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어느 종목이든 잘 하는 팀은 남들보다 긴 시즌을 치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맨체스터시티는 축구를 너무 잘 해서 시즌을 일찍 마쳐버렸다. 남은 시즌을 잘 보내는 것도 과제가 돼 버렸다.

맨시티가 ‘2017/2018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만에 우승했다. 총 38라운드로 진행되는 대회는 아직 팀당 5경기(경기 소화 숫자에 따라 4~6경기)가 남아 있다. 맨시티는 15일 토트넘홋스퍼에 3-1 승리를 거뒀다. 2위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16일 웨스트브로미치에 0-1로 패배했다. 승점차가 16점으로 벌어지면서 맨시티의 우승이 확정됐다.

우승 파티가 열렸다. 맨시티 일부 선수들은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우승을 자축했다. 다른 손님들에게 즉흥적으로 술을 돌리기도 했다. 주장 뱅상 콩파니는 “오랜 여정이었다. 특히 가슴 속에 푸른색을 40년 넘게 담아 둔 사람들에게는 더욱 길었다. 그러나 오늘밤 우린 또다시 승리했다. 그러니 함께 축하하자”라는 메시지를 동료들에게 전했다. 일카이 귄도간과 르로이 자네는 모국 독일로 향했고, 에데르손은 전 소속팀 벤피카 경기를 보기 위해 포르투갈로 날아갔다.

 

컵대회가 없네, 진짜 시즌이 끝나버렸네

맨시티가 이미 시즌이 끝난 듯 우승을 축하할 수 있는 건 남은 대회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 조기 우승을 확정할 정도로 압도적인 강팀이라면 FA컵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등 다른 대회를 병행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맨시티는 FA컵 16강, UCL 8강에서 이미 탈락했기 때문에 남은 대회가 없다. 둘중 한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다면 EPL이 끝난 뒤까지 의미 있는 시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조기 우승에 비하면 올해 맨시티의 컵대회 성적은 아쉽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3/2014시즌 바이에른을 이끌고 분데스리가 조기 우승 기록을 경신한 적이 있다. 당시 기록은 3월 26일이었다. 이때는 아직 UCL 4강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4월 말까지 동기부여를 유지하고 컨디션 관리를 할 수 있었다. 다만 그 때도 팀이 느슨해지는 걸 완전히 막지 못했다. 체력 관리를 잘 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떨어진 가운데 UCL을 치렀고, 레알마드리드에 2전 전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올해 맨시티는 4년 전 바이에른보다 더 심하게 느슨해질 위험이 있다. 현재 맨시티에 남은 목표는 EPL 역대 최고 승점 경신, 최초 100점 돌파 정도다. 기존 기록은 첼시가 2004/2005시즌 세운 95점이다. 그러나 이 기록을 경신하지 못해도 맨시티에 실질적인 문제는 없다. 남은 5경기 상대 중 한 경기에 자존심을 걸어야 할 만한 라이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하위권 구단이고, 지역 라이벌도 없다.

 

동기부여 유지가 숙제, 2진급 멤버들에겐 기회

남은 시즌동안 실질적인 이득을 보려면 1진급 선수들의 출장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해가면서 유망주들에게 경기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컵 대회 위주로 뛰어 온 유망주 필 포든은 아직 EPL에서 단 17분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브라힘 디아스, 올렉산드르 진첸코 등 다른 유망주들 역시 EPL 경험을 통해 다음 시즌 1군 전력으로 쓸 만한지 확인을 할 수 있다.

맨시티 선수들의 소속 국가 대표팀엔 간접적인 이득이 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붙박이 주전으로 뛴 케빈 더브라위너의 벨기에, 니콜라스 오타멘디의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이다. 이 선수들이 적당히 출장 시간을 조절해가며 체력 부담을 덜고 ‘2018 러시아월드컵’에 합류한다면 한결 나은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경기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이다. 일찍 우승을 확정했다고 해서 맥빠진 다섯 경기를 치른다면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없을뿐 아니라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8/2019시즌 우승을 준비하면서 매 경기를 실전으로 치러야 하는 것이 맨시티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무조건 이겨야 했던 지난 경기들에 비하면 쉬운 과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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