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부산] 김완주 인턴기자= 故 조진호 감독이 세상을 떠나고 부산에서 치른 첫 경기, 부산구덕운동장은 경기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故 조진호 감독과 함께 했다.
부산아이파크와 수원삼성은 25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2017 KEB하나은행 FA컵’ 4강 경기를 했다.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의 부산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팀 수원을 상대로 120분까지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를 거뒀다. 부산은 이날 승리로 2010년 이후 7년 만에 FA컵 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는 조진호 감독이 급성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한 뒤 부산이 치른 첫 홈경기였다. 조 감독은 지난 10일 숙소에서 나오던 중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조 감독의 갑작스런 사망에 많은 사람들이 조의를 표했다.
경기장 입구에는 조진호 감독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앞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부산 선수들과 팬들이 조진호 감독에게 전하는 못다한 이야기가 재생됐다. 환하게 웃고 있는 조 감독의 영정 사진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흰 국화를 헌화했다. 원정 온 수원 팬들도 추모 공간을 찾아 조 감독을 애도했다. 부산과 K리그 챌린지 우승을 다투던 경남FC 팬은 “이번 시즌 낙동강 더비, 감독님 덕분에 재밌게 봤습니다. 부산도 클래식에 올라와 내년에 낙동강 더비를 클래식에서 봤으면 합니다. 편히 쉬십시오”라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경기장 안에서도 고인을 향한 추모는 이어졌다. 부산 서포터즈는 부산 선수단 라커룸 앞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고 있는 조 감독의 사진과 ‘애들아 사진 함 찍자’라고 적힌 현수막을 함께 걸었다. 경기 전 전광판에는 조 감독을 추모하는 영상이 나왔고, 수원 서포터즈도 ‘당신의 열정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걸개로 추모에 동참했다.
고인의 빈소에서 가장 많이 울었다는 서정원 수원 감독은 “조 감독과는 어릴 때부터 룸메이트였다. 서로 가족과도 같이 만나던 사이였다. 그날 가서 부인이 우시는 걸 보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경기가 시작되고도 조진호 감독은 경기장에서 함께 했다. 경기 시작 전 양팀 선수단은 물론, 경기장을 찾은 관중 2,215명이 묵념을 했다. 이승엽 감독대행은 지난 2경기에서처럼 벤치 가장 안쪽 조진호 감독의 자리를 비워놓고 경기를 지휘했다. 후반 이정협의 동점골이 나왔을 때는 평소 조 감독이 좋아했다던 ‘부산갈매기’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경기를 앞두고 “감독님이 수원에 대한 분석을 다 해놓으셨다. 선수들에게 감독님이 해오셨던 것처럼 경기하자고 말했다”고 했던 이승엽 감독대행은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도 조진호 감독 얘기를 먼저 꺼냈다. 부운 눈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온 이 대행은 “제일 먼저 감독님이 생각났다. 감정이 복 받쳐 올라왔다. 감독님과 다같이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다”고 말했다. 경기 중간중간 하늘을 올려다 봤다는 이 대행은 “감독님과 친형제 같은 사이여서 클럽하우스 방도 같이 썼다. 돌아가시고 유품을 다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속옷 한 장이 남아있더라. 오늘 처음으로 그거 입고 나왔다. 감독님이 선수들과 함게 뛰어주지 않으셨나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점골을 넣은 이정협은 조진호 감독에게 미안함을 보였다. 이정협은 “감독님이 계실 때 이런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안 계실 때 이런 모습을 보여 죄송스럽다. 감독님이 그 동안 이야기 해주셨던 것을 생각하면서 뛰었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고 관중들이 하나 둘 빠져나갈 때도 경기장에는 ‘부산갈매기’가 울려 퍼졌다. 조진호 감독은 하늘에서, 고인이 생전 그토록 원하던 FA컵 우승을 향한 도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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