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귀포] 김정용 기자= “1-4가 된 뒤 TV를 껐다.” 국가대표를 이끌어 본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한국과 러시아의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챙겨봤다. 경기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목소리엔 안타까움과 연민이 묻어났다.
한국은 8일(한국시간) 러시아와 가진 원전 친선 경기에서 2-4로 대패했다. 전반 막판 한 골을 내준 뒤 후반 10분과 12분 김주영이 연속 자책골을 넣으며 승부의 추가 크게 기울었다. 이후 추가 실점 하나, 만회골 두 개가 나오며 점수차를 좁혔지만 공격력보다 수비 불안이 더 부각된 경기였다.
이날 오후 제주시 서귀포에 위치한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유나이티드 원정 K리그 클래식 경기를 준비하던 최 감독은 “자책골보다 첫 실점이 (더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는 경기 흐름이다. 최 감독은 “전반전엔 경기 운영을 잘 하고 있었다”며 전반 44분 코너킥 상황에서 실점하기 전까지 한국의 경기력은 괜찮았다고 봤다. 무실점으로 후반전에 돌입했다면 훨씬 좋은 내용과 결과를 따낼 수 있었을텐데 1, 2분을 버티지 못한 게 아쉽다는 것이다.
첫 실점이 아쉬웠던 두 번째 이유는 자책골과 달리 한국 수비 조직력 부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책골은 우발적 사건에 가깝다. 특히 러시아의 패스가 김주영의 발에 맞고 들어간 두 번째 자책골의 경우 “100번 차도 하나가 그렇게 들어갈까 말까”라며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반면 첫 실점은 짧은 코너킥을 니어포스트로 쇄도한 선수가 문전으로 돌려놓고, 그걸 두 번째 선수가 헤딩으로 마무리하는 패턴에 완전히 당했다.
최 감독은 훈련 기간이 아직 짧기 때문에 수비 조직력을 개선하기 힘든 시점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지금 이틀 정도 훈련하고 경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걸 가다듬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모로코전이 며칠인가? 11일이라면 남은 훈련 기간도 이틀 정도에 불과하다. 모로코전에서도 개선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임 후 소집훈련 기간이 짧았던 신 감독의 처지를 강조했다. 좀 더 훈련 시간이 쌓여야 구체적인 세트피스 수비 요령 등 세부적인 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세트피스 수비 틀인 ‘세미 존 디펜스’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우리 팀도 니어포스트 쪽에 키 큰 선수 두 명을 세운다. 그중 한 명, 이를테면 이재성에게 앞까지 커버하도록 한다”며 한국도 러시아처럼 짧은 코너킥을 노리는 상대에 대한 대책을 차차 세우면 된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국은 국민적 여론에 의한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평가전을 치르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말기 시작된 대표팀에 대한 불신은 신 감독도 해소하지 못했다. 최 감독은 “사실 히딩크, 허정무 감독 때도 압박이 심하긴 마찬가지였다. 먼 길 온 박지성, 이영표를 90분 동안 뛰게 하곤 했다. 나 역시 대표팀 감독 시절에 압박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큰 부담 속에서도 실험을 이어나가는 신 감독이 받는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것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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