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레드불잘츠부르크는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의 새 역사에 도전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강호를 꺾은 뒤, 호기롭게도 아스널과의 대결을 자청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다.
13일(한국시간) 열린 2017/2018 유로파리그 8강 2차전에서 잘츠부르크가 라치오에 4-1 대승을 거뒀다. 앞선 1차전에서 열린 2-4 대패를 뒤집은 잘츠부르크가 4강에 진출했다. 아스널, 올랭피크마르세유, 아틀레티코마드리드 등 유럽을 호령해 온 전통의 강호들과 함께 살아남았다.
극적인 경기였다. 후반 10분 라치오의 치로 임모빌레가 선제골을 넣었을 때 잘츠부르크는 4골이 필요했다. 그 4골이 35분 만에 모두 쏟아졌다. 특히 후반 27분부터 2분 간격으로 총 3골을 몰아치며 후반 31분에 이미 4-1을 만들어버렸다. 그중 한 골은 황희찬이 득점했다.
경기 후 감독과 선수들은 행복에 겨워 ‘기적’을 이야기했다. 마르코 로제 감독은 “0-1 상태에서 빠르게 동점을 만든 건 좋았지만 여전히 두 골이 더 필요했다. 우린 믿었고, 그 결과는 대단했다.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행복해하는 선수들을 바라봤다”고 말했다.
미드필더 라이놀트 야보는 “이게 축구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우린 뒤쳐져 있을 때라도 스스로를 신뢰했다”고 말했다. 주장 알렉산더 발케도 “작은 기적이었다. 오늘 우리가 해낼 걸 믿을 수 없다”고 감격을 밝혔다. 잘츠부르크의 승리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정리했다.
프랑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팀 격파하고 “아스널 원한다”
잘츠부르크는 에너지 음료 기업 레드불이 인수한 2005년부터 국제적인 구단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빅리그가 아닌 오스트리아 리그 특성상 최고 수준의 강팀으로 성장할 수는 없었다. 전세계의 특급 유망주를 수집해 어느 정도 성장시키면 계열사인 RB라이프치히로 보내거나 독일 등 빅리그 구단으로 이적시켜야 했다. 이번 시즌 성적이 레드불 인수 이후 최고다. 오스트리아잘츠부르크 시절인 1993/1994시즌 UEFA컵(유로파리그의 전신)에서 준우승한 뒤 한 번도 32강을 통과한 적이 없었다.
진출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잘츠부르크는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다. 루마니아 구단 비토룰콘스탄차를 꺾고 올라갔다. 조별리그에서 마르세유와 한 조가 됐지만 3승 3무 무패로 조 1위를 차지하는 좋은 성적을 냈다. 32강에서 레알소시에다드를 1승 1무로 아슬아슬하게 잡았다. 16강에서 우승후보 보루시아도르트문트도 1승 1무로 꺾었다. 8강에서 라치오까지 잡아냈다. 이미 프랑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의 강호를 모두 꺾어 본 잘츠부르크는 유럽 주요 리그 중 잉글랜드만 빼고 다 상대해 본 셈이다.
로제 감독과 야보는 모두 원하는 4강 상대로 아스널을 꼽았다. 로제 감독은 “아틀레티코는 음, 이미 마르세유와는 상대해 봤고, 그러니 런던으로 하겠다”라고 말했다. 야보는 “앞으로 24시간만 즐기고 다시 전진하겠다. 준결승 상대로 아스널을 원한다”라고 정확히 지목했다.
18개국 선수들이 뒤섞인 다국적 경기
잘츠부르크는 세계 각국의 유망주를 수집하는 팀이고, 라치오는 빠듯한 구단 살림살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영입 정책을 모색하는 팀이다. 그러다보니 두 팀 모두 자국 선수 위주가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인재들로 멤버가 채워졌다.
잘츠부르크에서 경기에 투입된 멤베 중 오스트리아 선수는 3명뿐이었다. 그 외에 한국의 황희찬을 비롯해 독일, 브라질, 크로아티아, 코소보, 말리, 이스라엘, 노르웨이, 일본 등 10개국 선수들이 뛰었다. 라치오는 이탈리아 선수가 단 2명뿐이었고 알바니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네덜란드, 브라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스페인, 벨기에, 포르투갈 등 10개국 선수가 투입됐다. 두 팀을 합치면 총 18개국이나 되는 선수들이 뛴 다채로운 경기였다. 벤치에 앉있던 선수 중에는 잠비아, 우루과이, 에콰도르 국적도 있었다.
황희찬의 강팀 상대 득점력 확인
황희찬은 모처럼 유럽대항전에서 강팀 상대로 득점을 했다. 황희찬은 지난 2016/2017시즌 리그 12골, 자국 컵대회 2골, 유로파리그 2골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리그 4골, 자국 컵대회 3골, 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2골, 유로파리그 3골로 오히려 컵대회 득점이 더 많았다. 주로 예선과 조별리그에서 골을 넣은 뒤 소시에다드, 도르트문트를 상대한 토너먼트 경기에서 무득점 중이었다. 라치오는 이번 시즌 황희찬이 득점한 상대팀 중 가장 강하고 전통 있는 구단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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