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영화로 만들면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 받을 정도로 극적인 경기가 나왔다. 이탈리아세리에A 구단 베네벤토는 이번 시즌 첫 승점을 골키퍼의 헤딩골로 따냈다.

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네벤토에 위치한 스타디오 치로 비고리토에서 2017/2018 세리에A 15라운드를 치른 베네벤토는 명문 AC밀란과 2-2 무승부를 거뒀다.

베네벤토의 사상 첫 세리에A 승점이었다. 이번 시즌 사상 최초로 세리에A에 승격한 소규모 구단 베네벤토는 개막 이후 14경기에서 모두 패배했다. 개막 이후 14연패는 유럽 5대 리그에서 나온 개막 후 최다 연패 신기록이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1930/1931, 12연패)가 갖고 있던 기록을 86년 만에 깼다.

명문 밀란을 상대로 첫 승점을 따낼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베네벤토는 전반 38분 자코모 보나벤투라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후반 5분 푸스카스의 동점골로 따라갔지만 후반 12분 니콜라 칼리니치의 골로 밀란이 다시 앞서갔다. 밀란 수비수 알레시오 로마뇰리가 후반 30분 퇴장 당해 베네벤토가 유리해졌으나 후반 막판까지 골을 넣지 못하고 있었다.

골은 가장 극적인 방법으로 터졌다. 후반 추가시간이 끝나갈 무렵, 최후의 공격을 위해 알베르토 브리뇰리 골키퍼까지 프리킥 공격에 가담했다. 다니엘 카탈디가 킥을 올렸을 때 브리뇰리가 공중에서 멋지게 몸을 날리는 다이빙 헤딩으로 절묘한 골을 터뜨렸다. 골키퍼의 득점은 종종 터지지만, 브리뇰리의 골은 동작의 ‘예술 점수’도 만점이었다.

역사적인 골을 터뜨린 브리뇰리는 경기가 끝난 뒤 “눈을 감고 헤딩했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설명하기 힘든 기분이다.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는 건 이기적이다. 모두가 함께 이룬 것이다.” 유벤투스 유소년팀, 삼프도리아 등을 거친 브리뇰리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1부 리그 주전으로 뛰는 선수다.

로베르토 데체르비 감독은 “우린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며 “우리 팀은 칭찬 받을 자격이 있다. 우린 끝까지 믿음을 버리지 않았기에 오늘의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나쁜 기록을 참 많이 세웠다. 그러나 오늘 우린 긍정적인 기록으로 신문 1면을 차지할 거다”라고도 했다.

연패 기록을 세웠지만 베네벤토의 잔류가 불가능할 정도로 멀어진 건 아니다. 두텁게 형성된 세리에A 하위권 때문이다. 17위 제노아의 승점은 10점, 14위 우디네세의 승점은 12점에 불과하다. 승점 1점인 베네벤토와 차이가 크긴 하지만 못 따라잡을 차이라곤 볼 수 없다.

데체르비 감독은 그동안 이기지 못해 폄훼됐을 뿐, 최근 베네벤토가 좋은 경기를 해 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베네벤토의 14패 중 한 골차 패배가 9차례나 된다는 건 실낱같은 희망을 조금 더 두껍게 품을 수 있는 이유다. 특히 데체르비 감독이 거론한 칼리아리, 유벤투스, 아탈란타 원정 경기는 몇 수 위 상대를 만나 좋은 플레이를 했지만 아깝게 패배했다. 데체르비 감독은 “사람들은 결과만 기억할 뿐 경기 내용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밀란은 빈첸조 몬텔라 감독을 경질하고 젠나로 가투소 감독을 선임한 뒤 가진 첫 경기에서 리그 최약체와 무승부에 그쳤다. 최악의 출발을 한 가투소 감독은 “오늘 같은 경기에선 선수들을 나무랄 수 없다. 베네벤토는 최근 경기력이 상승세에 있던 팀”이라고 말했다. 15라운드 현재 밀란의 순위는 8위로 떨어져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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