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류청 기자= 아무래도 준우승 했더라면 길고 험한 한 해로 기억됐을 것 같다.” (울산 이영재)

 

과정은 결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같은 과정을 지났더라도 결과에 따라 좋고 나쁨이 갈릴 수밖에 없다.

 

울산현대는 마무리를 잘했다. 울산은 지난 2월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2017 하나은행 FA컵’ 결승전까지 K리그에서 가장 긴 시즌을 보냈다. 어렵게 시작했고 아픔도 많았지만 3일 FA컵을 차지하면서 시즌을 아름답게 끝냈다. ‘졌지만 잘 싸웠다’가 아니라 ‘그래도 우승했다’로 시즌을 매듭지었다. 이 우승컵은 모든 아쉬움을 덮었다.

 

FA컵 결승전도 울산이 보낸 시즌과 비슷했다. 울산은 1차전에서 2-1로 승리하고도 2차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에 대해서 평가하지는 않겠다. 우리는 잘 버텼다.” 울산은 홈에서 한 2차전 경기에서 부산아이파크 공세에 밀리기도 했다. 전반 막바지에는 부산 이재권이 날린 슈팅이 골대에 맞았다. 울산은 끝까지 잘 버티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골대에 맞지 않고 들어갔다는 가능성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골대가 나를 MVP로 만들어줬다(웃음).” (김용대)

 

김도훈 감독과 함께 새롭게 시작한 ACL 플레이오프는 쉽지 않았다. 갑자기 준비한 탓인지 한 수 아래인 킷치FC(홍콩)와 한 경기에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본선에 진출했지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가시마앤틀러스에는 0-4로 패하기도 했다. 시즌 초반은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전남드래곤즈에도 0-5로 패했다.

“또다시 실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전남에 0-4로 패하고, 가시마에도 0-4로 졌다. 크게 한방 맞은 느낌이었고 정신이 아득했다.” (김도훈 감독)

 

울산은 실패 속에서도 흩어지지 않고 뭉쳤다. 주장 김창수는 “초반에는 김도훈 감독 축구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알게 되면서 더 강해진 것 같다”라며 “그래도 어려움 속에서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려는 의지가 있었고 그게 좋은 결과를 만든 것 같다. 안 좋은 것보다 좋은 것을 많이 얻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시즌 초반을 보낸 울산은 중반 이후에 상승세를 탔다. 2위로 스플릿 라운드에 돌입했지만,이후에도 4연패를 하며 위기에 빠졌다. 리그에서 ACL 진출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FA컵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울산은 이 우려를 딛고 FA컵을 들어올렸다. 경기력이 아닌 결과를 얻었다.

 

“경기력에 대한 비판을 알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승컵이라고 생각한다.” (울산 관계자)

 

프로는 성적이다. 아무리 좋은 경기를 해도 승리하지 못하고 우승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절대적인 기준은 우승컵이다. 울산은 FA컵을 차지하면서 기록을 남겼다. 2017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실패와 성공은 이렇게 한 끗 차이다. 울산은 어려운 길을 걸었지만 결국 웃으면서 시즌을 끝낼 수 있었다.

 

김 감독과 울산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어올릴 때 꽃가루가 휘날렸다. 그 꽃가루는 울산이 겪은 다사다난한 시즌을 보기 좋게 덮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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