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7/2018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EPL의 2017/2018시즌 전반기가 크리스마스를 통해 끝났다. 후반기 첫 경기는 크리스마스 다음날, 즉 ‘박싱 데이’인 26일(한국시간)에 열린다. 후반기 첫 경기를 앞두고 부랴부랴 전반기 주요 기록을 정리했다. 세부 기록들은 ‘후스코어드닷컴’을 참고했다.

출장시간 : ‘혹사 20명’ 주연은 루카쿠

전경기 풀타임인 1,710분을 소화한 선수는 20명이다. 그중 골키퍼가 절반, 필드 플레이어가 절반이었다. 대부분 하위권 팀 소속 선수들이었다. 브라이턴앤더호브앨비언은 루이스 덩크, 데일 스티븐스, 다비 프로퍼 3명이 매 경기 뛰었다. 레스터시티는 웨스 모건과 해리 맥과이어가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외 허더스필드타운의 잔카, 번리의 잭 콕, 스완지시티의 알피 모슨도 쉬지 못했다. 이들 중 중앙 수비수가 5명, 중앙 미드필더가 3명이었다. 수비적인 선수일수록 잘 바꾸지 않는 축구 감독들의 성향이 잘 반영된 수치다.

시쳇말로 ‘노예 모드’라고 불리는, 경기에서 빠지기 힘든 선수들 중 로멜로 루카쿠는 특이하다. 강팀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소속이라는 점도, 포지션이 공격수라는 점도 독특하다. 어지간하면 이기고 있는 경기 후반전에 빼 줄 법도 한데 주제 무리뉴 감독은 인정사정 보지 않았다. 루카쿠는 전반기가 끝나갈 때쯤 눈에 띄게 지친 기색을 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스널 라이트백 헥토르 베예린 역시 포지션과 소속팀이 모두 특이하다.

경고와 퇴장 : 그래서 카드는 누구 겁니까?

경기장 안에서 카드를 가장 많이 받은 선수들은 모두 뉴캐슬 소속이었다. 존조 셸비는 옐로카드 4장을 받았고 그중 2개를 한 경기에서 받았으며, 즉결 퇴장도 한 번 당했다. 센터백 아이작 헤이든은 경고를 7개 받았다. 뉴캐슬이 받은 전체 경고는 30회로 전체 팀 중 9위에 불과하다. 두 선수의 존재감이 유독 컸다.

셸비는 기록 이상의 더티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퇴장은 토트넘홋스퍼를 상대할 때 나왔는데 그 과정이 가관이었다. 후반 3분 넘어져 있는 델레 알리를 일으켜 세우려 다가가다가 고의가 심하게 의심되는 동작으로 알리의 발목을 밟았다. 주심이 바로 앞에서 보고 있었다. 셸비가 뉴캐슬 중원에 대운하를 내 준 덕분에 토트넘이 이후 두 골을 넣고 이길 수 있었다.

공중볼 : 특급 센터 벤테케, 그래도 아직은 크라우치

헤딩 경합에서 승리한 횟수는 크리스티안 벤테케가 경기당 평균 8회로 1위를 달렸다. 크리스털팰리스의 공격이 지리멸렬한 가운데 벤테케는 1골 1도움에 그쳤다. 그러나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과 살을 비벼가며 공을 따내는 벤테케의 고군분투를 보면 노력상 정도는 받아도 될 것 같다. 벤테케의 뒤를 이은 선수는 아직도 헤딩은 잘 따는 피터 크라우치다. 크라우치는 스토크시티 동료들을 위해 경기당 6.9회의 공중볼을 따냈다. 3골 2도움으로 벤테케보다 무려 3배나 득점이 많다. 수비수 중 가장 헤딩을 잘 따낸 선수는 번리의 제임스 타르코브스키로, 전체 5위인 5.3회를 기록했다.

태클과 가로채기 : 아프리카 선수들의 맹활약

폴 포그바처럼 인종 편견을 뛰어넘는 테크니션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아프리카계 흑인 미드필더들은 궂은일을 맡는 경우가 많다. 그걸 엄청나게 잘 한다. 태클 1위는 나이지리아 대표인 레스터시티의 윌프레드 은디디로 경기당 4.2회를 기록했다. 2위는 세네갈 대표인 에버턴의 이드리사 게예다. 3위는 말리계 프랑스인인 첼시의 은골로 캉테다.

반면 가로채기 순위는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유럽 국적의 백인 선수들이다. 팰리스의 요앙 카바예(프랑스), 아스널의 나초 몬레알(스페인), 웨스트브로미치앨비언의 그제고시 크리호비아크(폴란드), 레스터의 크리스티안 푸흐스(오스트리아) 순이다.

블로킹 : 번리와 브라이턴, 눈물겨운 ‘걸레 수비’

번리와 브라이턴은 공격보다 수비가 훨씬 낫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팀 모두 선수단이 약한 편이지만 끈질긴 수비, 최근 한국에서 쓰이는 유행어로는 ‘걸레 수비’를 통해 승점을 따낸다.

상대 슛을 몸으로 막아낸 기록은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번리와 브라이턴 센터백들이 차지했다. 1위와 3위는 각각 번리의 벤 미와 제임스 타르코브스키다. 2위와 4위는 브라이턴의 덩크와 셰인 더피였다.

덩크의 끈질긴 수비는 종종 부작용을 낳았다. 덩크는 벌써 자책골을 3개나 넣었다. 이 부문 최다 기록이다. 덩크를 제외하면 자책골을 2개 이상 넣은 선수가 하나도 없다. 팀 자책골 부문에서도 브라이턴이 3개로 1위다.

패스 : 더브라위너가 곧 패스, 패스가 곧 더브라위너

이번 시즌 EPL을 넘어 세계 최고급 패서로 거듭나고 있는 케빈 더브라위너의 기록은 놀라운 수준이다. 패스와 관련된 모든 지표에서 최상위권을 찍었다. 도움 8개로 맨체스터시티 동료 2명과 함께 공동 선두, 결정적 패스 경기당 2.9회로 메수트 외질(아스널)에 이어 2위, 경기당 패스 횟수는 평균 74.3회로 9위, 크로스가 평균 1.6회로 5위, 스루 패스는 0.4회로 1위다. 모험적인 패스 스타일 때문에 패스 성공률이 83.4%로 비교적 낮다.

드리블 : 선수는 아자르, 팀은 리버풀이 최강

드리블 성공 기록은 중하위권 팀 선수가 더 높은 경향이 있다. 공격 자원 한두 명이 알아서 뚫고 들어가야 득점 기회가 생기는 경기 양상 때문이다. 그 가운데 경기당 4.5회로 1위를 기록한 에덴 아자르(첼시)는 독보적이다.

팀으로 보면 6위 필리페 쿠티뉴(2.6회), 8위 모하메드 살라(2.4회), 9위 사디오 마네(2.4회)가 모두 소속된 리버풀 공격진이 가장 화려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상대 수비를 한두 명 제친 뒤 빠르게 패스를 주고받으며 전진하는 리버풀 특유의 공격 작업이 기록에 잘 나타나 있다.

난사 : 램지는 미드필더니까

경기당 슛 시도 상위권에 오른 10명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애런 램지(아스널)이다. 램지는 경기당 2.7회 슛을 시도해 이 부문 10위에 올랐다. 그러나 3골 득점에 그쳤다. 득점 기회는 잘 만들어 놓고 자꾸 뻥뻥 찬다는 램지의 이미지가 사실로 드러났다. 램지보다 더 비효율적인 선수는 허더스필드 미드필더 톰 인스다. 인스는 경기당 2.4회 슛을 날렸는데 아직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득점 공동 선두에 오른 해리 케인(토트넘)과 살라의 슛 횟수도 재미있다. 두 선수 모두 15골을 넣었는데 케인은 경기당 6.0회 슛을 날려 이 부문 1위다. 반면 살라는 3.7회 슛으로 4위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살라가 케인보다 약 1.62배 더 효율적이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