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상대보다 많이 뛴다고 축구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이 뛰는 것보단 효율적으로 뛰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잉글랜드는 많이 뛰고도 효율성 부족에 결승행이 좌절됐다.

‘축구를 집으로 가져오겠다’던 잉글랜드의 계획이 4강에서 좌절됐다. 잉글랜드는 12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크로아티아에 1-2로 패했다. 전반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 갔으나 후반에는 이반 페리시치, 연장에서는 마리오 만주키치에게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잉글랜드 현지에서는 결승행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스리백 전술이 물 오른데다 세트피스 기회에서 탁월한 결정력을 보이며 득점을 쌓아왔다. 게다가 상대 크로아티아는 2경기 연속으로 120분을 뛰며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체력이 고갈된 크로아티아는 눈에 띄게 발이 무거웠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전진해서 상대를 압박하는 대신 공간을 지키며 경기를 운영했다. 전략적으로 체력을 아끼는 듯한 모습이었다. 잉글랜드는 전반 5분만에 키어런 트리피어가 선제골을 넣으며 순조롭게 경기를 시작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120분 동안 148km를 뛰었다. 143km를 뛴 크로아티아 선수들보다 5km 더 많은 수치다. 제시 린가드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5.7km를 뛰었고,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도 13.9km나 뛰었다.

더 많이 뛴 잉글랜드가 패배한 이유는 효율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이 뛰긴 했지만 잘 뛰지는 못했다. 슈팅 숫자에서는 22대11로 2배가 차이났고, 크로아티아가 유효슈팅 7개를 때리는 동안, 잉글랜드의 유효슈팅은 득점으로 연결된 트리피어의 슈팅 1개에 불과했다. 패스 횟수도 140회 이상 차이가 났다. 크로아티아가 태클로 16번 공을 따낸 반면, 잉글랜드는 4번에 그칠 정도로 적극성도 부족했다.

린가드는 잉글랜드 선수 중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뛴 거리도 가장 많았고, 스프린트 횟수도 71회로 팀 내 최다였다. 그러나 중요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진 못했다. 패스 성공률은 89%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엇나갔고, 슈팅 3개도 모두 골문을 벗어났다.

최전방 공격수 케인이 무려 13.9km나 뛰었다는 것도 잉글랜드의 고민 중 하나다. 케인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가장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공격수다. 그러나 중원에서 공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동료들의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면서 앞에서 홀로 고군분투할 수 밖에 없었다. 골문에서 떨어져 움직이다 보니 정확한 슈팅을 시도하기도 어려웠다. 케인은 이날 유효슈팅을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크로아티아는 훨씬 효과적으로 움직였다. 체력 부담을 안고 있는 이반 라키티치와 루카 모드리치는 간결한 패스로 경기를 풀어줬고, 상대적으로 힘이 비축된 마르첼로 브로조비치가 후방에서 굳은 일을 담당했다. 브로조비치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6.3km를 뛰며 높은 패스성공률과 태클 정확도를 골고루 보여줬다.

잉글랜드는 4강에 진출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팀을 맡고 난 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세대교체에 성공했고, 새로운 전술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잉글랜드 선수단은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로 채워져 있다. 이들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경험을 더 쌓고 효율적으로 뛸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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