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잉글랜드는 결승전이 아닌 3위 결정전을 치른다. 골을 넣지 못하는 플레이로 ‘축구의 귀향’은 무리였다.

잉글랜드는 12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준결승에서 크로아티아에 1-2로 지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잉글랜드는 14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벨기에와 3위 결정전을 치르게 된다.

잉글랜드의 전술적 한계가 드러난 경기였다. 잉글랜드는 과거 어느 대회보다도 수비 안정을 중시한 덕분에 모처럼 4강까지 올랐다. 스리백을 중심으로 한 수비와 빌드업은 전술적으로 짜임새가 있었고, 선수들의 기량도 충분히 좋았다.

잉글랜드 경기력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안정적인 수비에 이어 역습까지 원활해야 했다. 특히 스리백의 핵심인 좌우 윙백의 공격 가담이 효과적일 때 잉글랜드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라이트백 키에런 트리피어는 이번 대회 잉글랜드의 핵심 선수였다.

그러나 점점 수비에 치중하던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전에서 적정 수준을 넘어버렸다. 선제골까지만 좋았다. 전반 5분 트리피어가 직접 프리킥으로 골을 터뜨렸다. 트리피어는 데이비드 베컴에 이어 월드컵 본선에서 득점한 잉글랜드 사상 두 번째 선수다. 또한 8강 스웨덴전에서 골을 넣은 해리 맥과이어에 이어 월드컵 데뷔골을 넣은 두 번째 수비수이기도 했다.

자꾸 수비수들의 데뷔골이 나오는 건 그만큼 공격진의 득점력이 부실하다는 뜻이었다. 잉글랜드는 세계적인 공격수 해리 케인을 중심으로 라힘 스털링, 제시 린가드, 델리 알리 등 탁월한 스피드와 기술을 겸비한 2선을 보유하고 있었다. 린가드와 알리가 포함된 미드필드 구성은 이적 자원만 보면 매우 공격적이었다. 그러나 구성에 비해 공격력은 형편없었다.

크로아티아전에서 안정적인 수비에 지나치게 치중한 잉글랜드는 효과적인 역습을 거의 하지 못했다. 역습 없이 수비만 하는 축구로는 일방적으로 두들겨맞는 신세를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잉글랜드는 슈팅 횟수에서 11회 대 22회로 크게 뒤쳐진 경기를 했다. 유효 슛은 2회 대 7회로 더 격차가 벌어졌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 잉글랜드의 최고 무기인 세트피스는 한 번 더 효과를 발휘했다. 연장전에 존 스톤스의 헤딩슛이 거의 들어갈 뻔했으나 크로아티아 수비수 시메 브르살리코가 골라인에서 걷어냈다.

트리피어와 스톤스의 슛이 유효슛의 전부였다. 그 외에는 린가드가 3회, 케인이 2회 슛을 날리는 등 공격진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너무 수세에 몰리자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마커스 래시포드와 제이미 바디를 차례로 투입했다. 두 선수 합쳐서 단 하나의 슛도 나오지 않았다.

과거 잉글랜드는 제대로 수비 위치선정을 하는 미드필더 한 명 없이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만 잔뜩 투입하는 축구로 스타들을 낭비해 왔다. 러시아월드컵에 이르러 선수들의 명성은 떨어졌지만 한결 전술적으로 짜임새가 생겼고, 더 나아진 수비로 4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그 이상 올라가기에는 공격이 너무 부실했다. 세트피스만 있고 오픈 플레이가 없는 공격이 보인 한계다.

이번 대회 4강 진출팀 중 가장 공격이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는 득점왕을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 조별리그에서 골을 몰아쳐 현재 6골을 넣은 해리 케인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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