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위.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초호화 군단의 리그. 가장 화려한 축구를 구사하는 리그. 현대 축구의 발전상을 따라가려면 스페인라리가를 놓쳐선 안 된다. 'Football1st'는 세계 축구의 1번가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축구 소식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레알마드리드의 ‘갈락티코 2기’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3연속 우승과 함께 끝났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지네딘 지단 감독의 이탈은 레알에 새 정체성이 필요하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호날두는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33세 호날두는 역대 30대 선수 최고 이적료는 1억 유로(약 1,310억 원)에 떠났다. 호날두에 앞서 UCL 3연패를 이끈 지단 감독이 사임을 선언했다. 레알의 차기 감독은 논란 끝에 부임한 훌렌 로페테기 전 스페인 대표팀 감독이다.

흔히 말하는 ‘갈락티코 2기’는 2009년 호날두를 9,400만 유로(약 1,232억 원)에 영입하는 등 카카, 카림 벤제마, 사비 알론소까지 단 4명에게 2억 2,850만 유로(약 2,994억 원)를 퍼부어 화려하게 출범했다. 바르셀로나에 완전히 밀린 상태였던 레알은 스타들의 힘을 빌어 곧장 ‘2강 체제’를 만들어냈다. 카카만 제외하면 모두 레알의 성공에 한 몫을 한 선수들이었다.

이후 레알의 슈퍼스타 이미지는 2009년 영입 멤버 위주로 유지되다가, 2013년 가레스 베일이 1억 100만 유로(약 1,324억 원)에 영입되며 증폭됐다. ‘2014 브라질월드컵’ 직후 득점왕인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7,500만 유로(약 983억 원)에 영입되며 명맥을 이었다.

그러나 ‘갈락티코 2기’에 추가된 슈퍼스타 두 명은 모두 실패했다. 베일은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특히 아낀 선수지만 연이은 부상으로 기대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메스는 레알 적응에 실패하고 바이에른뮌헨으로 떠났다.

지난 2년 동안 레알은 오히려 돈을 버는 팀이었다. 2016년과 2017년 연속으로 이적 시장에서 흑자를 냈다. 특히 지난해는 테오 에르난데스, 다니 세바요스 두 명만 영입하며 긴축에 가까운 이적 시장을 보낸 반면 알바로 모라타, 다닐루를 통해 거액을 벌어들이며 장사수완을 발휘했다. 올여름 역시 흑자가 예상되는 건 마찬가지다. 이미 호날두를 통해 번 돈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스타가 영입되더라도 큰 폭의 손실이 기록될 가능성은 낮다. 내년 여름에도 거액의 수입이 예정돼 있다. 바이에른으로 임대 중인 하메스가 완전 이적할 경우 6,500만 유로(약 852억 원)로 알려진 이적료를 일단 벌고 여름을 시작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며 갈락티코는 서서히 해체돼 왔다. 여전히 'BBC‘ 중 호날두를 제외한 베일과 벤제마가 남아 있지만 아무도 이 둘을 레알의 중심이라고 보지 않는다. 베일은 부상, 벤제마는 기량 저하 때문에 관심에서 멀어졌다.

단순히 스타가 많은 팀과 ‘갈락티코’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 다른 팀들과는 차원이 달라 보일 정도로 화려한 팀이어야 갈락티코 마케팅이 성립한다. 레알이 2000년부터 5년에 걸쳐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오언을 차례로 영입했던 것이 그 예다. 이들 중 3명이 발랑도르 수상자였고 피구는 레알 이적 직후 수상했다. 베컴은 발롱도르 2위까지 올랐다. 세계 최고 슈퍼스타가 여러 명 있어야 갈락티코 마케팅이 성립한다. 루카 모드리치와 토니 크로스처럼 탁월한 실력에 비해 스타성이 낮은 선수들은 우승에 도움이 되지만 갈락티코 마케팅의 근간이 될 수 없다.

갈락티코 마케팅을 계속할 수 없는 건 유명 선수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치솟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폴 포그바가 2016년 세계 이적료 기록을 갈아치운 뒤 이적료 인플레이션 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됐다.

역대 이적료 1위부터 5위에 해당되는 이적이 모두 지난 1년 동안 발생했다. 그중 레알 선수는 없다. 특히 네이마르의 역대 1위 이적료는 베일의 두 배가 넘는 2억 2,200만 유로(약 2,909억 원)다. 레알은 이적료 신기록을 경신할 능력이 충분한 팀이지만, 아무리 레알이라도 그런 영입을 여러 명 터뜨리면서 다른 포지션까지 보강할 능력은 없다. 베일과 하메스의 예에서 보듯 슈퍼스타가 부진할 경우 성적과 마케팅 효과가 모두 곤두박질친다는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 또한 맨체스터시티, 파리생제르맹 등 슈퍼스타 구단이 다른 나라에서 등장해 버렸기 때문에 레알은 ‘세계에서 유일한 팀’이 될 수 없는 처지다.

레알은 새로운 영입 정책이 필요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팀 레알은 최근 실속 있는 영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스페인과 브라질의 유망주들이다.

 

‘스페인 대표팀이 곧 레알’ 정책

레알이 외부 스타 영입에 주력한 시기, 세계 최강 스페인 대표팀의 정체성은 바르셀로나를 따라가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전성기와 스페인의 전성기는 동시에 찾아왔다. 차비 에르난데스가 은퇴 수순을 밟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기량이 쇠퇴하기 시작한 브라질월드컵부터 스페인은 몰락했다. 차비의 마지막 대회였던 브라질월드컵에서 바르셀로나 선수는 스페인 대표팀 중 7명이나 됐다. 레알 선수는 단 3명이었다.

레알이 처음부터 스페인 대표 수집에 열을 올린 건 아니었다. 그 발단은 행운이었다. 레알이 2015년 영입해 둔 유망주 루카스 바스케스, 마르코 아센시오가 어엿한 로테이션 멤버이자 스페인 대표로 성장했다. 두 선수의 이적료는 도합 450만 유로(약 59억 원)에 불과했다. 말라가의 에이스였던 이스코도 그리 비싸지 않은 3,000만 유로(약 393억 원)에 영입했다. 여기에 2군 출신인 나초, 다니 카르바할(바이엘04레버쿠젠으로 이적했던 걸 650만 유로에 재영입) 등이 더해졌다.

그 결과 ‘2018 러시아월드컵’ 대표 중 레알 소속은 6명이나 됐다. 바르셀로나 소속은 4명으로 줄었다. 지난 7차례 월드컵 중 레알 선수의 비중이 가장 높은 대회다. 32세인 세르히오 라모스를 제외하면 모두 다음 월드컵까지 참가할 수 있다. 발전 가능성까지 남아 있는 선수들이다. 앞으로도 ‘레알풍 스페인’이 유로와 월드컵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

유소년 선수의 산실도 어느새 바르셀로나가 아니라 레알로 이동했다. 비록 레알에서 자리 잡는데 실패했지만 헤세 로드리게스, 알바로 모라타는 적잖은 이적료 수입을 안겨 준 유망주들이다.

스페인 선수 영입에 재미를 붙인 레알은 2년 전부터 영입 콘셉트를 확실하게 잡았다. 2년 전 영입한 모라타(현 첼시), 지난해 영입한 다니 세바요스와 테오 에르난데스 모두 스페인 대표이거나 곧 대표가 될 유망주들이었다. 에르난데스는 프랑스 유소년 대표 출신이지만 스페인 A대표를 선택할 거라는 전망과 함께 영입된 경우다.

레알은 올여름을 앞두고 알바로 오드리오솔라를 미리 영입해 뒀다. 레알소시에다드의 특급 풀백 유망주로 이름을 날린 오드리오솔라는 카르바할의 백업으로 러시아월드컵에 이미 참가했다. 오드리오솔라를 포함시킬 경우 월드컵 대표 중 레알 선수는 7명으로 늘어난다. 이미 특급 선수에 가까운 오드리오솔라의 이적료는 3,000만 유로였다.

스페인 선수들은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스코와 카르바할은 주전이었고 나초, 바스케스, 아센시오는 각각 출장 시간에서 팀 내 12위, 13위, 14위인 핵심 로테이션 멤버였다.

레알의 새로운 영입 전략은 바이에른뮌헨과 비슷한 면이 있다. 바이에른은 독일분데스리가 각 팀의 독일 대표급 선수를 긁어모으는 것으로 유명한 팀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바이에른 소속 독일 선수는 7명이었다.

스페인과 독일은 유소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특급 유망주가 계속 발굴되는 나라라는 점이 비슷하다. 스페인 축구계의 인재풀이 넓어졌기 때문에 레알 입장에선 굳이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릴 필요 없이 스페인라리가에서 검증된 자국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마케팅 측면에서나 위험 감소 측면에서 모두 좋은 선택이다.

‘미래의 네이마르’에게는 과소비도 감수한다

그러나 젊은 스페인 선수로만 스쿼드를 채워서는 계속 우승을 할 수도, 스타 이미지를 유지할 수도 없다. 호날두의 대체자는 필요하다. 가장 유력한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네이마르와 에덴 아자르 모두 레알은 영입할 능력이 충분하다. 킬리앙 음밥페 역시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선수다. 하메스가 레알로 돌아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2년 임대 후 완전이적 형식으로 바이에른으로 떠났지만, 하메스가 1년 만에 레알 복귀를 원한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래에 네이마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일찌감치 붙잡아놓는 작업도 이뤄졌다. 플라멩구 소속 18세 유망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지난해 이미 영입해 뒀다. 아직 프로 데뷔도 하지 않은 유소년 선수를 영입하는데 4,500만 유로(약 590억 원)나 퍼부으며 논란을 불렀다. 라이벌 바르셀로나와 영입 경쟁이 붙자, 레알은 ‘이번에도 네이마르를 바르셀로나에 빼앗길 수는 없다’며 과소비를 감수했다. 만 18세 이전까지 이적할 수 없다는 국제 규정에 따라 비니시우스는 이번 시즌 합류한다.

똑같은 상황이 1년 만에 또 반복됐다. 산투스의 유망주 호드리구는 프로 선수로 데뷔한지 단 6개월 만인 올해 5월 레알 이적에 합의했다. 이번 이적료 역시 비니시우스와 같은 4,500만 유로로 알려져 있다. 비니시우스보다 한 살 어린 호드리구 역시 산투스에서 경험을 쌓는 시간을 가진 뒤 2019년에 레알로 합류한다. 이번에도 바르셀로나가 먼저 관심을 보이자 레알이 라이벌의 선수를 빼앗기 위해 과소비를 했다.

레알의 영입 전략은 스페인 유망주와 브라질 유망주의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장차 스페인 대표팀의 주축이 될 만한 젊은 스타를 영입해 유로, 월드컵에서 ‘레알이 곧 스페인’인 구도를 유지한다. 자국 내 마케팅 효과와 함께 비슷한 플레이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영입 전략이다. 그리고 미래에 네이마르처럼 성장해 레알을 이끌거나 거액의 이적료를 안겨줄 수 있는 브라질 유망주에게는 지나치더라도 거금을 투자한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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