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귀포] 김정용 기자= 제주유나이티드의 8일 홈 경기 관중은 이번 시즌 최다 관중인 8,526명이었다. 모객이 힘들기로 유명한 서귀포에서 무료 초청권 없이 달성한 수치다. 긴 추석 연휴 끝자락에 이만큼 많은 관중이 모인 건 예상 밖이다.

제주는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북현대에 0-1로 졌다. 경기는 졌지만 관중은 많았다. 이날 열린 클래식 6경기 중 제주 관중이 가장 많았다. 전북, 서울, 수원 등 관중 많은 팀들이 모두 원정 경기를 치렀다는 점을 감안해도 특이한 경우다.

이번 추석 연휴는 유독 길다. 임시공휴일, 대체휴일까지 끼며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연휴였다. 추석 앞으로 4일, 추석 뒤로도 5일이 있었다. 명절을 쇤 뒤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관중 동원에 어려움을 예상한 이유다. 제주도 연휴가 시작될 때 치른 1일 홈 경기(대 광주)는 2,326명 관중에 그쳤다. 한 제주 관계자는 “우리도 예상하지 못한 관중”이라고 말했다.

제주 관계자는 긴 연휴의 끝자락에 ‘빅 매치’가 열리자 자연스럽게 도민들이 찾게 된 것으로 봤다. 2위 제주는 이 경기에서 이기면 선두 전북의 승점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도 “결승전”이라고 표현했다. 1위와 2위의 선두 싸움이라는 점을 강조해 홍보했다. 관심이 갈 만한 경기였다. 경기 며칠 전부터 이례적인 제주국제공항 홍보전을 펼쳤다. 고향을 찾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벌인 홍보전이었다.

8천 명 넘는 관중이 고무적인 건 올해 늘려 놓은 유료 관중과 시즌권 소유자들의 힘이 나왔기 때문이다. 제주는 K리그에서 가장 다양한 홍보를 시도하는 팀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연고지 서귀포의 적은 인구 등 여러 한계 때문에 무료 초청권의 비중이 높았다. 올해 초청권을 싹 없애고 전면 유료화를 하면서 관중이 줄었다. 보통 2천 명에서 4천 명 사이다.

대신 시즌권자를 늘리는데 주력했다. 지난 시즌 약 1천 매 정도 판매한 시즌권을 이번 시즌엔 약 4천 매 정도 판매했다. 시즌권 소유자 중 약 90%가 전북전을 찾았다. 제주 관계자는 “고정적인 파이를 400% 늘려놓았기 때문에 오늘처럼 많은 관중이 찾아주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제주보다 가족 관중, 신규 유입 관중의 비율이 높았다. 축구장이 익숙하지 않은 관중들은 킥오프에 임박해 경기장을 찾았다가 전반전이 거의 끝날 때까지 줄을 서야 했다. 역시 서귀포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제주시에서 넘어온 관중이 많아 보였다는 점도 제주 구단으로선 고무적이었다.

K리그 사상 가장 신나는 연주를 하는 서포터

제주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분위기는 평소보다 신이 났다. 제주 서포터 ‘풍백’의 자리인 N석이 평소보다 신나는 분위기로 응원전을 펼쳤다. 제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카 밴드 사우스카니발이 서포터들과 합류했기 때문이다. 사우스카니발은 지난 해 장외 공연 형식으로 제주와 인연을 맺은 밴드다.

사우스카니발은 한국 축구장의 대표적인 응원 도구인 탐(북) 문화에서 벗어나지 않는 연주를 준비했다. 대신 뮤지션들답게 더 많은 북을 동원해 더 신나는 연주를 들려줬다는 점이 달랐다. 제주 서포터석의 북소리는 소리의 크기뿐 아니라 아예 그 자체를 거리 공연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뛰어난 연주 실력에서 나오는 리듬이 더해져 경기장 분위기를 신나게 만들었다.

제주 관계자는 서포터 문화를 해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요소를 더하려는 고민 끝에 나온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사전에 풍백 측을 만나 사우스카니발의 연주를 N석에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고, 승낙을 받았다. 사우스카니발은 풍백의 응원 리딩에 협조하다가 경기 중간 중간 서너 차례 정도 준비해 온 연주를 하며 흥을 돋우기로 했다. 제주 측은 풍백과 계속 협의를 해 가며 내년엔 사우스카니발의 공연을 완전히 정착시킬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사진= 제주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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