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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넣는 수비수’ 김진수, 전북 선두 굳힌 주인공
김정용 기자 | 승인 2017.10.08 16:57

[풋볼리스트=서귀포] 김정용 기자= “결승전에 오셨네.”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 말대로 올해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 중 하나였다. 승자는 전북이었고, 2위 제주유나이티드와 승점차가 벌어졌다.

8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3라운드를 치른 전북이 제주에 극적인 1-0 승리를 거뒀다.

제주가 이긴다면 전북을 추격해 승점 동률이 될 수 있는 경기였다. 게다가 제주는 전북 상대로 지난 시즌 막판부터 3연승을 거뒀다. K리그 최강 지위를 8년째 유지하고 있는 전북은 특정 팀을 상대로 3연패한 기록이 드물다. 심지어 올해 5월엔 제주가 4-0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최 감독이 지휘하는 전북이 처음 당하는 점수였다.

일방적인 최근 전적에 대해 양팀 감독의 입장은 반대였다. 경기 전 최강희 전북 감독은 “레알마드리드는 데포르티보 원정에서 10년 넘게 부진했다. 유럽에서는 그 정도 기간이 돼야 징크스라고 한다. 이 정도는 징크스에 속하지도 못한다”며 제주전 연패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했다. 반면 조성환 제주 감독은 전북이 이미 징크스를 느끼길 바라고 있었다. “전북은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 압박감을 경기 운영에 이용하겠다.”

 

유효슈팅조차 힘든 전반전

전반전은 예열 과정에 가까웠다. 제주 월드컵경기장은 잔디 관리 상태가 나빴고, 전반 초반에 광풍이 불었다. 낮게 깔아 차는 패스는 부정확했고, 롱 패스는 바람에 따라 방향이 제멋대로 흔들렸다. 결국 부정확한 롱볼, 치열한 미드필드 싸움만 계속 반복됐다.

제주는 이런 경기 양상에 잘 맞는 선수 구성을 준비했다. 윤빛가람의 미드필드 파트너로 최근 자주 출장하는 이동수가 투입돼 중원 장악을 위해 노력했다. 제주의 최전방을 맡은 유망주 공격수 이은범은 특기인 전력질주를 거의 선보이지 못하고 대신 전북 센터백들과 치열한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전북도 비슷했다. 멀티 플레이어 최보경을 수비진 가운데에 세운 스리백이 전북의 전략이었다. 제주 진영에서 공이 더 오래 머물긴 했지만 양쪽 모두 상대 골문을 여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전 최고의 패스가 두 팀 테크니션들에게서 한 번씩 나왔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전반 39분 이은범이 악착같이 따낸 공을 받아 윤빛가람이 예술적인 스루 패스를 건넸다. 그러나 슛까지 이어지지 못한 플레이였다. 전반 45분에는 전북의 이승기가 왼발 슛을 하는 척 하면서 수비 사이의 이동국에게 귀신같은 전진 패스를 제공했다. 이동국이 날린 회심의 슛도 무산됐다. 전반전 두 팀 합쳐 슛이 4회에 불과했고 유효슛은 없었다. 화려함 대신 격렬함으로 가득한 45분이었다.

 

제주의 연이은 공격, 그러나 주인공은 김진수였다

후반전에 바람이 잦아들고 두 팀 모두 교체를 단행하며 경기는 더 빠르고 정교해져갔다. 제주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문상윤을 빼고 류승우를 투입하며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맡겼다. 제주는 한결 빠르고 정확한 패스워크를 시작했다. 전북은 이동국 대신 에두를 투입했고, 로페즈의 드리블이 살아나며 득점 기회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경기에서 가장 아까운 장면 두 개 모두 제주의 것이었다. 후반 17분 마그노가 이 경기에서 가장 놀라운 개인기로 공을 키핑한 뒤 스루패스를 했다. 이은범이 재빨리 침투해 황병근 골키퍼 옆으로 슛을 날렸으나 공은 골대를 살짝 스쳐갔다. 이은범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후반 26분 롱 패스에 이은 혼전 끝에 류승우가 따내 노마크 상태에서 날린 슛은 골대를 맞고 빗나갔다. 류승우도 그 자리에 쓰러졌다.

경기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후반 32분 투입된 전북 레프트백 김진수였다. 김진수는 지난 9월 대표팀 일정에서 오른쪽 허벅지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해 있다가 이날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였다. 전북은 동시에 이승기 대신 김신욱도 투입했다. 최후의 카드는 김신욱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김진수였다.

후반 43분 김진수의 과감한 슛이 수비 맞고 나가 코너킥이 선언됐고, 코너킥 상황에서 공이 뒤로 흐르자 김진수가 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왼발 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김진수 특유의 주인공 기질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발휘됐다. 김진수는 유니폼 상의를 벗어들고 벤치와 서포터들을 번갈아 찾아가 포효했다. '골 넣는 풀백' 김진수의 시즌 4호골이었다.

급해진 제주는 장신 공격수 멘디를 투입했고, 윤밫가람의 중거리슛 등 몇 차례 득점을 노려 봤지만 골을 넣기엔 모두 부족했다. 윤빛가람이 추가시간 내내 마지막 킬 패스를 노렸지만 전북 수비는 틈을 주지 않았다. 전북은 수비수 이재성이 부상으로 빠져 한 명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잘 버텨냈다. 그대로 종료 휘슬이 울렸고, 전북은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선두를 더 굳힌 채 스플릿 시스템을 맞이하게 됐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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