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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월드컵 개최도시기행] ③ 랭스의 자존심, 샴페인과 대성당 그리고 축구
류청 | 승인 2019.06.19 15:46

여름에만 열리는 lumière REGALIA ⓒMoment Factory_HR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을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풋볼리스트`는 여자월드컵 개최도시를 방문해 축구와 문화 그리고 음식을 모두 아우르는 기행기를 준비했다.

 

[풋볼리스트=랭스(프랑스)] 류청 기자= 프랑스 사람들은 자존심으로 산다. 사실 나라 자체에 관한 자부심 보다는 자신이 사는 도시를 더 앞세울 때가 많다.

 

한국에서는 샴페인과 프랑스왕이 대관식을 하는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Reims) 그리고 축구(레몽 코파, 석현준 등)로 알려진 랭스를 찾았을 때도 그런 부분을 느꼈다. 프랑스 고딕 성당 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 랭스 대성당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높죠? 랭스 대성당이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보다 더 높고 큽니다.”

 

그는 자신을 랭스 가이드라고 소개하며 “랭스 대성당이 파리 대성당보다 더 늦게 지어졌기 때문이에요. 그때는 도시들이 성당을 더 높고 더 크게 짓는 경쟁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에요”라며 웃었다. 랭스 대성당은 1163년 공사를 시작한 지어진 파리 대성당보다 48년 뒤인 1211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파리 대성당 크기보다 더 크고 높게 설계했다는 이야기다. 랭스 성당 파사드(전면)은 모두 채색돼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6월부터 9월까지는 저녁에 두 차례 성당을 다채로운 빛으로 감싸는 빛의 축제(lumière REGALIA)가 열린다. 가장 좋은 것은 무료라는 점이다.

랭스 성당에서 가장 유명한 '웃는 천사'

랭스 대성당은 프랑크 왕국을 세운 클로비스 1세가 랭스 주교 레미기우스로부터 세례를 받은 자리 위에 세워졌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 클로비스 1세가 세례를 받은 자리라는 표식을 볼 수 있었다. 이후로 프랑스왕들은 랭스에서 대관식을 했다. 왕들은 대관식 기간 동안 성당 옆에 붙은 토 궁전(Palais du Tau)에서 지냈다. 백년 전쟁 때는 이곳을 영국에 빼앗겨 샤를 7세 대관식이 미뤄지기도 했다. 샤를 7세는 잔다르크가 랭스를 수복한 후 대관식을 할 수 있었다. 잔다르크 동상은 성당 앞 광장에 서서 여전히 성당을 지키고 있다.

 

랭스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성당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놓지만, 지난 4월에 화재로 많은 손실을 입은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 대한 연대도 잊지 않았다. 랭스 관광청 마케팅이사 알렉상드르 바리토 씨는 코테 퀴진(Côté Cuisine)에서 만나 점심과 샴페인을 함께 마시며 “랭스 대성당도 세계 제1차 대전 때 상당 부분 파괴됐었다. 1919년에 시작한 복구 작업이 1938년에야 끝났다. 파리도 엄청난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지지를 보냈다.

카네기 도서관에서 열리는 여자축구 100주년 전시회

강력한 축구단 그리고 여자축구

랭스는 축구로도 이름이 높다. 한국에는 석현준이 2018/2019시즌을 앞두고 입단하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랭스 사람들은 자신들을 꼭 이렇게 부른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유러피언컵 결승전에 진출한 팀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드드랭스는 1950년대 프랑스를 넘어 전 유럽에서 이름을 떨쳤다. 얼마 전 작고한 ‘나폴레옹’ 레몽 코파와 월드컵 최다골 기록을 지닌 쥐스트 퐁텐이 모두 랭스에서 뛰었다. 랭스는 챔피언스리그 전신인 유러피언컵에서 두 차례(1955/1956, 1958/1959)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사람들은 랭스를 ‘위대한 랭스’라고 불렀다.

 

2018/2019시즌, 랭스는 8위로 시즌을 마쳤다. 유럽 무대에 복귀할 가능성까지 보였었으나 마지막에 조금 내려 앉았다. 랭스는 이 성적에 열광하고 있다. 바리토 씨는 “다음 시즌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유럽 복귀가 얼마 남지 않았다”라며 웃었다. 그는 석현준(No.10)을 안다며 “부상 때문에 아주 좋은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라면서도 “그가 복귀하자마자 골(2019년 2월 2일, 마르세유전. 2-1 승리)을 터뜨린 것은 기억하고 있다. 매우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다음 시즌에는 더 잘할 거라 믿는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1935년부터 랭스를 품었던 오귀스트 들론 경기장은 시내에서 멀지 않다. 랭스는 작은 도시라 역에서 나오면 바로 시내가 펼쳐진다. 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대성당에 도착할 수 있고, 거기서 다시 15분이면 오귀스트 들론에 다다를 수 있다. 정치가이자 레지스탕스였던 오귀스트 들론의 이름을 딴 이 경기장은 매우 아담하고 아름답다. 경기장 옆에는 코파의 동상이 있고, 주변에는 큰 공원이 있다. ‘풋볼리스트’가 방문했을 때는 젊은이들이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단체로 춤을 추고 있었다.

호텔 방에서 볼 수 있는 스타드 오귀스트 들론(내부 사진)

 

랭스는 여자 축구로도 이름이 높은 도시다. ‘강철왕’ 카네기 가문은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랭스 복구를 도왔다. 랭스는 그 공로를 기리기 위해 카네기 도서관을 만들어 헌정했고, 그 도서관은 랭스의 또 다른 상징이다. ‘풋볼리스트’가 카네기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반바지를 입고, 모두에게 맞서다’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여자축구 발생 100년을 기념하는 전시회였다. 전시회 담당자는 랭스가 여자축구를 빨리 시작한 도시 중 하나이기에 이런 전시를 기획했다고 했다.

 

바지도 입기 어려웠던 1930년대에 반바지를 입었던 랭스의 여자축구 선수(혹은 동호인, les sportives de Reims)들은 시대를 앞서갔다. 이들은 프랑스에서 여성의 선거권(1946년 허용)도 없던 시절에 여성 인권과 다양성을 부르짖었다. 이들의 후손들은 여자월드컵 개최도시 자격을 얻은 후 그 긴 역사를 자랑스럽게 공개했다. 그는 “너희(한국)도 여기서 경기하지 않아?”라고 묻기도 했다.

 

샴페인 양조장(테텡저 샴페인 하우스,Tettinger)을 방문하기 전에 잠시 호텔에 들러 체크인을 했다. 성당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호텔(Hotel Mercure Reims Centre Cathedrale)은 강변에 있었다. 리셉션에 있는 직원은 “네 방에 가면 경기장(stade)가 보이는 걸 알고 있느냐”고 말했다. 깔끔한 방에 들어서니 큰 창으로 스타드 오귀스트 들론이 보였다. 아무것도 시야를 방해하지 않았다. 다시 예약 서류를 보니 ‘스타드 뷰’라고 써 있었다. 짐을 풀고 난 뒤 10분 정도 코파가 뛰었고 석현준이 뛰고 있는 경기장을 바라봤다. 호텔에서 경기장까지도 1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었다.

테텡저 사무실에 있는 여자월드컵 기념 한정판 포스터

샴페인, 랭스가 자랑하는 삶의 방식

샴페인은 랭스의 자부심이다. 프랑스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어도 랭스 지방에서 만든 발포성 와인에만 삼페인이라는 이름을 허용한다. 다른 지방에서 만든 것은 크레망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샴페인은 술이 아니라 랭스 지역의 상이고 삶이기도 하다. 호텔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테텡저 샴페인 하우스를 찾았다. 1734년에 문을 연 이 샴페인 회사는 화려하진 않지만 자존심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다. 한국에도 연간 7천병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4세기부터 존재했고, 테텡저도 창업 이후 써온 지하 저장고(cave)에 들어가자 엄청나게 쌓여 있는 샴페인병을 만날 수 있었다. 가이드를 맡은 테텡저 직원은 샴페인을 만드는 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것인지를 알려줬다. “그래서 조금 비싸다”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지하 저장고를 보다가 작은 조각상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샴페인(랭스)의 수호성인 성 니캐스였다. 그는 반달족이 랭스를 침략했을 때 저항했던 랭스의 주교로, 샴페인을 만드는 이들의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지하 저장고를 나와 시음을 하러 가는데 직원이 갑자기 ‘풋볼리스트’를 따로 불렀다. 현 사장인 피에르-엠마뉘엘 테텡저의 아들이자 현재 상무인 클로비스 테텡저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다. 축구와 도시를 취재하러 왔다는 이야기에 클로비스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쓴다는 큰 방에서 조금 기다리자 클로비스가 나왔다. 그는 “서울에서 왔나? 나는 서울에 두 번이나 가봤다. 현대적이고 매력적인 도시”라며 인사했다.

테텡저 지하 저장고

클로비스는 “우리는 FIFA 공식후원사다. 이번 여자월드컵을 앞두고도 공식 포스터까지 만들어 회사에 전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들어오면서 봤던 기하학적인 포스터가 여자월드컵 포스터였던 것이다. 클로비스는 “랭스와 테텡저 샴페인 그리고 축구는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우리는 월드컵 때마다 기념 샴페인을 만든다”라며 웃었다. 그는 스타드드랭스 경기도 빼놓지 않고 찾는다고 했다. 그는 랭스에서 태어난 이들은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자랐다. 샴페인과 축구는 랭스 사람들의 삶이 방식과도 같다. 우리는 그런 특유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풋볼리스트

취재 협조= 프랑스 관광청(kr.france.fr), 에어프랑스 (airfrance.co.kr),  레일유럽 

류청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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