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야 아름답다. 아무리 시작이 좋아도 끝이 좋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없다. 다른 직업과 많은 부분이 다른 감독은 더 그렇다. 감독은 정해진 임기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떠나야 할 때 떠나지 않았다는 것은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것과 같다. 떠나야할 때를 몰랐던, 끝이 매우 좋지 않았던 감독을 모아봤다. 

 

#잠피에로 벤투라

벤투라 감독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선수 시절 3~4부 리그에서 주로 활동하는 무명이었고 감독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1981년 감독 생활을 시작했고, 1995년이 돼서야 레체를 3부부터 1부(세리에A)로 끌어올리며 처음 빛을 봤다. 최근에는 하위권에 있던 토리노를 최고 7위까지 올려놓으며 인정받았다. 토리노를 5시즌 동안 지휘한 뒤 이탈리아 축구협회의 러브콜을 받자 바로 지휘봉을 내려놓고 이직했다. 안토니오 콘테 전임 감독이 ‘유로 2016’ 종료 직후 첼시로 간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탈리아축구협회(FIGC)는 감독을 선임할 시간이 충분했다. 그러나 카를로 안첼로티, 로베르토 만치니 등 쟁쟁한 감독들은 명문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비교적 무명인 벤투라 감독에겐 좋은 타이밍이었다.

 

#이탈리아 재임 기간: 1년 5개월, 월드컵 예선을 책임지다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 전체를 함께 했다. 

 

#60년 만의 월드컵 탈락을 초래한 원흉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 탈락의 원흉. 이탈리아가 월드컵에 아예 불참한 경우를 제외하면 탈락한 건 이번이 겨우 두 번째다. ‘1958 스웨덴월드컵’ 이후 60년 만에 탈락했다. 조별리그에서 스페인과 한 조에 편성됐다는 건 분명 불운했지만, 바로 직전인 유로 2016 본선에서 스페인에 완승을 거뒀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벤투라 감독의 역량 부족을 바로 알 수 있다. 특히 심각한 건 예선이 진행될수록 경기력이 나빠졌다는 점이다. 한국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과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스페인을 꺾어 조 1위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서 무리한 공격 전술로 자충수를 두며 0-3 대패를 당했다. 결국 조 2위로 예선을 마친 뒤 플레이오프에 참가했는데, 스웨덴 원정에서 0-1로 진 뒤 밀라노에서 열린 홈 경기는 0-0 무승부에 그쳤다. 공격 전술이 심각하게 엉망이었다.

#데로시가 코치에게 ‘항명’한 이유

세리에A에서 늘 약팀을 지도해 온 벤투라 감독에겐 고급스런 선수들을 잘 조합하는 능력이 없었다. 참으로 이탈리아 전술가답지 않은 인물이었다. 특히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반드시 한 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3-5-2 포메이션을 바꾸지 않았고, 여기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장 위협적인 선수인 로렌초 인시녜를 배제한 것은 블랙 코미디였다. 베테랑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로시는 경기 중 몸을 풀라는 지시를 받자 욕설과 함께 “나 말고 인시녜를 투입하라고”라는 고함을 질렀다. 데로시는 이 경기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해 버렸다.

 

#사퇴 거부 소동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계약한 감독이었기 때문에 본선 진출이 좌절된 순간 사퇴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잔루이지 부폰 등 선수들이 줄줄이 은퇴한 뒤에 뒤늦게 인터뷰를 갖고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촌극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밀라노를 떠나는 비행기에 막 탑승할 때 뒤따라온 방송 취재진과 짧은 인터뷰를 했는데, 사퇴할 거냐는 질문에 얼떨결에 “그렇다”라고 답해놓고 나중에 통신사 기자에게 "사퇴한다고 말한 적 없다“는 문자를 보낸 것이다. 그 뒤로도 괴상한 인터뷰를 잔뜩 남겼고, 결국 FIGC로부터 결별을 통보 받았다.

”결과는 미안하게 됐지만 우리는 노력했다.“

“축구계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탈락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잘 안다.”

”내가 지난 2년 동안 남긴 성적을 보면 패배가 겨우 두 번뿐이다. 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총평 : 전술만 모르는 것이 아니고 처신할 줄도 몰랐던 남자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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