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창민은 K리그를 대표하는 중거리슛 능력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자신의 다른 재능도 사람들이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고, 명장면을 통해 발재간과 판단력을 증명했다.

지난 11일 이창민은 전남드래곤즈 원정으로 치른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6라운드에서 시즌 첫 K리그 득점 등 1골 1도움을 기록해 3-0 승리를 이끌었다. 빈공으로 고생 중인 제주는 6경기 중 4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친 팀이다. 골을 넣은 두 경기는 모두 이겼는데, 둘 다 이창민의 골이나 도움에서 비롯됐다.

제주전 득점은 K리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전남의 허를 찌르며 낮고 빠른 코너킥을 연결한 제주는 문전에 있던 이창민에게 공을 주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창민은 논스톱 슛을 하지 못했고, 문전에는 양팀 선수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 일반적으로 슛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창민은 퍼스트 터치가 조금 길었지만, 전남 선수 두 명 사이에서 공을 발뒤꿈치 쪽으로 뺐다가 다시 앞으로 툭 차는 고급 기술을 구사했다. 수비 두 명 사이에 난 좁은 길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전남 선수들이 대처하지 못한 순간에 골문 구석으로 정확한 슛을 날려 득점했다. 수비 5, 6명 사이에서 드리블로 만든 득점이었다.

14일 인천유나이티드전을 준비하고 있던 이창민은 13일 ‘풋볼리스트’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골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솔직히 5, 6번 정도 제 골 장면을 돌려 봤어요.” 이창민 스스로 꼽는 프로 17골(K리그 12, AFC 챔피언스리그 5) 중 프로 데뷔전과 더불어 가장 마음에 드는 골이었다.

“잔디에 물기가 있었는지 공이 생각과 다르게 와서, 논스톱 슛을 하지 못했어요. 때릴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에 일단 공을 잡고 개인기를 쓰려고 했죠. 일단 볼 컨트롤을 했는데 공이 좀 멀리 갔어요. 개인기가 통하면 빠른 타이밍에 슛을 후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수비 대응이 늦더라고요. 그래서 순간적으로 판단을 바꿔서 구석으로 밀어 넣었어요.”

이창민은 중거리슛의 달인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지만, 공을 다루는 기술에 있어서도 K리그 중앙 미드필더 중 가장 뛰어난 선수다. 상대 선수 두세 명의 압박에서도 곧잘 빠져나가고, 순간적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해 발재간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는 아예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돼 좋은 활약을 했다. 평소 루카 모드리치, 이스코처럼 자신과 비슷한 포지션인 선수들의 영상을 보며 영감을 얻고 자체 훈련에서 종종 개인기를 시험해 본다.

“인터넷에서 ‘이창민이 이런 것도 할 줄 아네?’라는 반응을 봤어요. 그동안 저를 보는 부정적인 시선 중에서는 ‘슛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것도 있었을 텐데, 저를 보는 관점을 바꿔줄 수 있어서 뿌듯해요.”

이창민은 ‘2018 러시아월드컵’ 참가가 유력한 선수 중 한 명이다. 신태용 감독이 선호하는 4-4-2 포메이션에서 중앙에 배치되는 선수는 공수 양면에서 모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창민은 수비형 미드필더의 기본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면서 공격력을 높일 수 있는 옵션이다.

“월드컵 가고 싶은 생각이 늘 강하죠. 명단 발표 전까지 제주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그동안 평가전에서 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드린 적이 없었어요. 앞으로 할 게 많다고 생각해요. 대표팀에서 더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해서 월드컵에서는 아쉬움 없이 뛰고 싶어요.”

이창민은 지난 시즌 2위 제주가 초반에 심각한 부진을 보인 이유에 대해 “한 경기가 나쁠 순 있는데 그때 부정적인 분위기에서 잘 빠져나오지 못해서 점점 심해졌어요. 그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다보니까 문제가 커졌어요. 전남전을 앞두고 조성환 감독님이 단체 미팅을 소집하셔서 ‘나는 너희를 믿는다’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원래 긴 말씀을 잘 안 하시는 분이거든요. 그리고 분위기가 좀 바뀐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제주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했고, K리그1에서 지난 승리로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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