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7/2018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결정력도 테크닉도 부족하다는 시선이 있지만,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클롭 시대’ 리버풀의 가장 믿을만한 공격수다.

피르미누는 27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에서 스완지시티를 상대로 5-0 대승을 이끌었다. 피르미누가 2골을 기록하며 대승을 주도했다.

후반 7분 필리페 쿠티뉴의 프리킥을 받기 위해 수비수들의 등 뒤로 돌아들어간 피르미누는 노마크 상황에서 오른발 안쪽으로 가볍게 공을 차 넣었다. 달려온 쿠티뉴와 함께 어설픈 댄스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후반 21분에는 동료들의 전방 압박으로 따낸 공을 모하메드 살라가 밀어주자 빈 골대에 쉽게 공을 밀어 넣었다. 이번엔 허공에 대고 돌려차기를 하며 골을 자축했다.

피르미누는 2015년 10월 위르겐 클롭 감독이 부임한 뒤 두 시즌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38골 25도움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리버풀 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이다.

피르미누는 클롭 감독 아래서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리버풀에 처음 온 2015/2016시즌 리그 10골 7도움을 기록한 피르미누는 지난 시즌 더 늘어난 출장 기회에도 불구하고 11골 7도움으로 득점이 단 한 골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시즌은 피르미누와 리버풀 공격진 모두에게 일종의 성장통이 온 시기였다. 피르미누는 동료 공격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가장 자신 있는 제로톱이 아니라 윙어도 병행하는 등 약간 불편한 시즌을 보냈다.

이번 시즌에는 다니엘 스터리지 등 원톱 자원들이 아예 이탈하면서 피르미누가 주전 원톱으로 출장하는 경기가 늘어났다. 그만큼 영향력도 상승했다. EPL에서 9골 4도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6골 3도움을 기록하며 시즌이 겨우 절반 지난 지금 15골 7도움에 도달했다. 동료 모하메드 살라가 15골을 몰아쳐 EPL 득점 2위로 오를 수 있도록 헌신하는 것도 피르미누의 역할이었다. 어느 때보다 기여도가 높은 시즌이다.

스포트라이트는 늘 피르미누를 비껴갔다. 2015/2016시즌은 필리페 쿠티뉴, 지난 시즌은 사디오 마네, 이번 시즌은 살라가 리버풀 공격진 중 가장 주목받았다. 피르미누는 동료 공격자원이 편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전방압박과 수비가담 등 불편한 업무를 떠안는 선수였다. 이번 시즌도 경기당 태클이 1.6회로 팀 내 7위다. 경기당 반칙은 1.6회로 팀 내에서 가장 많다. 수비와 관련된 모든 지표에서 공격 동료인 마네, 살라를 크게 앞선다. 최전방 공격수인 피르미누는 심지어 상대 슛을 몸으로 막은 적도 있지만 마네, 살라는 그런 적이 없다.

피르미누는 지난 시즌보다 결정력도 향상됐다. 경기당 슛 횟수는 2.3회로 줄었고, 득점력은 늘었다. 한때는 수비에 열심히 가담해 놓고 정작 중요한 상황이 되면 헛발질을 한다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점점 더 효율성을 갖춰가고 있다. 특유의 어정쩡한 골 세리머니를 보여줄 기회도 그만큼 늘어난다. 팀 내 득점 2위, 어시스트 3위, 결정적 패스 4위 등 다양한 지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 후 클롭 감독은 “누가 몇 골을 넣었는지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피르미누의 기여를 폄훼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언제나 호베르투의 노력과 경기력에 감사한다. 2골을 넣은 것도 좋지만 이번 시즌 몇 골을 넣었는지는 솔직히 모른다. 모든 상황에 피르미누가 관여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무이다. 피르미누는 상대를 위협할 때마다 개입하거나 그 주위에 있다. 전반전에는 레프트백부터 라이트백까지 도와주러 가더라. 모든 곳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끝내 두 골을 넣었다”며 더 장황하고 자세한 칭찬을 내놓았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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