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토트넘홋스퍼는 ‘영국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더 강하다. 그 중심에 손흥민이 있다.

2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2017/2018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를 치른 토트넘이 사우샘프턴을 5-2로 대파했다. 해리 케인이 해트트릭을 통해 EPL 한해 최다골인 39골 기록을 세워 화제를 모은 경기다.

토트넘 전방 4인방의 합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경기다. 케인을 받치는 손흥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절묘한 호흡을 맞췄다. 다섯 골 모두 어시스트가 있었고, 총 10개 공격포인트 모두 전방 4명에게서 나왔다.

이들은 경기마다 번갈아가며 도우미와 해결사 역할을 한다. 사우샘프턴을 상대로는 에릭센이 비교적 후방에서 지원 역할을 하며 1도움만 기록했다. 케인이 해트트릭, 손흥민이 1골 2도움, 알리가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시즌 초 공격 자원을 3명으로 줄인 3-4-2-1 포메이션, 2명으로 줄인 3-5-2 포메이션 등을 혼용했으나 최근에는 지난 시즌 주력 전술이었던 4-2-3-1로 돌아가 4명을 동시에 내보내고 있다.

토트넘이 초반의 불안했던 모습을 최근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건 홈 성적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토트넘은 원래 안방인 화이트 하트레인의 공사 때문에 이번 시즌만 웸블리 스타디움을 쓴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홈 구장이자 영국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구장을 갑자기 쓰게 되며 초반 홈 성적이 나빴다. 홈 첫 두 경기에서 1무 1패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달라졌다. 최근 7경기 동안 홈에서 6승 1무를 기록 중이다.

변화를 이끌어낸 선수가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최근 웸블리에서 뛴 6경기를 통해 5골 3도움을 쏟아냈다. 같은 기간 원정에서는 6경기 2골에 불과했다. 손흥민이 웸블리 스타디움 관중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는 장면이 자주 나올수록 토트넘의 승률도 올라간다. 이번 시즌 손흥민의 총 공격 포인트가 9골 5도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홈에서 보이는 상승세가 얼마나 뚜렷한지 알 수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홈에서 더 오래 기용한다. 이번 시즌 손흥민의 출장 시간이 45분 이하였던 경기는 6차례다. 그중 한 경기만 홈이었고, 다섯 경기는 원정이었다. 손흥민을 홈에서 더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확실한 승리를 챙긴다.

손흥민은 사우샘프턴전에서 적극적으로 공격 작업에 관여했다. 창의성을 담당하는 건 알리와 에릭센, 마무리를 담당하는 건 케인이지만 그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끝없이 만들어가는 건 손흥민의 역할이다. 전반 39분 나온 팀의 두 번째 골 장면이 대표적이다. 왼쪽 측면에서 호시탐탐 침투할 기회만 노리고 있던 손흥민은 에릭센과 알리를 거쳐 공이 움직일 때 수비 배후로 파고들었다. 알리의 스루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중앙으로 패스를 내줬고, 쇄도하는 케인이 가볍게 밀어 넣었다. 공격 4인방의 합이 만든 골이었다. 그중 톱니바퀴 역할을 수행한 선수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4분 도움을 올렸고, 정확히 120초 뒤에 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사실상 끝내 버렸다. 알리에게 스루 패스를 내줘 도움을 기록한 뒤에는 알리의 패스를 받으려 전속력으로 질주해 골을 터뜨렸다. 알리와 손흥민이 골과 도움을 교환했다. 후반 22분 케인이 해트트릭을 완수한 뒤 손흥민이 축구화를 닦아주는 시늉을 하며 팀내 친교에서도 역시 톱니바퀴 역할을 한다는 걸 잘 보여줬다.

당분간 토트넘의 홈 상대는 수월한 편이다. EPL에서 웨스트햄(내년 1월 5일), 에버턴(1월 14일)을 만난다. 그 사이 FA컵에서 3부 리그 하위권인 윔블던(1월 8일)과 상대한다. 상승세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일정이다. 최상의 흐름을 탄 뒤 2월에 열릴 맨체스터유나이티드(2월 1일), 아스널(2월 10일) 경기까지 통과한다면 손흥민은 ‘성지에서 강한 남자’로 자리를 굳힐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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