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장현수는 11월 2연전을 통해 가장 경기력이 나아진 선수 중 하나다.

14일 울산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세르비아와 친선경기를 가진 한국은 1-1 무승부를 거뒀다. 장현수는 앞선 10일 콜롬비아전 2-1 승리에 이어 세르비아전까지 두 경기에서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두 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는 장현수와 함께 최철순, 기성용, 손흥민까지 4명뿐이었다. 신 감독은 이번 2연전에서 신예 선수들을 시험하기보다 가장 완성된 전술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2연전에서 모두 중책을 맡은 멤버들은 해당 포지션의 핵심이다. 특히 센터백 장현수, 미드필더 기성용, 공격수 손흥민이 팀의 뼈대였다. 다른 선수들로 어떻게 살을 붙이는지 시험한 두 경기였다.

장현수는 각급 대표팀에서 두루 신뢰를 받아 온 선수다. 지난 2013년 A매치에 데뷔했고, 2014년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부임과 함께 본격적인 신뢰를 받기 시작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이미 병역 의무를 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와일드카드로 뽑혔다. 파격적이었다. 장현수는 A매치 42경기(이번 2연전 포함)에 뛰었고, 그 외 연령별 대표팀 경기도 45경기나 뛰었다.

문제는 장현수에 대한 신뢰가 팀의 리더 역할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땜질’ 선수라는 방식으로 구현됐다는 점이다. 장현수는 수비형 미드필더, 센터백부터 시작해 좌우 수비수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왔다. 

처음엔 준수한 포지션 소화 능력으로 ‘슈틸리케의 황태자’라는 말을 들었지만 포지션 정체성이 점차 희미해졌다. 수비수들의 ‘중국화' 논란, 올해 전반기 소속팀이었던 광저우푸리에서 규정 변화로 주전 자리를 잃어버렸던 일까지 겹치며 일부 축구팬들에게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리우에서 장현수를 신뢰했던 신태용 감독은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여전히 장현수를 중용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A매치에서 난해한 역할인 포어 리베로를 맡겼다가 수비 불안을 자초했다. 장현수는 대표팀이 부진한 동안 내내 전술의 희생양이었다.

신 감독은 나중에 밝힌 인터뷰에서 10월 A매치 당시 K리거를 배제하느라 풀백 자원을 제대로 선발하지 못했고, 선발한 풀백들까지 부상을 당하며 어쩔 수 없이 포어 리베로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이 말에 따르면 10월은 진정한 수비 실험이 아니었던 셈이다.

콜롬비아전부터 장현수는 달라졌다. 한국의 수비 전술이 4-4-2를 바탕으로 한 일자 수비로 바뀌었다. 파트너는 A매치 두 번째 경기를 치르는 후배 권경원이었다. 장현수가 수비진을 지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침내 ‘부품’에서 벗어나 리더 역할을 맡은 장현수는 오프사이드 트랩, 깔끔한 공격 전개, 때론 탄성을 자아내는 롱 패스, 상대 공격수와 벌이는 일대일 대결 등 여러 모로 훌륭한 수비를 했다. 콜롬비아의 라다멜 팔카오,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등 각국 최고 공격수들이 빠져 비교적 수월한 수비를 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콜롬비아전에서는 이탈리아세리에A에서 훌륭한 활약 중인 두반 사파타와 정면 대결을 벌여 거의 꼼짝 못하게 누르는 데 성공했다. 권경원과 장현수는 번갈아 사파타를 막으며 전혀 밀리지 않았다.

4-4-2는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총 3개의 열을 이루는 시스템이다. 4-2-3-1, 4-1-4-1 등 한국이 기존에 썼던 포메이션은 4열 시스템이었다. 3열 시스템에서는 공수 간격을 더 좁혀야 각 라인 사이의 빈틈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만큼 수비라인이 빠르게 전진하고 후퇴하며 공의 움직임에 반응해야 한다. 장현수가 가장 돋보인 점이 수비 라인 지휘였다. 한국 수비진은 장현수의 손짓을 따라 일사분란하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썼다.

장현수는 A매치 경력이 더 많은 김영권(세르비아전 포함 49경기)이 파트너로 나왔을 때도 수비의 중심 역할을 유지했다. 두 센터백이 번갈아 수비를 지휘했지만 장현수의 비중이 조금 더 높았다. 최근 수비진 지휘에 어려움을 겪으며 장현수 이상의 비판을 받은 김영권은 비교적 부담이 적은 역할을 맡았고, 장현수 중심 시스템은 여전히 유효했다. 장현수는 왼발잡이 파트너가 누구든 좋은 플레이를 했다.

불안한 대목도 있었다. 장현수는 후반 24분경 상대 크로스를 헤딩으로 걷어내는 족족 세르비아 선수에게 내주며 2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위험한 지역에서 파울이 났고, 아뎀 랴이치의 크로스를 조현우가 선방해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장현수는 1분 뒤 세르비아의 위협적인 땅볼 크로스를 슬라이딩 태클로 직접 걷어내며 경기 흐름을 스스로 끌어올렸다.

장현수는 공을 받기 위한 움직임도 훌륭했다. 특히 콜롬비아전보다 약간 템포가 느려진 세르비아전에서 한국의 왼쪽 빌드업이 막히면 장현수가 여유 있는 공간에서 기다리며 패스할 곳을 열어줬다. 장현수는 공을 받은 뒤 깔끔하게 공격을 전개했고, 전반 32분에는 직접 중거리슛도 날렸다.

11월 2연전을 통해 한국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손흥민의 활용법을 찾은 것이다. 2골을 넣은 손흥민에게 가려 있지만, 수비진에선 장현수의 활용법을 찾은 것이 손흥민 못지않게 큰 소득이었다.

장현수는 김영권과 권경원, 부상으로 이번 소집을 거른 김민재 등 다른 센터백들을 파트너 삼아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갈 자격을 보여줬다. 상승세를 유지해 앞으로 무실점 수비를 해내는 것이 다음 과제다. 신 감독은 수비진에 대해 ”주전이 정해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서도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조직 훈련 할 시간이 이제 많다.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조직 훈련을 할 것“이라며 지금 멤버들을 중심으로 조직력을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