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다보르 수케르와 즈보니미르 보반이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인 마리오 만주키치와 루카 모드리치가 이뤘다.

 

크로아티아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잉글랜드와 한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전에서 연장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이반 페리시치와 마리오 만주키치가 골을 넣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 사상 처음으로 참가해 3위를 차지했던 크로아티아는 20년만에 꿈에 그리던 결승에 올랐다.

 

인구 4백만에 불과한 크로아티아는 ‘발칸의 브라질’이라고 불릴 정도로 축구 실력이 뛰어난 나라로 평가 받았었다. 수케르, 보반, 지금은 보스니아 국가대표팀 감독인 로베르트 프로시네츠키, 로베르트 야르니 등은 처음 진출한 월드컵에서 자신들이 지닌 기량을 유감 없이 보여주며 4강에 올랐으나 4강에서 지네딘 지단과 철의 4백이 버틴 프랑스에 패했다.

 

“1998년, 나는 프랑스 현지에서 조별리그 3경기를 응원했었다. 모든 크로아티아 사람은 튀랑에게 2골을 내주고 1-2로 패했던 그 경기를 기억했다. 그 경기는 20년 동안 우리의 토론 주제였다.”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 경기 후 인터뷰에서)

 

20년전 이 환희와 아쉬움이 섞인 장면을 봤던 어린이들은 러시아에서 자신들의 우상을 뛰어 넘었다. 즐라트코 달리치가 이끄는 크로아티아는 조별리그에서 리오넬 메시가 버티는 아르헨티나를 3-0으로 꺾으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토너먼트에서는 3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르면서도 계속 전진했다.

 

황금세대로 불리면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선수들은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월드컵에서 감동을 줬다. 황금세대 구성원인 만주키치, 페리시치, 모드리치, 라키티치는 모두 30대다. 이들은 토너먼트 3경기에서 모두 120분 혈투를 벌이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평균연령이 26세에 불과한 잉글랜드도 이겨냈다.

 

“이건 결코 기적이 아니다…우리는 가슴으로 뛰었다.” (마리오 만주키치)

 

크로아티아는 결승 진출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였다. 가장 단단하게 수비했고, 공격적으로도 좋은 기록을 냈다. 크로아티아는 벨기에에 이어 최다득점 공동 2위(12골, 잉글랜드와 동률)에 있다. 슈팅 숫자에서도 브라질에 이어 2위(100개)에 올랐다. 크로아티아는 그저 버티며 결승에 오른 게 아니다.

 

“20년 전, 나는 고향인 오미스로 돌아왔다. 내 뿌리는 크로아티아에 있고, 나는 크로아티아 유니폼을 입고 있다. 나는 조국을 위해 뛰는 꿈만을 꿨고, 우리를 결승으로 보낼 가장 중요한 골을 터뜨렸다.” (이반 페리시치)

 

크로아티아는 20년 만에 결승 진출 꿈을 이뤘고, 결승에서 20년 전 아픔을 준 프랑스와 만난다. 드라마와 같은 구도다. 프랑스는 크로아티아를 반기고 있다. 크로아티아도 마찬가지다. 수케르와 보반 그리고 야르니가 넘지 못했던 프랑스를 그들을 보고 자랐던 아이들이 넘으려고 한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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