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가시와(일본)] 류청 기자= 김보경이 자유롭게 나서니 윤석영이 장단을 맞췄다.

 

가시와 역에 내려 인터뷰 장소인 가시와 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조금 고됐다. 휴대폰 GPS가 고장이 나서 30분간 걷다 결국 요금이 무시무시하다는 택시를 타야 했다. 준비는 어려웠지만, 시작은 좋았다. 김보경이 “가시와 역 주변을 봤으면 가시와 전체를 본 셈이다”라고 말하자 윤석영은 “우리 집은 조금 더 시골 쪽이다. 조용해서 좋은 곳”이라고 받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두 선수는 호흡이 좋았다. 김보경이 치고나가면 윤석영이 은근히 따라왔다. 김보경은 가시와레이솔 유니폼을 입은 뒤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한 이야기를 묻자 “전북에서 배운걸 여기서 써서 그렇다”라며 크게 웃었다. 이어 슬쩍 “석영이는 서서 하는 수비는 잘하는데 태클이 거칠다. 태클을 잘 못해”라는 말을 끼워 넣기도 했다.

 

김보경과 윤석영은 여러 주제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무엇보다 솔직했다. 대표팀과 월드컵 이야기할 때는 진지했고, 서로 ‘저니맨’이라고 이야기할 때는 천진난만했다. 김보경은 J리그와 가시와레이솔에 관해 겪고 느낀 부분도 자세하게 들려줬다. 김보경은 전 소속팀인 전북현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인터뷰를 공개하기 전에 미리 언급할 부분이 있다. 이 인터뷰는 윤석영이 부상 당하기 전에 했다. 윤석영은 인터뷰 한 후 부상을 당했다. 가시와 구단은 7일 “윤석영은 지금 재활 중이다. 큰 부상이 아니라 다음 주 내로 훈련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보경, 윤석영과 한 인터뷰 전문.

#1. 가시와레이솔 그리고 J리그

-외국이지만 같이 있어서 생활하기 괜찮을 것 같다

김보경(이하 김): 일본에 올 때마다 같은 팀에 한국 선수가 있었다. (김)진현이형도 그렇고 석영이가 있어서 마음이 편하고 (적응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팀 적응은 석영이 때문에 빨리 했다. 석영이도 통역형이 있으니 내가 딱히 도울 것은 없다.

윤석영(이하 윤): 적응 못하고 있다가 보경이형 온 뒤에 적응했다. 처음에는 부상 복귀해서 몸도 그렇게 좋지 않았었다.

 

-일본어는 많이 배웠나?

윤: 배우다가 잠시 쉬고 있다. 예전에는 혼자서 열심히 했었는데 복귀하며 재활할 때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잠깐 공부를 내려놨더니(웃음) 실생활에는 문제가 없다. 이번 시즌은 천천히 하다가 내년에 조금 더 생각할 여유가 있으면 과외하거나 그럴 예정이다. (질문: 내년에는 월드컵이 있다) 아 그렇네. 하하.

 

-팀에도 잘 녹아 들고 있나? 윤석영은 부상을 다 떨쳤나?

윤: 햄스트링을 다치고 복귀할 때쯤 한 번 더 다쳐서 부상이 상당히 길었다. 2년 동안 1시즌을 뛰었다고 보면 된다. 이제는 좋다. 보경이형이 오기 전까지 팀도 성적이 괜찮았고, 몸도 8~90%까지 올라왔다.

김: 이적한 후에 등록이 안돼서 2경기를 관중석에서 봤는데 세레소오사카와 가시마앤틀러스에 모두 졌다. ‘아 내가 오니까 갑자기 지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그 이후로 이겼다. 컨디션은 괜찮다. 팀 스타일은 전북과 완전히 다르다. 감독이 전술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전북은 개개인이 좋아서 큰 틀만 잡아줬다. 여기는 빌드업부터 다 잡아주는 느낌이다. 많은 팀에 있었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말하는 감독은 처음이다. 예를 들어 빌드업 때 ‘센터백이 공을 잡으면 수비형(미드필더)이 어디에 가서 볼 받아, 어디까지 받아서 어디까지 움직여’라고 지시하는 식이다. 그래서 성적이 나는 것 같다.

윤: 전술적으로 디테일하다. 상대팀에 맞춰서 전술을 짠다. 상대가 3백으로 나오면 풀백에게 너무 많이 올라가지 말고 상대를 끌어내서 공격진에게 그 공간을 이용하라고 한다. 디테일까지 다 잡아준다.

 

-1위 가시마와 승점 차이 8점 나는 3위다. 우승 가능성도 있긴 하다

김: 약간 느낀 게, 전북에 있을 때 서울, 제주, 수원이 이런 느낌이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비겼는데 가시마는 이기고 우리가 이기면 가시마도 이긴다. 이제 우리 것만하면 된다는 느낌이 없다. 이제 남도 봐야 한다. 전에 가시마와 했을 때 비슷하게 하고 가시마에 졌다. 그 이후로 가시마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래로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다. 전북과 붙을 수도 있겠다

김: K리그 팀이 전북만 있는 것은 아니다(웃음). K리그가 J리그에 약하고, J리그는 K리그에 약하다. 모두 어웨이가 약해. 한-일 모두 원정에서는 자기 축구를 못한다. 세레소오사카에 있을 때 전북과 했는데 홈에서는 해볼만했는데 원정가니까 분위기도 압도적이고 매우 어려웠다. J리그 선수둘이 한국과 같은 (울퉁불퉁한) 잔디에서 뛰어본 적이 없는 부분도 크다.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울퉁불퉁해서 패스할 때 신경을 쓰는 것이다. K리그 선수들은 그러려니 한다.

윤: 일단 이겨야 한다. 일단 매 경기 잘하고 싶다. 팬도 정말 많아. 우리 관중석도 매번 만석이고, 어딜 가든 관중이 많다. 심지어 훈련장에도 팬들이 많이 온다.

 

-그런데 김보경은 벌써 퇴장이 있다. 경고도 4장이나 받았다

김: J리그 심판들이 경고를 잘 주더라. 확실히 J리그 심판들이 K리그보다는 파울을 잘 불고 경고도 쉽게 쉽게 준다. K리그처럼 (상대선수에게) 볼이 오면 강하게 부딪히고 그러면 바로 파울이다. 약하게 부딪혀야 하고, 공이 빠질 때 상대 선수가 넘어져도 경고까지는 아닌데, 여기는 상대적으로 쉽게 경고가 나온다.

윤: 보경이형 거치네. 나는 크게 문제 없이 적응했다. 유럽은 정말 파울을 안 부는 편이지만, 적응에 문제 없었다.

김: 나는 전북에서 거친 부분을 배워서 일본에서 하고 있다. J리그가 약한 게 그런 부분이다. 몸싸움도 좋아하지 않고 거친 부분도 드물다. 리그 차이라고 생각한다.

윤: FC도쿄와 경기할 때 한국 선수 3명이 전반에 모두 경고 받았다. 나는 경고를 잘 안받는다.

김: 석영이는 서서 수비를 하면 (경고) 안받는데 태클만 하면 받는다. 나는 이 선수를 못 나가게 하려고 하는 편인데, 석영이는 따라가니까 그렇다. 그런데 석영이는 태클하면 (경고) 받는다. 태클이 거칠어(웃음). 

 

-두 선수 모두 계약이 더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 오래 같이 뛸 수도 있겠다

윤: 보경이형은 저니맨이라 잘 모르겠다.

김: 사람이 한 팀에서 2년을 보내면 변화를 줄 시기가 온다(웃음). (질문: 카디프에서는 3년 있었다) 카디프에서도 3년을 채우지는 않았다.

윤: 형수님이 가시와에 오래 있으라고 당부하지 않았나. 보경이형 집 테라스에서 삼겹살 파티를 했는데, 형수님이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더라.

김: 아내는 전북에 있을 때는 전북이 좋다고 했다. 이동하면 만족감을 느낀다. 사실 그 전날 태교여행 겸 간 디즈니랜드에서 와이프가 지갑과 휴대폰을 잃어버렸었다. 화장실에 두고 온 걸 차가 출발한 뒤에 알았다. 돌아와서 보니 없어져 있었고 핸드폰은 꺼져있었다. 그런데 분실물 센터에 가니 있더라. 그래서 너무 좋다고 한 거다. 바로 그런 다음 날이라 아름다웠던 것이다. 추억은 길어야 5~6일이지 않나(웃음). 음식 맛있고 좋은 추억 만들었으니 좋다고 말했을 것이다.

#2. 대표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같이 있는데 대표팀에 모두 돼서 다행이다

윤: 난 보경이형만 되도 좋아했을 거다.

김: 석영이도 경기를 뛰고 있고 잘했으니 자연스럽게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해외 선수 위주로 뽑지 않았나. 같이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김보경은 ‘스포츠조선’과 한 인터뷰에서 슈틸리케 감독 시절 대표팀 이야기를 하며 ‘차별’을 언급했었다

김: 누가 봐도 컨디션 좋은 선수가 있는데, 그런 것 보다는 일단은 기존에 감독님이 믿었던 선수들을 썼었다. 선수와 감독이 보는 게 다르긴 하지만 (기용이) 공평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경쟁을 하면서 좋은 선수가 나와야 팀이 힘을 받는데, 그런 게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팀에서 긴장감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감독님이 모든 걸 책임지는 것이지만, 이런 것은 잘못됐다고 느끼고 있었다. 사실 슈틸리케 감독도 (비난하는) 언론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았나 싶다.

윤: (슈틸리케 시절에) 공격수들은 자주 안 바꿨다. 공격진에 변화가 일어나도 팀이 하는 축구는 축구가 흔들리지 않는데, 우리가 봤을 때 몸이 안 좋더라도 공격진에는 쓰던 선수를 쓰더라. 수비는 항상 바뀌었다. 반대로 됐으면 좋지 않았을까? 포백 라인 안정적으로 갖춰야 했는데 최종예선 내내 바뀌니까 수비 불안이 늘 따라다녔다. 뭔가 거꾸로 공격진은 변화가 적고 수비진은 변화가 많았다.

 

-대표팀 선발에 대한 느낌은 조금씩 다를 것 같다. 윤석영은 오랜만이고, 김보경은 지난 최종예선에 선발되고도 뛰지 못했다

윤: 이번 선발이 작년 캐나다전(2016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그냥 담담하다. 대표팀은 중요한 자리이고 부담도 있다. 여론도 좋지 않고 선수단도 힘든 상황이다. 대표팀에서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내가 해야 할 것을 해야 한다.

김: 최종예선은 내가 경기에 못나가는 것 보다 결과가 더 중요했다. 아쉽긴 아쉽다. 팀에 기여를 하고 싶었다. 대표팀에 관한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강했는데, 지금은 지금은 다르다. 묵묵히 준비하다 팀이 나를 필요로 해 기회가 오면 열심히 하는 곳이 대표팀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염)기훈이형 (이)동국이형 보고 느낀 부분도 있다. 기회가 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월드컵은 선수에게도 꿈이다. 이번 월드컵이 김보경은 세 번째, 윤석영은 두 번째 월드컵이 될 수 있다

김: 느낌이 다 다르다. 처음에는 ‘와 월드컵 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컸다. 두 번째는 정말 큰 무대고, 영광스러운 자리라는 것을 느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좋은 기억을 남기고 오고 싶다. 절실하게 준비를 잘하고 있다. 묵묵히 준비하겠다. 그 사이에 대표팀에 가서 잘한다고 좋아할 게 아니고, 못한다고 실망할 게 아니다. 준비가 중요하다.

윤: 일단 보경이형도 그렇겠지만, ‘2002 한일 월드컵’을 보며 축구를 시작했다. 월드컵이 꿈이 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열심히 준비 했는데 결과가 너무 안 좋아서 국민들도 실망하셨을 것이다. 월드컵은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자리다. 가고 싶다고 해서 가는 게 아니라 선택 받은 선수만 갈 수 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도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셨으면 좋겠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진=풋볼리스트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