A를 비롯한 빅 리그에서 뛰었는데 이번 시즌 활약상이 눈에 띄게 좋아진 선수들만 대상으로 삼았다. 선정 기준에 조금 어긋난 선수들은 따로 거론했다.

 

역시 믿고 쓰는 레알산 : 테오 에르난데스(AC밀란)

에르난데스는 아틀레티코마드리드에서 라이벌 레알로 이적했고, 임대를 다니다 1년 전 밀란에 합류했다. 형 뤼카 에르난데스가 아틀레티코에서 바이에른뮌헨으로 이적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둘 다 180cm가 넘는 키에 탄탄한 몸을 가졌지만 활용 방안은 반대다. 뤼카는 센터백을 중심으로 레프트백까지 소화한다. 반면 테오는 형보다 큰 키를 스피드에 활용해 오버래핑을 즐기는 풀백으로 스타일을 잡았다. 특히 밀란이 스리백을 쓸 때는 테오의 왼쪽 오버래핑이 핵심 공격루트였다.

시즌 중반까지 공격수들을 제치고 팀 내 최다득점자였고, 최종 기록 역시 공격자원 수준인 6골 3도움이다. 후반기에 맹활약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하칸 찰하노글루 등에게 조금 묻혔지만 시즌 내내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인 밀란 선수는 테오라고 할 수 있다. 파리생제르맹(PSG)이 적극적으로 영입을 노린다고 알려져 있다.

▲ 지난 시즌 : 레알소시에다드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 더 거론할 선수들 : 아탈란타의 로빈 고젠스(왼쪽 윙백)와 한스 하테부어, 티모시 카스타녜(오른쪽 윙백) 모두 좋은 시즌을 보냈지만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에 ‘기량발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들 중 고젠스는 윙백이 9골 8도움이나 올리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윙백인데 핵심 공격루트 : 다비데 파라오니(엘라스베로나)

베로나는 3-4-3 포메이션에 기반한 압박 축구로 9위에 오르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주목 받은 선수가 많지만 그 중 ‘기량발전’에 어울리는 건 오른쪽 윙백 파라오니다. 이반 유리치 감독은 이번 시즌 크게 발전한 선수로 마티아 차카니와 함께 파라오니를 꼽았다.

파라오니는 5골 3도움을 기록했다. 베로나의 총 득점이 47골로 15위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높이 살만한 활약이다. 득점만으로도 팀 내 3위에 해당하며 공격 포인트(골+도움)는 팀 내 2위다. 반대쪽 측면을 책임진 다르코 라조비치 역시 3골 7도움과 몇몇 명장면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전반적인 기여도는 파라오니가 더 위였다. 또한 시즌 막판 피오렌티나를 상대로 절묘한 ‘180도 회전 발리슛’ 골을 성공시킨 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지난 시즌 : 2017/2018시즌 크로토네 소속으로 2골 4도움을 기록했고, 2018/2019시즌에는 크로토네와 베로나를 거치며 세리에B(2부)에서 뛰었다.

▲ 더 거론할 선수들 : 베로나의 20세 센터백 마라시 쿰불라는 이번 시즌이 사실상의 데뷔 시즌이라 ‘기량발전상’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베로나 돌풍 과정에서 가장 주목 받은 선수 중 하나다. 이미 인테르밀란 이적이 유력하다. 또한 중앙 미드필더 소피앙 암라바트 역시 좋은 시즌을 보내며 피오렌티나 이적이 이미 확정됐는데, 공교롭게도 피오렌티나는 베로나보다 못한 10위로 시즌을 마쳤다.

 

밀란이 포기한 유망주 미드필더, 유벤투스의 레이더에 : 마누엘 로카텔리(사수올로)

로카텔리는 밀란에서 두 시즌 동안 큰 기대를 걸고 육성하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2018년 사수올로로 임대 보냈고, 1년 뒤 1,250만 유로(약 175억 원)에 완전이적을 허용했다. 공교롭게도 로카텔리는 밀란이 소유권을 포기한 뒤 다시 급성장했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이 세부 기록을 바탕으로 산출한 평점에서 리그 전체 23위(7.13)에 올랐는데, 로카텔리보다 높은 선수들은 9개 이상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반면 로카텔리는 도움만 5개다. 득점 장면이 아닌 전반적인 경기력만으로 충분히 높은 평가를 이끌어낸 것이다. 185cm 탄탄한 체격과 활동량, 발기술을 모두 겸비한 로카텔리는 4-2-3-1 포메이션의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좋은 활약을 보였다. 압박, 탈압박, 전진패스 모두 수준급이었다. 사수올로 공격진은 고루 좋은 경기력을 보였는데, 로카텔리가 공격 템포를 끌어올린 뒤 빨리 전달한 전진 패스의 덕을 보곤 했다.

최근 유벤투스와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영입 대상으로 떠올랐는데, 이적료는 1년 전의 정확히 두 배인 2,500만 유로(약 351억 원)가 거론된다.

 

코트디부아르 전통을 잇는 드리블러 : 제레미 보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엔 제르비뉴, 살로몬 칼루,윌프레드 자하 등 탄력 넘치는 드리블러들이 많이 배출돼 왔다. 23세 보가는 그 전통을 잇는 신예다. 경기당 평균 드리블 성공 횟수 3.9회로 이 부문 세리에A 1위였다. 2위 가에타노 카스트로빌리(피오렌티나, 2.8)를 큰 폭으로 따돌렸다. 한때 첼시 소속으로 임대를 전전하던 보가는 2018년 사수올로로 완전이적했다. 첼시에 남았다면 태미 에이브러햄과 함께 전방을 책임질 수도 있었지만 조금 일찍 새 길을 찾았다. 지난 시즌에는 3골 1도움에 그쳤는데, 이번 시즌에는 출장 시간을 2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11골 2도움을 기록했다. 나폴리가 2,500만 유로(약 351억 원)에 영입을 시도하고 있으나 사수올로는 4,000만 유로(약 562억 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지난 시즌 : 14경기 선발, 11경기 교체로 투입돼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 더 거론할 선수들 : 사수올로는 공격축구를 꾸준히 구사했고, 스리톱 모두 좋은 시즌을 보냈다. 데뷔 초반에 비해 침체를 겪어 온 ‘실패한 유망주’ 도메니코 베라르디는 14골 10도움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33세 노장 스트라이커 프란체스코 카푸토는 무려 21골 7도움을 올리며 일생일대 황금기를 보냈다. 바르셀로나에서 온 센터백 마를론 산토스는 리그 전체 패스 성공률 1위인 94.3%를 기록했다.

 

유벤투스 오른쪽 윙어 갈증을 채워 줄 유망주 : 데얀 쿨루세프스키

전반기 활약만으로 유벤투스의 러브콜을 이끌어낸 특급 유망주다. 장신(186cm) 왼발잡이 윙어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아탈란타에서 파르마로 임대돼 지난해 12월까지 4골 7도움을 몰아쳤고, 곧바로 유벤투스가 3,500만 유로(약 492억 원)를 쾌척해 영입을 확정했다. 후반기도 파르마에서 활약하며 10골 7도움을 기록했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절묘한 드리블, 패스, 슛을 시도할 수 있는 선수다. 유벤투스에서 곧바로 주전을 차지할 수도 있는 인재다.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에게 같은 역할을 기대했으나 사실상 실패를 겪었고, 더글라스 코스타는 부상이 너무 잦다.

▲ 지난 시즌 : 아탈란타에서 단 3경기 고체 투입에 그쳤고 골과 도움은 없었다.

 

왕년의 ‘호나우두 후계자’ 드디어 만개하다 : 루이스 무리엘

이탈리아와 스페인 무대를 오가며 수준급 공격수로 평가 받았지만 정작 ‘정상급’에는 도달하지 못했던 무리엘이 이번 시즌 만개했다. 무리엘은 아탈란타의 ‘핵폭탄급’ 공격 축구의 한 축으로 활약했다. 선발출장 10회, 교체 투입 24회를 통해 18골을 쏟아냈다. 약 69분 당 1골에 해당하는 놀라운 득점력이다.

▲ 앞선 시즌 : 전반기 세비야에서 라리가 2골 2도움, 후반기 피오렌티나에서 세리에A 6골을 기록했다.

▲ 더 거론할 선수들 : 아탈란타 공격진은 늘 막강하다. 이번 시즌은 더했는데 그 중에서도 ‘기량발전’에 해당하는 선수로는 9골 5도움을 기록한 마리오 파살리치가 있다. 루슬란 말리노프스키는 벨기에 리그에서 보여주던 득점력을 고스란히 아탈란타로 가져 와 8골 3도움을 올렸다. 전반기에는 ‘발롱도르급’ 활약을 했던 조십 일리치치는 후반기 약간 하향세를 겪으며 15골 5도움으로 시즌을 마쳤고, 최근 개인적인 사정으로 슬로베니아 자택으로 향했기 때문에 최종전을 동료들과 함께하지 못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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