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김정용 기자= 이기형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은 2년 연속 벼랑 끝을 붙잡고 올라왔다. 기쁨에 취해있기보다 올라오지 못한 동료 감독에게 미안한 마음을 밝히는 게 먼저였다.

18일 인천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최종전 38라운드를 가진 인천이 상주상무를 2-0으로 꺾고 잔류를 확정했다. 인천이 9위, 전남드래곤즈가 10위로 생존했다. 11위로 정규 리그를 마친 상주가 승강 플레이오프로 떨어졌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추운 날씨에도 성원해 준 서포터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에 이어 “지도자 입장에서 김태완 상주 감독에게 죄송스런 면이 있다. 나도 마음 고생 많이 했다. 미안한 마음이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으로 잔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이 상주를 떨어뜨려 주면서, 같은 시간 대구FC에 패배한 전남드래곤즈가 어부지리로 살아남았다. 이 감독은 전남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어느 팀이든 하나는 떨어진다. 김태완 감독님께 죄송스럽다. 전남 경기 결과는 끝나고 알았다. 한 쪽을 축하하기엔 다른 쪽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우린 열심히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남 걱정을 할 겨를이 없는 김태완 상주 감독도 기자회견 첫 마디는 “일단 인천의 잔류를 축하한다”였다. 강등권에서 극심한 압박감과 싸운 감독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내년엔 선수 보강, 강등권 벗어나겠다”

이 감독은 지난해 9월 김도훈 전 감독(현 울산현대)이 물러나면서 대행으로서 처음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잔류를 이끈 역량을 인정받아 올해 공식 감독으로 첫 시즌을 보냈다. 이 감독은 “작년에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대행으로서 경기했다. 매 경기 이겨야 했다. 올해보다 적극적, 도전적으로 경기했다. 올해는 상황을 봐 가며 상대에 따라 경기운영을 하다보니 작년보다 루즈했고 공격적인 축구를 못 보여드렸다. 마지막엔 공격적으로 잔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년 연속 외나무다리를 간신히 건넌 이 감독은 내년에야말로 강등권을 벗어나겠다고 다짐했다. “어려운 상황을 겪을 때마다 내가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잔류하고 나면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 ‘이러면 인천을 사랑하는 팬들이 힘들어지는구나’ 싶은 것들이 많았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미리 준비도 해 놨고 생각도 해 놨다”고 말했다.

선수 보강도 다짐했다. “시장님도 말씀하신 바다. 중간에 오신 사장님은 나와 일주일에 두세 번씩 미팅했다. 인천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아가자고 했다. 선수 구성, 처우 개선 등 전체적인 지원을 약속하셨다. 더 준비한다면 올해 같은 상황은 만들지 않을 수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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