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세리에A 중위권과 하위권 구단 선수들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좋은 활약을 보였다면 비교적 저렴한 이적료로 빅 클럽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에, 한두 해 지나면 더 주목받을 미래의 재목들이기도 하다. 또한 노장 선수를 잘 활용하는 세리에A 특성상 왕년의 스타들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소속팀을 이끌기도 한다. 2017/2018시즌 중하위권(7위~17위) 구단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들을 정리했다.

 

요시프 일리치치(아탈란타)

일리치치는 팔레르모와 피오렌티나를 거치며 왼발 킥 하나만큼은 막강하다고 인정을 받았으나, 기술과 전술 이해도의 한계 때문에 기복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난 2016/2017시즌 피오렌티나에서 5득점에 그치며 하락세가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탈란타로 이적한 뒤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의 전술적 배려를 받으며 단점은 감추고, 장점만 발휘했다. 강력한 킥을 활용해 리그 11골 8도움을 기록했다. 기존 팀내 에이스였던 알레얀드로 고메스(6골 10도움)의 오른발 킥과 함께 상대 골문을 노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다.

 

조반니 시메오네(피오렌티나)

지난 시즌부터 팀의 에이스였던 페데리코 키에사와 함께 피오렌티나 세대교체의 중심으로 떠오른 선수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마드리드 감독의 아들로 먼저 유명해졌다. 유럽 진출 첫 시즌인 2016/2017시즌 제노아 소속으로 1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피오렌티나의 러브콜을 이끌어냈다. 피오렌티나에서 14골 4도움으로 앞선 시즌보다 향상된 기록을 남기며 앞으로도 더 성장할 것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득점뿐 아니라 패스 성공률, 돌파 횟수, 파울 획득 횟수 등 여러 면에서 발전했다. 한 가지 두드러진 장점은 없지만 다양한 능력이 고루 발달한 소위 ‘육각형’ 공격수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끈기와 투지를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성장을 기대할 만하다.

 

파비오 콸리아렐라(삼프도리아)

노장의 완벽한 부활이다. 35세 콸리아렐라가 19골 6도움을 기록하며 득점 4위에 올랐다. 각자 다른 장점을 지닌 선수들이 속공 위주로 공격하는 삼프도리아 공격 시스템에서 콸리아렐라는 노련한 위치 선정과 특기인 킥력을 활용해 공격을 마무리했다. 농구의 전문 슈터처럼 공을 가진 시간은 길지 않았으나 짧은 틈이 주어지면 바로 슛을 날릴 수 있었다.

 

스테파노 소렌티노(키에보)

30대 중후반 선수가 많은 키에보에서 이번 시즌 가장 돋보인 노장이다. 39세 나이에 세리에A 전경기를 책임지며 상대의 수많은 슛을 막아내느라 바쁜 시즌을 치렀다. 총 선방 횟수가 세리에A 전체 3위인 132회였다. 키에보는 13위를 차지해 안정적으로 잔류할 수 있었다. 소렌티노는 팬 서비스가 특별한 선수다.트위터를 통해 팬들에게 응원 문구나 좋은 문장을 받은 뒤, 매 경기마다 한 문장을 선정해 골키퍼 장갑 위에 새기고 뛴 다음 선물로 주는 개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병원을 찾아 어린이들을 격려하고 선물을 주는 개인 활동도 했다.

 

시모네 베르디(볼로냐)

볼로냐 공격을 이끈 윙어 겸 공격수다. 주로 오른쪽 측면에서 활약한다. 10골 10도움으로 프로 데뷔 9시즌 만에 최다 득점, 도움을 모두 기록했다. 이탈리아 대표로도 자리 잡았다. 주로 오른쪽 측면에서 중거리 슛, 스루 패스, 드리블을 모두 구사하다가 반칙 상황이 되면 프리킥으로 골을 노릴 수 있는 테크니션이다.

 

로드리고 팔라시오(볼로냐)

36세 노장 팔라시오는 최전방 공격수로 뛰면서 4골 2도움에 그쳤다. 그러나 기록으로 환산할 수 없는 활약상이 있었다. 경기당 슛을 이끌어낸 패스가 평균 1.3회로 도움에 비해 매우 준수한 수치를 남겼다. 패스 1.3회는 8도움을 기록한 가스톤 라미레스(삼프도리아)와 같은 수치다. 동료들의 결정력이 더 높았다면 많은 도움을 기록했을 수도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경기당 드리블 1.2회, 피반칙 1.9회 등 다양한 부문에서 좋은 기록을 남겼다. 베르디와 함께 볼로냐 잔류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니콜로 바렐라(칼리아리)

지난 2016/2017시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바렐라는 여전히 세리에A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유망주 미드필더다. 삼프도리아에서 뛰는 우루과이 대표 루카스 토레이라와 더불어 가장 재능 있는 플레이메이커 재목으로 주목받는다. 이번 시즌 세리에A 데뷔골을 비롯해 6골 1도움을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은 79.4%로 평범한 편이지만 공수 양면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끊임없이 공을 순환시키고, 롱 패스와 중거리 슛 등 과감한 플레이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낸다. 아스널, 인테르밀란이 영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르코 안테누치(SPAL)

약체 SPAL의 공격을 혼자 이끈 잔류 영웅이다. 34세 노장 공격수 안테누치는 11골 7도움을 기록해 팀 전체 득점(39골)의 거의 절반을 책임졌다. 다만 활약 대부분이 전반기에 몰려 있었고, 3월부터 4월에 걸쳐 7경기 동안 침묵에 빠지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수비진의 엄청난 활약으로 1승 5무 1패를 기록하지 못했다면 SPAL은 그대로 강등 당했을 수도 있었다. 막판 3경기 동안 3골 1도움을 몰아치며 부활한 안테누치는 잔류의 마지막 퍼즐 역할까지 해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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