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해외 이적은 미묘하다. 축구만 잘한다고 해서 그 팀과 그 사회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응하지 못하면 축구 자체도 힘들어질 수 있다.

 

2019시즌을 앞두고 FC서울에 입단한 우즈베키스탄 선수 이크로미온 알리바예프는 K리그와 한국에 빠르게 적응 중이다. 알리바예프는 한국에서 운전대를 처음 잡았다. 그는 면허증을 따고도 ‘장롱면혀’로 간직하다가 서울에서 운전을 시작했다. 운전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서울이지만, 알리바예프는 “할만하다”라며 웃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식당 호지보보에서 ‘풋볼리스트’와 인터뷰 한 날도 직접 운전을 하고 왔다.

 

“한국 운전자들은 친절하다. 강남은 차가 많긴 하지만 괜찮다. 우즈베키스탄보다 질서를 잘 지키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운전 중에 갑작스러운 상황을 많이 만날 수 있다(웃음).”

 

알리바예프는 말이 짧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말이 없는 선수라는 평을 듣는다. FC서울 홍보팀 직원들 이야기도 비슷하다. 우즈베키스탄 통역이 없을 때 이야기였다. 우즈베키스탄 식당에 앉아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먹으며 우즈베키스탄 통역과 함께 하니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대리인도 “원래 저렇게 말을 많이 했나”라며 고개를 갸웃거렸을 정도다. 그는 ‘풋볼리스트’에게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소개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김치 OK, 에스프레소 좋아

알리바예프는 한국 생활을 3개월 이상 했지만 한국 음식과는 크게 친밀하지 않았다. 그는 집에서는 ‘형님(알리바예프 생활 전반을 돕는 우즈베키스탄인)’이 해주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먹고, 동료들과는 이탈리아 음식이나 서양 음식을 주로 먹는다고 했다. 알리바예프는 “강남과 동대문에 우즈베키스탄 식당도 있고 빵집도 있어서 필요한 것은 거기서 해결한다. 집에서는 형님이 해주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먹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음식은 거의 접하지 않았으나 김치는 좋아한다고 했다. 알리바예프는 “우즈베키스탄에는 고려인(옛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의 독립 국가 연합 전체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이르는 말)이 많다. 그래서 김치도 익숙하다”라며 “우즈베키스탄 김치와 한국 김치는 아주 조금 다르다. 한국 김치가 조금 더 맵다. 그래도 둘 다 맛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있으니 다른 한국음식도 먹어보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알리바예프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지니고 있었다. 저렴할 뿐 아니라 맛있다고 했다. 그는 팀 동료들을 데려와 곧 식사를 대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알리바예프는 박주영이 동료들에게 밥을 산 뒤 249만 원을 냈다는 이야기에 “우즈베키스탄 식당에서는 절대로 그 정도 금액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며 “배부르게 먹어도 100만원 정도면 될 것 같다. 일단 오늘 영수증만 확인하겠다”라며 웃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 커피 취향을 바꿨다. 팀 동료 페시치 때문이다. 알리바예프는 “우즈베키스탄도 훈련이 끝난 뒤 팀 동료들과 커피를 함께 마신다”라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부드러운 카푸치노를 즐겼었는데 최근에는 에프스프레소를 마신다. 페시치가 카푸치노를 마시는 나를 보며 ‘너는 지금 수프를 먹는 거야, 커피를 마시는 거야’라고 말하더라. 그 이후로 양이 적은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다”라고 말했다.

#카파제가 추천한 K리그, 최종 목표는 유럽

알리바예프는 K리그를 예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다. 세르베르 제파로프와 게인리히 그리고 티무르 카파제가 뛰는 모습을 챙겨보기도 했다. K리그뿐 아니라 한국 대표팀 선수들 활약상도 챙겨보고 있었다. 알리바예프는 “박주영이 유럽에서 뛰던 시절부터 봤었다. AS모나코와 아스널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온 시기도 알고 있다”라며 “박주영은 정말 좋은 선수이고, FC서울의 레전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K리그 이적을 놓고 고민하던 알리바예프는 인천에서 뛰었던 카파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알리바예프와 카파제는 로코모티프타슈켄트에서 함께 뛰었었다. “카파제는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K리그에 필요한 시기라며 적극적으로 한국 이적을 지지했다. 한국 수준이 더 높기 때문에 많은 기회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해줬다. 다만 수준이 높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조언도 해줬다.”

 

그는 K리그에 만족하고 있다. 알리바예프는 “정말 좋다. 리그 수준도 높고, 시설도 훌륭하다. 게다가 선수들도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 나는 이런 환경이 좋다. 불편한 것도 거의 없다”라며 “K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우승하는 게 목표다. 그래야 우즈베키스탄으로 마음 편하게 돌아갈 수 있다. K리그에서 인정 받아야 최종 목표인 유럽으로 갈 기회도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팀 동료 중에서는 박동진, 정원진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알리바예프는 많이 뛰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그게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이 무서워 많이 뛰는 것 아니냐?”는 농담에는 미소로 답했다. 알리바예프는 “감독이 많이 뛰는 걸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나도 원래 그런 축구를 좋아한다”라며 “감독이 무섭기도 하다.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화가 나도 그렇고 기분이 좋아도 그렇다. 3개월 같이 지냈는데 모를 수가 없다”라고 했다.

#어머니와 친구가 그리운 청년

알리바예프는 매일 어머니와 영상 통화를 한다. 그는 “우리 나라에서는 자식과 부모님 사이가 가깝다. 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결혼해도 분가하지 않을 정도다”라며 “5월에 부모님이 한국에 온다. 아들에게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해주기 위해서다. 영상 통화를 할 때마다 식사를 제대로 못할 까봐 걱정을 많이 한다”라고 했다.

 

그는 서울 이적이 확정된 후 어머니가 따로 불러 한 ‘지시’에 관해서도 살짝 밝혔다. 알리바예프는 “어머니가 한국 여자와 결혼하면 안 된다고 했다. 사귀는 것도 안 된다고 했다. 결혼은 우즈베키스탄 여자와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풋볼리스트’가 약속을 지킬 것이냐고 묻자 “당연하다. 부모님 말씀은 꼭 들어야 한다. 1년은 무조건 지킬 것”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알리바예프는 한국에 온 초기에는 “모임도 그리웠다”라고 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1주일에 3~4번 정도 집으로 손님을 초대했고, 친구들 모임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구들이 모이면 밥을 같이 먹고 노래방도 가고 그랬다. 한국처럼 노래방이 많지 않지는 않지만,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며 음식 먹는 문화는 있다”라며 “처음에는 그런 부분이 그립기도 했으나 이제 여기에 적응해야 한다. 그래도 재미있게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 다른 환경에서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외국 생활이 처음인 알리바예프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는 엄혹한 서울 교통환경 속에서 운전도 배웠고, 맛있는 우즈베키스탄 식당이 어딘지도 스스로 알아냈다. 팀 동료들과 화합하면서 K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중심과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사진=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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