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류청 기자= 부상당한 이종호는 시상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병상에서 우승 목걸이를 걸었다.

 

이종호는 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부산아이파크와 한 ‘2017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가 후반 4분만에 부상을 당했다. 경합 상황에서 엉켜 넘어지며 왼쪽 비골이 그대로 부러졌다. 그는 바로 손을 들어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알렸고, 경기장을 나와 그대로 울산대학교병원으로 갔다. 경기가 끝나고 한 시상식에도 참가할 수 없었다.

 

아쉬움이 컸다. 이종호는 지난달 30일에 부산에서 한 결승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이 한 “희생하라”는 주문을 그대로 이행했고, 골까지 터뜨렸다.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이종호는 여기에 개의치 않았다. 그는 아픈 와중에도 병상에서 우승 메달을 건 사진을 게재했다.

 

“저도 우승 셀레브레이션 인증 올립니다. FA컵 우승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올 시즌 힘든 시간 함께 버티고 이겨내 준 동료들 감독님 지원스탭 울산현대 관계자분들, 울산을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신 팬분들도 너무 고맙습니다.”

 

이종호는 검사를 받느라 시상식 장면을 TV로 보지도 못했다. 이후에 장민기 매니저가 우승 메달을 병원으로 가져와 그걸 목에 걸고 사진을 찍었다. 이종호는 4일 울산 구단을 통해 "울산에 와서 우승컵을 선물해드리겠다는 약속을 지켜서 너무 뿌듯하다"며 자신과 함께한 모든 이에게 영광을 돌렸다. 

 

이종호는 오는 9일에 결혼식을 한다. 결혼식 전에 수술을 해야 한다. 결혼식장에는 목발을 짚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았다. 이종호는 “우리 한경이도 너무 고맙고 미안해. 우리에게 특별한 결혼식이 될거야”라며 예비 신부에게도 보내는 메시지도 남겼다.

 

그는 2017시즌을 앞두고 전북현대에서 울산으로 이적했다. 초기에는 골을 넣지 못해 어려움도 겪었으나 이내 스스로 돌파구를 찾았다. 이종호는 리그에서 34경기에 출전해 8골 3도움을 기록했다. 전방에서 많이 뛰면서 동료들이 편하게 경기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도 제대로 했다. FA컵 MVP를 차지한 김용대는 “전방에서 종호부터 몸을 날리니 뒤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종호는 영광의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수술 후 적어도 3개월 동안은 재활에 매진해야 한다 그는 다시 일어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축구를 하며 크게 다쳐본적이 처음인데,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잘 이겨내고 회복을 잘 해서 내년 시즌에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사진= 이종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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