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김정용 기자= 상주상무의 올스타급 멤버는 인천유나이티드의 ‘잔류 본능’을 넘지 못했다. 자멸에 가까운 경기 끝에 상주가 강등 위기로 몰렸다.

18일 인천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8라운드를 가진 인천이 상주를 2-0으로 꺾었다. 문선민이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경기 전까지 전망이 더 밝은 팀은 상주였다. 상주는 10월까지 부상자였던 신진호가 교체 명단에 합류했고, 윤영선이 팔 수술을 미루고 선발로 투입됐다.

반면 인천은 스쿼드 곳곳이 구멍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스위퍼를 모두 소화하는 채프먼은 이윤표가 부상으로, 부노자가 징계로 빠진 중앙 수비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채프먼은 가벼운 부상을 안고 경기를 준비하다 당일 아침에 못 뛸 것 같다는 의사를 직접 밝혔다. 징계에서 복귀할 예정이었던 팀내 최다 공격 포인트(3골 3도움)의 주인공 최종환은 다시 부상을 입고 빠졌다. 공격수 웨슬리도 징계로 이탈했다.

 

이겨야 하는 상주, 퇴장으로 위기에 몰렸다

상주는 승리해야 10위 이상의 순위에 오르며 자력으로 잔류할 수 있었다. 주민규와 김병오를 투톱으로 세우며 공겨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좌우 측면에 배치된 김호남과 김태환, 왼쪽 공격을 지원하는 레프트백 홍철까지 올스타급 멤버였다.

그러나 상주는 전반적으로 느리고 부정확했다. 수비진을 치고 있는 인천을 상대로 상주 공격은 효과가 없었다. 인천의 역습이 더 위력적이었다. 김진야가 여러 차례 문전으로 잘 쇄도해 놓고 투박한 퍼스트 터치로 공을 흘린 덕분에 상주는 실점을 면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상주는 일찍 교체를 단행했다. 부상당한 김병오를 빼고 신진호를 투입했다. 공격수 숫자는 줄어든 대신 더 창의적으로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조합이 갖춰졌다. 그러나 45분 넘게 뛴 지 3개월이 지난 신진호는 추운 날씨 속에서 경기에 몰입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전반 44분 사건이 터졌다. 상주의 주장인 미드필더 여름이 중앙선 부근에서 한석종과 경합을 벌이다 발바닥으로 상대 다리를 걷어차는 꼴이 됐다. 바로 앞에서 지켜본 고형진 주심이 퇴장을 선언했다.

 

인천 잔류 이끈 문선민

후반전을 한 명 적은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상주는 여전히 느슨한 경기를 했다. 무승부를 염두에 둔 경기 운영이라고 하기에는 각 선수의 반응 속도 자체가 느렸다.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 속에서 예열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퇴장까지 안고 있는 상주 선수들이 느린 몸놀림은 곧 위기로 이어졌다.

후반전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공격을 주도하던 문선민이 7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공을 몰고 가며 슛을 할듯 말듯 상주 선수들을 속였다. 슛을 할 각도가 열리자 강력한 오른발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아슬아슬하게 골대 안에 떨어졌다. 함성 소리가 크기로 유명한 인천 팬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상주의 수비는 실점 이후에도 계속 느슨했고, 인천이 쉽게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13분 왼쪽에서 쉽게 문전까지 연결된 공이 문선민을 거쳐 김도혁에게 이어졌고, 김도혁이 달려들던 탄력 그대로 왼발 강슛을 날렸다. 이 경기를 끝으로 아산무궁화 입대가 예정된 김도혁은 골대 뒤 서포터들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원래 상주의 간판 세리머니다.

상주는 너무 늦게 불이 붙었다. 후반 28분 다른 구장에서 전남드래곤즈가 대구에 실점했다. 상주는 무승부만 거둬도 잔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이 즈음부터 상주가 공격에 열을 올렸다. 전반전에 보이지 않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전방부터 공을 따내며 기회를 만들었다. 좌우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김호남과 주민규가 각각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모두 이진형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자멸한 상주, 승강 PO 상대는 부산

후반 추가시간부터 이미 승리의 노래를 부르고 있던 인천 서포터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큰 소리로 생존을 자축했다. 인천 스태프들도 잔디 위로 뛰어나와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다. 문선민은 4골 3도움으로 팀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K리그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결국 전남이 대구에 패배했기 때문에, 상주는 이날 무승부만 거뒀어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무기력한 경기 운영과 퇴장 등 자멸에 가까운 상황이 반복되다 결국 패배했다. “우리 팀은 일찌감치 강등이 확정된 적은 있지만 잔류를 걸고 경기한 적이 없다”고 말한 김태완 감독의 불안감이 현실이 됐다.

이날 열린 K리그 챌린지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부산아이파크가 아산을 3-0으로 대파했다. 부산이 상주의 승강 플레이오프 상대다. 최후의 승격과 잔류를 건 싸움은 22일 부산 홈에서, 26일 상주 홈에서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린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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