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때 잉글랜드는 다른 포지션은 몰라도 센터백과 중앙 미드필더만큼은 풍족한 나라였다. 2000년대에 솔 캠벨, 리오 퍼디난드, 존 테리 등 세계적인 센터백들이 공존했다. 미드필드는 프랭크 램파드, 스티븐 제라드, 폴 스콜스 등 너무 뛰어난 선수가 많아 조합하기 어려웠을 정도였다.

지금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부실한 포지션으로 전락했다. 잉글랜드는 지난 16일(한국시간) 일찌감치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했다. 본선 전까지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현재 발표된 명단 그대로 월드컵에 참가하게 된다.

잉글랜드는 전술적 변화를 줬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약 20년 만에 삼사자 군단에 스리백을 다시 도입했다. 3-4-2-1 포메이션을 쓸 것이 유력하다. 이미 최종예선에서 여러 차례 시험하며 본선 경쟁력을 확인했다.

신예 선수가 대거 발탁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잭 버틀랜드, 조던 픽포드, 닉 포프 등 골키퍼 삼인방 중에는 선두권 구단 소속이 한 명도 없다. 에버턴, 레스터시티, 크리스털팰리스, 스토크시티 등 중하위권 팀 선수들의 비중이 눈에 띈다. 전체 선수 중 A매치 출장 횟수가 한 자릿수인 선수가 8명, 그중 2명은 하나도 없다. 월드컵이나 유로 본선에 참가한 적이 없는 선수가 10명이다.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은 최종 명단을 바탕으로 선발 라인업까지 예상하고 있다. 유력한 주전 라인업은 픽포드 골키퍼, 스리백에 카일 워커, 필 존스, 존 스톤스, 좌우 윙백에 대니 로즈와 키에런 트리피어, 중앙 미드필더에 조던 헨더슨과 에릭 다이어, 공격형 미드필더로 라힘 스털링과 제시 린가드, 공격수에 해리 케인이다.

양과 질이 가장 부족한 포지션은 중앙 수비다. 스리백을 쓰는 팀은 센터백을 5명, 많으면 6명까지 선발한다. 잉글랜드는 전문 센터백이 존스, 스톤스, 게리 케이힐, 해리 맥과이어 4명뿐이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원래 라이트백인 카일 워커에게 스리백 중 오른쪽 자리를 맡긴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워커의 스피드와 넓은 수비 범위를 스리백에 이용하고, 오른쪽 윙백의 오버래핑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워커를 중앙 수비로 분류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주전 수비수로 간주돼 온 스톤스와 존스 모두 2017/2018시즌 후반기에 부상을 당해 최상의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시즌을 마쳤다. 스리백을 능숙하게 소화할 수 있는 케이힐도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드필더의 경우 헨더슨과 다이어가 구성할 주전 라인업은 강력하다. 그 후보 선수가 루벤 로프터스치크, 파비안 델프라는 점이 아쉽다. 델프는 맨체스터시티에서 왼쪽 풀백으로 더 많은 경기를 뛰었다. 잉글랜드에서도 윙백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 주전 미드필더 두 명을 뒷받침할 자원이 빈약하다.

골키퍼 픽포드 역시 잉글랜드의 주전감이라기에는 경험과 기량 모두 검증이 필요한 선수다. 잉글랜드는 중앙 미드필더, 중앙 수비, 골키퍼로 이어지는 팀의 ‘하체’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문제를 안고 월드컵을 준비한다. 신예 선수들과 부상에서 회복한 스타들이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중원 문제와 맞물려 공격형 미드필더 구성까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라힘 스털링, 델리 알리가 유력했던 공격형 미드필더 주전으로 린가드가 거론되고 있다. 린가드는 창의성이 부족한 대신 공수 양면에서 많은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다. 린가드가 세 번째 수비형 미드필더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수비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인디펜던트'의 분석이다.

잉글랜드는 6월 4일 나이지리아, 9일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친선 경기를 치르며 본선을 준비한다. 본선 G조에서 19일 튀니지, 24일 파나마, 29일 벨기에를 상대하게 된다.

 

#잉글랜드 월드컵 엔트리

골키퍼 : 잭 버틀랜드(스토크시티), 조던 픽포드(에버턴), 닉 포프(번리)

수비수 : 카일 워커, 존 스톤스(이상 맨체스터시티), 키에런 트리피어, 대니 로즈(이상 토트넘홋스퍼),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리버풀), 개리 케이힐(첼시), 필 존스, 애슐리 영(이상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해리 맥과이어(레스터시티)

미드필더 : 에릭 다이어, 델리 알리(이상 토트넘), 파비안 델프, 라힘 스털링(이상 맨체스터시티), 조던 헨더슨(리버풀), 루벤 로프터스치크(크리스털팰리스), 제시 린가드(맨유)

공격수 : 해리 케인(토트넘), 마커스 래시포드(맨유),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 대니 웰백(아스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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