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길은 여러 방법이 있지만 스포츠로 시민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 겸 서을이랜드 구단주, 창단 기자회견에서)

 

서울이랜드가 3년 전에 약속했던 재미와 즐거움은 어디로 갔을까?

 

서울이랜드는 16일 한만진 대표와 김병수 감독이 동반 자진사퇴했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가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김 감독 사임은 예상치 못한 일이다. 김 감독은 시즌 종반 경기에서도 다음 시즌을 언급했었기 때문이다.

 

“선수는 물론 직원들도 몰랐다고 한다.”

 

서울이랜드 구단 사정에 정통한 한 축구계 관계자는 김 감독 사임이 사실상 경질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 논의된 게 아니라 정확히 특정할 수 없는 이랜드그룹 고위층에서 사장과 감독 교체를 지시했다는 이야기다.

김 감독은 2017시즌 개막을 앞두고 서울이랜드 지휘봉을 잡았다. 이번 시즌 성적은 8위였다. 좋지 않은 성적이지만, 구단이 김 감독을 영입하며 올 시즌 승격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2~3년간 김 감독에게 팀을 맡겨 체질을 개선하고 뼈대를 세우는 게 목표였다.

 

이런 목표를 세우고 영입한 감독을 1시즌 만에 사실상 내친다는 것은 기조가 변했다는 증거다. 서울이랜드는 매년 기조를 세우고, 매년 기조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그 방향성을 정확히 아는 이가 없는 실정이다.

 

이번 감독 교체는 서울이랜드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를 잘 보여준다. 서울이랜드는 최고 인기팀을 목표로 창단했지만 벌써 감독과 사장을 3번이나 교체했다. 그럴듯한 기치를 걸었으나 구조와 행정은 이를 달성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서울이랜드는 그 사이 많은 것을 잃었다. 희망과 꿈을 언급하며 서울이랜드에 입사했던 프런트 중 많은 이가 떠났다. 주축 선수로 영입했던 핵심 선수 3명 중에서 김영광만이 남았다. 이후로 거물급 선수 영입은 없었다. 결정적으로 이런 어지러움 속에 팬도 많이 자리를 떴다.

신임 김현수 대표이사는 이랜드그룹 안에서도 높은 자리에 있는 실세다. 실세가 구단 대표로 부임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한 전 대표도 1주일에 많아야 이틀 정도 구단에 출근하는 게 전부였다. 이랜드그룹이 구단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이랜드는 성적이 아닌 인기와 꿈을 목표로 잡았기에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K리그는 성적 그 자체에 매몰돼 울림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이랜드는 3년 만에 다른 구단과 같은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인하게 됐다.

 

말은 그대로일지 몰라도 바뀐 행동이 변심을 증명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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