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깜짝 발탁의 주인공 문선민은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신태용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인상적인 첫 경기를 펼쳤지만 동료와의 호흡은 가다듬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았다.

문선민은 28일 대구광역시 수성구의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온두라스의 평가전에서 후반교체 투입돼 A매치 데뷔골을 넣었다. 후반 10분 이청용 대신 교체 투입되는 순간, 문선민은 생애 첫 A매치 출전을 이뤄냈다.

한국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26분, 황희찬이 공을 잡고 왼쪽 측면을 내달렸다. 왼쪽에서 낮게 찔러준 패스의 종착지에는 문선민이 서있었고, 공을 잡은 문선민은 주위에 수비가 달라붙고 있는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발휘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이 골은 한국의 승리를 결정짓는 쐐기골이 됐다.

문선민은 신 감독이 처음 소집 명단을 발표했을 때부터 조커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 선수다. 한국이 플랜A를 유지하며 4-4-2 포메이션을 활용할 때 양쪽 측면의 주전은 이재성과 권창훈이었다. 문선민은 이승우, 이청용 등과 함께 뒤를 받칠 선수로 거론됐다. 권창훈이 부상으로 낙마한 후에도 평가는 비슷했다.

후반 투입되는 조커에게 거는 기대는 체력의 우위를 앞세워 많이 뛰고,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것이다. 문선민은 이 역할에 충실했다. 악착같이 뛰어다니며 상대 수비를 압박했고, 최전방 공격수와 위치를 바꾸면 문전으로 침투해 골까지 만들어냈다. 소속팀에서 인천유나이티드에서 무고사와 호흡을 맞추며 자주 보여주던 장면이다.

득점에 성공한 것은 좋았지만, 전반적인 경기력은 신 감독과 본인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신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문선민은 초반 10분 정도 긴장했던 것 같다. 열심히 하는 건 보기 좋았지만 급하게 달려들었다”라며 “영상을 보면서 세밀하게 가다듬어줄 건 가다듬어주며 이야기를 해야겠다”라고 평가했다.

문선민 역시 자신이 부족한 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믹스트존에 나와서 그가 가장 먼저 한 말은 “의욕이 많이 넘치다 보니 우왕좌왕하고 잔실수가 많았다”라고 평가했다. 생애 첫 A매치를 치르는 선수라면 긴장을 안 할 수가 없다. 더욱이 문선민은 2009년 4월 13일 17세 이하(U-17) 대표팀 소속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경기한 이후 태극마트를 단 게 처음이었다. 문선민과 함께 A매치에 데뷔한 이승우가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월드컵도 경험했고, 큰 경기를 많이 뛰어봤기 때문에 주눅들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인터뷰 내내 문선민은 “잔실수가 많았다”라며 아쉬워했다. 득점 이후에는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었지만, 초반에는 동료들과 손발이 맞지 않는 장면이 여러 번 연출됐다. 스스로에게 10점 만점에 5점만 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선민에게는 아직 한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스웨덴을 대비한 스파링 파트너다. 문선민이 선발된 이유는 “스웨덴에 정형화된 선수”라는 평가를 얻었기 때문이다.

현재 대표팀 안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분류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이재성을 주전이라고 봤을 때 이승우와 이청용, 멀티 자원인 고요한과 김민우 정도가 문선민의 경쟁자다. 문선민이 최종 23인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온두라스전에서 미흡했던 동료와의 호흡이나 전술적인 움직임 등을 보완해야 한다. “자신 있는 드리블과 공간 침투 능력, 그리고 연계 플레이에서 능한 모습은 보스니아전에서는 꼭 보여드리겠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문선민의 각오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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