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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1st] '타고난 공격수' 이승우, 미드필더 변신 이제 시작이다
김정용 기자 | 승인 2018.05.29 09:59

[풋볼리스트=대구] 김정용 기자= 이승우는 남자 축구대표팀의 전술에 맞추기 위해 공격수에서 미드필더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첫 단추는 잘 뀄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시간은 부족한 가운데, 출발이 좋다는 건 희망적이다.

28일 대구광역시 수성구에 위치한 대구 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와 평가전을 치른 한국이 2-0승리를 거뒀다. 후반 15분 손흥민, 후반 28분 문선민이 득점했다. 이승우는 후반 40분까지 뛰며 준수한 경기를 했다. 손흥민의 중거리 슛 선제골에 어시스트도 제공했다.

이승우는 4-4-2 포메이션의 왼쪽 미드필더로 뛰었다. 낯선 위치였다. 이승우는 유소년 시절부터 공격수로 뛰었다. 처음 주목받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최전방 공격수였다.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는 ‘가짜 9번’ 최전방 공격수를 많이 소화했다. 소속팀 엘라스베로나에서 프로 유일한 선발 출장을 기록했을 때 포지션도 가짜 9번이었다. 측면에 배치됐을 때도 어디까지나 측면 공격수인 윙어였지, 측면 ‘미드필더’였던 기억은 거의 없었다. 

이승우를 4-4-2의 왼쪽에 기용하는 건 1년 전 실패한 전술이기도 했다. 거의 정확하게 1년 전인 지난해 5월 30일, 한국은 ‘2017 U-20 월드컵’ 16강에서 포르투갈에 패배했다. 이때 이승우와 백승호가 좌우 측면에 배치되는 4-4-2가 가동됐다. 결과뿐 아니라 경기 내용 측면에서도 한국은 부진했다. 이승우를 살리지 못하는 전술이었다. 이때도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고 있었다.

 

공을 받는 움직임, 공격 전개는 위력적

유소년 축구에서도 통하지 않았던 이승우의 미드필더 기용을 A매치 데뷔전에서 시도한다는 건 불안요소가 많은 선수기용이었다. 그러나 신 감독은 권창훈의 부상 이후 측면 미드필더 자원을 테스트해야 했다. 본선에서도 4-4-2 포메이션을 쓰려면 측면 공격수인 이승우를 미드필더로 내리거나, 측면 수비수인 김민우를 미드필더로 올리거나, 경기 감각이 떨어진 이청용을 기용하는 등 불안요소가 있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신 감독은 온두라스를 상대로 왼쪽에 이승우, 오른쪽에 이청용을 기용하며 두 카드를 동시에 시험했다.

이승우의 공격적 플레이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승우는 왼쪽에 배치된 오른발잡이다. 바르셀로나에서 단련된 위협적인 위치 선정 능력을 갖고 있다. 측면도 아니고 중앙도 아닌, 현대 축구에서 강조하는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해 상대 진영을 비스듬하게 바라보며 공격을 전개하는 습관이 몸에 밴 선수다.

이승우는 한국이 공격할 때 왼쪽에서 중앙으로 살짝 파고든 위치에서 공을 잡았다. 공을 잡으면 동료에게 패스한 뒤 바로 리턴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며 ‘원투’ 플레이를 하려고 꾸준히 시도했다. 이승우를 중심으로 공이 순환하며 최전방에 있는 황희찬, 손흥민에게 여러 차례 전달됐다. 이승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좁은 공간에서 공을 다루는 건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승우는 후반전에 더욱 어색한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한 뒤에도 준수한 플레이를 했다. 어시스트는 오히려 이때 나왔다. 생소한 포메이션, 생소한 역할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했다. 신 감독과 이승우 모두 1년 전보다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승우는 공격할 때 권창훈의 역할을 여러모로 대체했다. 권창훈은 수비할 때 4-4-2의 측면 미드필더, 공격할 때는 중앙으로 조금씩 이동하며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겸하는 선수였다. 이승우가 비슷한 동선을 여러 번 보였기 때문에 한국의 공격은 경직되지 않고 다양한 움직임으로 득점 기회를 창출할 수 있었다.

체격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승우는 상대와의 몸싸움을 비교적 잘 버텼다. 상대 선수를 몸으로 끼고 돌아서며 공을 키핑하는 장면이 있었다. 몸싸움이 들어오지 않도록 애초에 도망 다니며 플레이하는 지능적인 위치 선정도 종종 보여줬다. 프로에서 보낸 지난 1년 동안 성인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신체와 접근법을 체득했다.

 

‘본선행 유력’ 이승우, 안정감 높이고 수비 위치선정 개선한다면

그러나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승우는 개선해야 할 점도 많이 남겼다. 여전히 이승우의 플레이는 모험적이었다. 넓은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공을 돌리기보다 상대 밀집지역을 향해 제 발로 들어가 교란한 뒤 공격을 전개하려는, 바르셀로나식 플레이를 자주 시도했다. 미드필더였기 때문에 공을 잡는 위치가 후방인 경우도 많았다. 후방에서 모험적인 플레이를 자주 시도하면 그만큼 한국의 공격권이 허무하게 상대에게 넘어가고, 속공을 허용할 위험이 생긴다. 단순한 횡 패스를 상대 선수 쪽으로 잘못 차는 장면도 있었다. 이승우는 안전하고 쉬운 패스를 오히려 어려워했다.

더 개선해야 하는 점은 수비할 때의 위치선정과 플레이의 선택이었다. 이승우의 작은 체격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4-4-2의 미드필더로서 ‘네 명씩 두 줄’을 늘 염두에 두고 위치선정을 하는 건 이승우에게 아직 어색했다. 이승우의 수비 위치선정이 비효율적이라 상대의 빌드업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이 본선에서 4-4-2를 쓸 경우, 가장 위협적인 상황은 전방 압박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상대 빌드업을 좋은 타이밍에 저지하고 공을 빼앗았을 때 속공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이날 이승우의 어시스트는 왼쪽에서 집요하게 시도한 빌드업 상황에서 나오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위치가 바뀐 뒤 라이트백 고요한과 합동 압박을 시도해 빼앗은 공을 손흥민에게 밀어준 단순한 플레이였다. 그 뒤 이승우가 전방으로 달려가며 상대 시선을 분산한 플레이도 좋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압박에서 나온 기회였다.

수비 위치선정과 압박에 필요한 움직임을 익히는 것이 이승우에게 남은 과제다. 이승우가 어디까지나 미드필더인 이재성, 권창훈에 비해 아직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능력이다. 현재로서 측면 경쟁자 이청용, 문선민에 비해 앞서 있는 이승우는 6월 2일 발표될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남은 시간 동안 장점을 잘 유지하면서 단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신 감독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승우와 문선민 등 신예 측면 자원들의 수비 문제를 묻자 “정확히 봤다”고 말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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