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김완주 기자= 국가 대표팀에서 선수의 포지션을 바꾸는 건 무리수일 경우가 많다. 새 포지션에 적응할 훈련 시간이 부족해 팀의 완성도만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신태용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11월 A매치 2연전에서 여러 선수의 포지션과 역할을 바꿨고,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포지션 변환은 한국 전술에 희망을 보여줬다.

한국은 10일 수원에서 콜롬비아, 14일 울산에서 세르비아와 A매치 2연전을 가졌다. 상대가 모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강호인데다 최근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아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하는 쪽은 많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변화를 통해 강팀 상대로 1승 1무를 거뒀다.

신태용 감독은 새로운 4-4-2 포메이션으로 반전을 이뤄냈다.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선택이었다. 대표팀만 오면 부진하던 손흥민은 최전방 공격수로서 살아났고 문제점으로 지적 받은 수비불안은 상대보다 한발 더 뛰는 모습과 간격을 촘촘히 가져가는 두줄 수비로 해결했다.

대표팀의 새로운 전술 핵심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네 명의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한 손흥민이다. 신 감독은 활동량이 많은 선수들을 미드필더에 투입해 공수 균형을 맞추게 했고,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전진시켜 장점을 살렸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포지션 변화가 있었다. 손흥민과 권창훈은 소속팀에서 뛰는 포지션에 따라 대표팀 포지션도 변한 경우다. 이재성과 고요한은 대표팀 전술에 맞춰 옛 포지션을 되살렸다.

손흥민의 공격수 전환이 성공의 열쇠였다. 11월 A매치 2연전을 준비하는 대표팀의 과제 중 하나는 대표팀에서 부진하는 손흥민 살리기였다.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 명단은 발표하며 “토트넘홋스퍼 경기를 보고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고 말하며 선수 기용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윙어로 뛴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세웠다. 손흥민은 기동력 좋은 이근호, 구자철과 짝을 이뤄 빠른 공간 침투와 정확한 마무리를 보여줬다. 소속팀에서 보이는 모습 그대로였다.

권창훈은 오른쪽 미드필더로 자리가 고정되자 더욱 활약했다. 소속팀에서 뛰던 익숙한 자리다. 권창훈은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뛰는 포지션이 같아서 상당히 도움이 된다. 편하게 경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창훈은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많이 보였다. 권창훈의 빈자리에 풀백 최철순이 올라서면서 공격시 숫자 싸움에도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중앙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갔던 권창훈은 제 자리를 찾으며 측면 자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재성은 신태용 감독의 전술에 맞춰 왼쪽 미드필더라는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했다. 이재성은 전북현대에서 중앙이나 오른쪽에서 주로 뛴다. 원래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고, 측면에 배치될 때는 왼발잡이라는 점을 이용해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공을 몰고 들어가 슈팅을 때리거나 패스를 전달하는 게 주된 임무다. 대표팀에서는 같은 포지션에서 보다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권창훈에 자리를 양보하고 왼쪽으로 이동했다. 이재성은 왼쪽 미드필더로서 많은 활동량으로 공수에 힘을 보탰다. 동료를 활용한 연계 플레이도 인상적이었다. 대표팀에서 자리가 애매했던 이재성은 4-4-2 전술의 왼쪽에서 장점을 발휘했다.

콜롬비아전에 나서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꽁꽁 묶은 고요한도 생소한 자리에서 활약한 경우다. 고요한은 측면 수비, 윙어는 물론 중앙 미드필더도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설 때는 주로 4-3-3 포메이션에서 세 명 중 한명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미드필더 2명 중 한 명으로 뛰는 건 "오랜만"이라고 말했지만, 고요한은 하메스를 견제하는 역할을 받아 많은 활동량과 빠른 압박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A매치 2연전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선수들은 자신감을 되찾았고 대표팀은 전술 실험을 통해 새로운 옵션을 마련했다. 내년 3월이 되야 대표팀은 다시 완전체로 모인다. 12월 열리는 동아시안컵에는 K리그와 일본,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만 데려갈 수 있다. 새로운 선수들을 실험해 대표팀의 옵션을 늘리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때도 포지션 전환 실험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