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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1st] 여기가 리버풀? '조선콥' 700명 UCL 단관하던 날
김완주 기자 | 승인 2018.05.28 13:00

[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리버풀이 13년 만에 유럽 정상에 도전하던 날. 리버풀에서 9,000km나 떨어진 대한민국 서울에서도 붉은 유니폼을 맞춰 입은 사람들이 운집했다.

27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NSC 올림피스키 스타디움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이 열렸다. 통산 13회 우승에 도전하는 레알마드리드와 6번째 우승을 꿈꾸는 리버풀이 격돌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UCL 결승에 진출한 기쁨이야 두 팀 팬 모두 똑같겠지만 리버풀 팬들의 분위기는 더 뜨거웠다. 레알은 3시즌 연속 결승에 진출한 단골이었고, 리버풀은 오랜 암흑기를 벗어나 결승에 안착했다. 영국 현지에서는 많은 리버풀 팬들이 전세기 7대를 나눠 타고 키예프로 날아갔고, 리버풀 홈구장 안필드에도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운집해 응원을 펼쳤다.

한국에 거주하는 리버풀 팬들(일명 조선콥)도 한자리에 모였다. 약 700여 명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이파크몰 옥상 ‘더베이스 서울’에 모여들었다. 이 단체관람 행사를 기획한 건 김성민 대표다. 김 씨는 한국 리버풀 팬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스포츠 펍 ‘봉황당’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3일, 김 씨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지 하나를 띄웠다. “리버풀의 새로운 역사를 위해, 봉황당이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한 이 글은 결승전 당일 리버풀을 응원하며 단체관람 할 사람들을 모은다는 내용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열흘간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청을 했다. 이들 모두가 함께 할 순 없었다. 공간 제약상 무작위 추첨으로 700명을 뽑았다.

결승전 킥오프 4시간 전 용산역에 도착했다. 대합실을 통과하는데 곳곳에 붉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출입구에서 입장을 돕는 스태프에게 인사했다. “조금만 더 빨리 오시지 그랬어요. 사람들 줄지어선 거 그림 진짜 좋았는데”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 순간에도 주위에 리버풀 팬이 족히 30명은 있었다.

옥상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왼쪽에는 스티븐 제라드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오른쪽에는 모하메드 살라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걸어 다녔다. 잔디밭에도, 계단 위에도 죄다 리버풀 팬이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리버풀에 가면 어떤 느낌이 들지 알 것만 같았다.

스크린이 설치된 실내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리버풀 유니폼을 차려 입은 사람들이 조이스틱을 들고 축구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선택한 팀도 물론 리버풀이었다. 단체관람이 펼쳐질 실내구장 안에는 더 많은 사람이 있었다. 모두 하나같이 리버풀 머플러를 두르고 있었고, 유니폼 상의뿐 아니라 하의와 스타킹, 모자까지 갖춰 입고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27일 자정이 됐다. 킥오프까지는 아직 3시간이 넘게 남아있었다. 사회자가 이벤트를 진행했다. OX퀴즈를 시작으로, 스무고개와 여러 게임이 이어졌다. 함께 온 연인들도 많았다. 사연도 제각각 이었다. 한 커플은 자신들을 “리버풀에서 처음 만나 연애를 시작했고, 리버풀로 신혼여행 가기로 약속했다”라고 소개했다. 리버풀이 우승하면 고백하려고 ‘썸녀’와 함께 온 남성 팬도 있었다. 700명 앞에 불려 나온 그는 용기를 내 고백을 했고 지켜보는 사람들은 “받아줘”를 연호했다. 그렇게 썸남썸녀는 연인이 됐다. 다른 남성 팬은 여자친구를 향해 “쿠티뉴는 리버풀을 떠났지만 난 너를 떠나지 않을게. 캐러거처럼 너에게 은퇴할게”라고 말하며 모두를 웃게 했다.

리버풀 팬만 이곳에 모인 건 아니었다.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참석한 사람도 있었다. 사회자가 “바르셀로나 팬도 오셨네요”라고 말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바르사 팬 김시온 씨는 리버풀 팬인 친구와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라이벌 팀인 레알과의 경기라서 리버풀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 빅이어를 레알에 쉽게 내줄 수는 없다”라며 3-1로 리버풀이 이길 거라고 예상했다. 스코어는 적중했다.

 

레알 유니폼을 입고 온 용감한 팬들도 있었다. 이들은 당연히 야유를 선물 받았다. 경기 시작 전 뒤쪽에 빠져있던 레알 팬들은 경기가 시작된 뒤 군중 속으로 합류했고, 경기가 끝나자 웃는 얼굴로 빠르게 자리를 떴다.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참가자는 이집트에서 온 유학생 새미(한국명 정새미) 씨다. 그가 앞으로 나오자 사람들은 “살라”를 연호했다. 새미 씨는 “풋살 하러 왔다가 우연히 아는 동생을 만났는데, 리버풀을 응원하는 행사가 있다고 해서 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환호를 보낼 때 내가 살라가 된 기분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타지에서 이렇게 사랑 받는다는 게 기쁘고 뿌듯하다”라며 “모하메드 살라 파이팅”을 외쳤다.

 

경기 시작 직전,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머플러를 머리 위로 들고 리버풀 응원가 ‘You’ll Never Walk Alone’을 함께 부르며 응원을 시작했다. UCL 주제가와 함께 선수들이 입장하자 여기저기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뜨거운 분위기는 경기 시작 후에도 이어졌다. 경기 초반 리버풀이 연달아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자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전반 중반 살라가 세르히오 라모스와 엉켜 넘어지며 어깨를 다치자 깊은 탄식이 쏟아졌다. 결국 살라는 전반 30분 교체 아웃 됐다. 사비 알론소 유니폼을 입고 있던 여성 팬이 눈물을 쏟았다. 스티브 맥마나만 유니폼을 입고 있던 남자친구가 달려나가 휴지를 들고 왔다. 이후 라모스의 얼굴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야유가 나왔다.

경기는 후반으로 이어졌다. 로리스 카리우스 골키퍼의 실책으로 카림 벤제마가 선제골을 넣자 순간 정적이 흘렀다. 가라앉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사디오 마네가 동점골을 성공시키자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열광했다. ‘조선콥 대장’ 김성민 대표가 “사디오”라고 선창하자 700여명이 “마네”라고 후창했다.

이후 베일의 연속 골이 터지며 승부는 레알 쪽으로 기울었다. 추가시간에 접어들자 몇몇은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이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앉아있었다. 남은 이들은 머플러를 들어올리고 응원가를 함께 부르며 다음을 기약했다.

 

밤 늦게 모인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갈 때는 이미 해가 떠오른 뒤였다. “살라만 안 다쳤더라면……”이라고 푸념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서로를 향해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이들도 있었다. 비록 경기 결과는 이들이 원했던 것과 달랐지만 리버풀과 함께 밤을 지새운 열정만큼은 뜨거웠다.

사진=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wan_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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