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축구 명문 이탈리아 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았지만, 잔피에로 벤투라 감독은 자신의 성적을 옹호하며 사임을 거부하고 있다.

벤투라 감독은 지난 14일(한국시간) 밀라노에서 홈 경기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스웨덴과 0-0으로 비겼다. 1차전 원정 경기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이탈리아가 탈락했고, 승자 스웨덴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이탈리아의 월드컵 본선 불참은 60년 만이다. 대회 규모가 작아 아예 참가하지 않았던 초대 대회를 제외하면 1958년 대회에 이어 이번이 역대 두 번째 예선 탈락이었다. 충격적 결과다.

벤투라 감독은 탈락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이탈리아는 ‘2014 브라질월드컵’과 ‘유로 2016’에 비해 멤버가 비약적으로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예선 막판으로 갈수록 치로 임모빌레, 시모네 차차, 로렌초 인시녜 등 뛰어난 공격 자원이 대거 등장하며 기대를 모았다.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벤투라 감독에게 비판이 집중됐다. 벤투라 감독은 심지어 자기 전술에 맞지 않는다며 인시녜를 플레이오프 2차전에 아예 쓰지 않았다.

사임이 유력한 상황에서도 벤투라 감독은 직접적인 언급을 꺼리며 자리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종료 직후 갖는 방송 인터뷰에 뒤늦게 나타나 사임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유명한 TV 프로그램 ‘르 예네’가 벤투라 감독이 경기 후 바리행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따라잡아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때 벤투라 감독은 ‘그만둘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통신사 ‘ANSA'에 문자를 보낸 벤투라 감독은 “난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영상에 남아있는 자신의 말을 번복하면서까지 사임을 거부했다.

‘르 예네’는 나중에 벤투라 감독과 만난 과정 전체를 공개했다. 벤투라 감독은 사임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을 받자 “지금으로선 할 말이 없다. 나중에 이 일에 대해 토론할 준비가 되면 그때 말하자”라고 말을 돌렸다. 이어 “스포츠에서 일어난 결과에 대해서는 모든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이탈리아 없는 월드컵을 보는 건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벤투라 감독은 자신이 거둔 성적을 옹호하기도 했다. “난 여전히 지난 40년을 통틀어 최고 서적을 가진 감독이다. 난 2년 동안 겨우 두 번 패배했다”고 말했다. 친선경기를 제외하면 벤투라 감독이 약 1년 4개월 동안 두 번 패배한 건 사실이다. 월드컵 예선에서 7승 2무 1패를 거뒀고, 플레이오프에서 1무 1패를 거뒀다.

그러나 예선에서 만난 상대가 대부분 약체였다는 점, 유일한 맞수였던 스페인과 1무 1패에 그쳐 조 2위로 떨어지며 플레이오프로 밀렸다는 점, 플레이오프에서 무기력했다는 점 등 정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벤투라 감독이 전성기를 보낼 때 곁에서 지켜 본 우르바노 카이로 토리노 회장은 “내가 알던 벤투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이로 회장은 “왜 야직 사임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내가 알던 벤투라가 아니다. 감독이 아니고 손님처럼 보였다”라고 말했다.

벤투라 감독의 완강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경질 수순이 지행되고 있다. 현지시간 15일 카를로 타베키오 회장을 비롯한 이탈리아축구협회(FIGC) 고위 인사들이 모여 경질 여부를 논의한다. 벤투라 감독의 계약기간은 2020년까지다. 일각에선 벤투라 감독이 사임을 거부하는 이유가 경질에 따른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의 전설적 수비수 쥐세페 베르고미는 “유소년부터 싹 교체해야 한다”며 대표팀 감독으로는 “무리뉴가 적당하다. 그러나 만치니 같은 인물도 좋다고 본다”는 말로 주제 무리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 로베르토 만치니 제니트상트페테르부르크 감독을 추천했다. ‘메디아셋’은 만치니 감독의 선임이 가장 유력하다고 전했다. 현재 맡은 팀이 없는 이탈리아 명장인 카를로 안첼로티 전 바이에른뮌헨 감독도 물망에 올라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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