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경남FC가 일찌감치 K리그 클래식 승격을 확정했다. 전력 보강이 남아 있지만, 그보다 먼저 전력 이탈을 막는 것이 선결 과제다.

경남은 지난 14일 ‘KEB 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34라운드에서 서울이랜드FC를 2-1로 꺾고 우승을 확정했다. 리그 일정이 두 경기 남은 가운데 일찌감치 정상에 오르며 클래식 승격을 달성했다.

챌린지로 강등돼 세 시즌을 보낸 끝에 달성한 승격이다. 2013년과 2014년 사이 심판을 매수한 사실이 드러나 2015년 챌린지에서 승점 10점 감점 등 징계를 받았다.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이 일어났다. 2016년 승점과 선수단이 모두 깎여나간 팀을 지휘하게 된 김종부 감독은 두 시즌에 걸쳐 전력을 끌어올려 승격에 도달했다.

클래식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 김 감독은 “지금 선수들은 100% 이상을 발휘해 줬다”고 말한 바 있다. 경남은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던 선수들과 노장들, 큰 기대 없이 영입된 외국인 공격수 말컹 등 ‘저평가 우량주’들을 잘 조합해 우승을 달성했다. 정원진, 말컹 등 어린 선수들은 김 감독의 지도 아래 성장했다.

그러나 큰 폭의 보강은 어렵다. 김 감독은 우승 후 “시도민구단이다. 선수단을 대폭 바꾸기엔 예산 문제가 있다. 기존 선수들로 60% 이상 틀을 가져가면서, 숨겨진 재능을 찾을 것이다. 시간을 갖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내 마음 같아서는 검증된 선수를 많이 영입하고 싶지만(그러기는 힘들다), 승격 결정이 온르 났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향은 앞으로 의논하겠다”며 예산 확충이 쉽지 않을 거라고 전망했다.

임대로 보유한 선수가 많다는 점도 경남의 문제 중 하나다. 정원진(포항스틸러스), 성봉재(성남FC), 윤종규(FC서울), 안성빈(FC안양), 김선우(제주유나이티드), 박명수(인천유나이티드) 등 1군에 임대 선수 숫자가 많았다. 위 선수들 중 30경기에서 선발로 뛴 정원진은 붙박이 주전이었다. 나머지 선수들은 팀내 비중이 낮았기 때문에 원소속팀으로 돌아가도 전력에 큰 차질은 없다. 그러나 그만큼 얇아진 선수단을 다시 보강하다보면 선수단에 변화가 커지고, 핵심 선수 영입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김 감독은 포항에서 임대돼 9골 10도움으로 두각을 나타낸 정원진을 내년에도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원지는 지난해 포항에서 데뷔했으나 교체 위주로 11경기를 소화하며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올해 경남에서 핵심 멤버로 맹활약했다. 상대 공격으로 파고드는 날카로운 움직임, 직접 프리킥 득점이 가능할 정도로 날카로운 오른발이 장점이다.

김 감독은 정원진에 대해 “완전영입을 하려면 포항과 잘 이야기를 해야 한다. 훌륭한 선수가 됐으니 포항도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영입이 어렵다면 임대 연장이라도 추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정원진의 임대 기간을 늘리고 싶은 데는 나름의 논리도 있다. 경남은 지난해 급성장한 이호석과 크리스찬을 이번 시즌 ‘세트’로 대전시티즌에 보냈다. 두 선수의 득점력은 지난 시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 감독은 막 재능을 터뜨리려 할 때 경남에서 1년 더 뛰었다면 선수 성장에 더 도움이 됐을 거라고 말하며 지나간 제자들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정원진의 경우 경남에서 1년 더 지도할 수 있다면 더욱 성장시켜 포항으로 보내주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이야기다.

더 중요한 선수는 말컹이다. 말컹은 지난 겨울 임대 형식으로 경남 유니폼을 입었다가, 시즌 도중 100만 달러 안팎으로 알려진 만만찮은 이적료를 통해 완전 영입됐다. 챌린지에서 22골 3도움을 기록한 기량, 196cm 키와 탄탄한 체격, 성장 가능성 등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이미 해외 구단에서 거액의 연봉을 제시한 바 있다. 경남으로선 말컹에게 투자한 이적료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팀 공격에서 거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말컹을 내준다면 팀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내년 잔류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김 감독은 “말컹에게 좋은 제안이 너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붙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말컹은 경남에 대한 애정이 있지만 본격적인 제안을 받아 봐야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

경남의 리빌딩은 작년과 올해를 거쳐 내년에도 끝나지 않고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평가된 선수들의 영입해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김 감독의 재주가 또 발휘돼야 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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