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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1st] ‘3연속 연장’ 크로아티아, 정신이 신체를 이기는 감동
김정용 기자 | 승인 2018.07.12 05:57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지난 두 차례 사투에 모든 힘을 쏟아냈지만, 크로아티아는 잉글랜드에 거짓말처럼 승리를 거뒀다.

12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준결승을 치른 크로아티아가 잉글랜드를 2-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선제골은 잉글랜드가 넣었지만 크로아티아가 후반전 동점골, 연장전 역전골로 감동적인 승리를 거뒀다.

크로아티아가 뒤로 갈수록 강해질 거라 예상하기 힘든 경기였다. 크로아티아는 16강, 8강전을 모두 승부차기 혈투로 치렀다. 이와 달리 잉글랜드는 16강만 승부차기였고,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했기 때문에 조별리그 3차전이었던 벨기에전에서 집단적으로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훨씬 덜한 상태였다.

크로아티아는 체력 회복이 완벽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특히 33세인 모드리치는 조별리그에서 단 한 번 막판에 교체된 것을 제외하면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며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긴 시간을 소화했다. 30세인 라키티치 역시 두 차례 승부차기 혈투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는 등 전 경기 출장을 기록해 왔다.

초반부터 잉글랜드가 주도권을 잡은 건 더 경쾌한 몸놀림에서 기인했다. 크로아티아 진영 중앙을 민첩하게 파고든 제시 린가드가 패스를 했고, 델리 알리가 공을 받아 침투하려다 프리킥을 얻어냈다. 이 기회를 전담 키커 키에런 트리피어가 멋진 프리킥으로 살렸다. 잉글랜드가 이번 대회에서 넣은 12골 중 9골이 세트피스였다.

득점 이후에도 여전히 잉글랜드가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특히 전반 30분 린가드의 패스를 받은 해리 케인의 슛이 들어갔다면 잉글랜드는 승리를 거의 확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니엘 수바시치 골키퍼의 선방이 크로아티아를 살렸다. 케인이 공을 주워 재차 날린 슛은 골대와 수비시치를 번갈아 맞고 골대를 벗어났다.

잉글랜드는 이른 선제골 이후 웅크리고 수비에 집중했다. 크로아티아가 좋은 플레이를 했다면 얼마든지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었지만 크로아티아 공격이 무뎠다. 특히 좌우 풀백인 이반 스트리니치와 시메 브르살리코가 제대로 오버래핑하지 못하면서 공격의 활로가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잉글랜드가 너무 일찍 수비에 치중하기 시작한 건 패착이었다. 크로아티아는 공을 많이 만지면서 무거운 몸이 뒤늦게 풀렸고, 점점 원래 실력이 나오기 시작했다. 좌우 풀백은 총알같은 오버래핑을 하지 못했지만 한 박자 늦게라도 공격에 가담해 얼리 크로스를 올렸다.

브르살리코의 첫 번째 인상적인 공격 가담이 곧 동점골로 이어졌다. 후반 23분이었다. 브르살리코가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릴 때 이반 페리시치의 문전 쇄도가 기막혔다. 카일 워커의 사각에서 튀어나와 높은 공에 발을 살짝 대며 골대 안으로 공을 밀어 넣는 멋진 슛이었다. 크로아티아의 집요한 공격, 잉글랜드의 소극적인 경기 운영이 동점골로 이어졌다.

페리시치는 곧바로 역전까지 만들 뻔했다. 잉글랜드 문전을 돌파해 날린 특유의 왼발 슛이 아슬아슬하게 골대에 맞고 튕겨 나왔다. 이 공을 안테 레비치가 밀어넣으려 했으나 조던 픽포드 골키퍼에게 안겨주고 말았다.

잉글랜드는 동점골을 내준 뒤 다시 경기 템포를 끌어올리고 득점 기회를 만들어야 했지만 쉽지 않았다. 크로아티아는 기세를 타고 오히려 더 컨디션이 나아졌다. 좌우 수비수의 오버래핑, 페리시치의 헌신적인 전방 압박으로 잉글랜드를 빌드업 단계부터 괴롭혔다. 크로아티아는 경기에 완벽하게 몰입한 선수들을 그대로 활용했다. 수세에 몰린 잉글랜드가 교체 카드를 두 장 쓴 반면 크로아티아는 후반전이 끝날 때까지 쓰지 않았다.

연장전 초반에 잉글랜드가 약 10분 정도 주도권을 잡았다. 이때 나온 코너킥 기회에서 존 스톤스가 완벽한 헤딩슛을 날렸으나 브르살리코가 골라인 위에 서 있다가 머리로 걷어냈다. 스톤스 입장에선 엄청난 불운이었다. 이 장면이 잉글랜드의 마지막 결승골 기회였다.

모드리치가 조금씩 다리가 풀리는 듯 실수하는 모습이 늘어났지만, 크로아티아는 다시 주도권을 찾았다. 만주키치와 교체 투입된 안드레이 크라마리치가 번갈아 골문으로 쇄도했다.

연장 후반 4분, 크로아티아는 승부차기를 거부했다. 연장 후반 4분, 드디어 역전골이 터졌다. 피바리치의 얼리 크로스를 잉글랜드 수비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다. 페리시치의 헤딩 패스를 향해 만주키치가 비호같이 쇄도해 왼발을 단 한 번 휘돌러 골을 터뜨렸다. 경기 내내 수비수들의 견제에 막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만주키치가 드디어 잉글랜드 스리백을 굴복시킨 순간이었다.

잉글랜드는 마지막 네 번째 교체카드를 쓴 직후 키에런 트리피어가 부상을 당해 단 10명으로 공격해야 하는 악재까지 맞았다. 결국 경기가 끝날 때까지 크로아티아가 여전히 우세한 경기를 했다. 잉글랜드는 넘어간 경기 흐름을 돌려놓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크로아티아는 연장전 들어 스트리니치, 안테 레비치, 만주키치, 모드리치가 차례로 더 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교체됐다. 신체적인 피로는 이미 잉글랜드의 젊은 선수들을 이기기 힘든 상태였지만 놀라운 집중력으로 승리를 일궈냈다. 반면 잉글랜드는 정신적, 전술적으로 너무 소극적인 모습이 패배를 불렀다.

사상 첫 결승에 진출한 크로아티아는 16일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프랑스와 우승을 다툰다. 잉글랜드는 14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벨기에와 3위 결정전을 치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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