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인턴기자=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성균관대학교 초록색 유니폼을 입고 대학무대를 누비던 이진현(20, FK오스트리아비엔나)은 이제 보라색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어엿한 프로축구선수가 됐다.

지난 8월 28일 ‘오스트리아분데스리가’에 데뷔한 이진현은 그 후 팀이 치른 8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유럽무대에 순조롭게 안착했다. 전통의 강호 AC밀란을 상대로 유럽대항전에도 출전했다. '풋볼리스트'는 A매치 휴식기와 추석 연휴가 겹친 7일 오전 이진현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 외국에서 어머니와 함께 맞은 추석

이진현은 2개월째 유럽에서 생활하고 있다. 외국에 이렇게 오래 나와있는 건 이진현에게도 처음이다. 당연히 명절을 해외에서 보내는 것도 처음이다. 이진현은 “새해를 외국에서 맞은 적은 있는데 명절을 외국에서 보내는 건 처음이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것도 역시 처음이다”고 말했다. 한국은 연휴가 길어 명절 느낌이 나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다. 이진현도 “친척들과 영상통화를 하긴 했지만 여기서는 추석이라는 게 안 느껴진다. 그냥 평소와 똑같다”고 외국에서 처음 맞는 명절을 설명했다.

다른 가족들은 떨어져 있지만 어머니와는 오랜만에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이진현이 오스트리아리그에 진출하면서 어머니도 유럽 생활을 시작했다. 이진현은 “어머니랑 이렇게 오래있는 것도 엄청 오랜만이다. 중학교 때 이후로는 숙소에서 지내다 보니 주말이나 휴가 때 잠깐 보는 게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이진현 옆에서 전화통화를 듣고 있던 어머니도 “외박 나오면 하루 이틀 같이 있지 이렇게 오래 같이 있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며 거들었다.

 

# 오스트리아 적응 이상무!

이진현은 8월 11일 한국을 떠나 오스트리아에 도착했다. 이진현은 처음 오스트리아에 도착한 순간을 “두려움 반 기대 반이었다. 프로 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두렵고 걱정되는 마음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남들이 못하는 경험을 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유럽 생활에 대한 두려움은 금새 사라졌다. 팀에 합류한 첫 날부터 한국 선수와 인연이 있는 하이코 베스터만과 토르스텐 핑크 감독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처음 훈련장에 갔는데 베스터만이 먼저 말을 걸었다. 함부르크에서 손흥민 선수랑 같이 있어봤다고, 생활하다가 힘들거나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하더라”고 이진현은 말했다. 손흥민, 박주호와 함께 했었던 핑크 감독도 이진현에게 “한국 선수들과 함께 해봐서 잘 안다. 같이 열심히 잘 해보자”라고 말했다.

황희찬(21,레드불잘츠부르크)도 이진현이 오스트리아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줬다. 황희찬과 이진현은 포항제철중-포항제철고 1년 선후배 사이다. 이진현은 “한국에 있을 때부터 (황)희찬이형과 자주 연락하면서 오스트리아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 오스트리아 이적이 확정된 뒤에는 희찬이형이 ‘정신차리고 살아남아야 된다,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고 조언해줬다”고 말한다. 9월 24일로 예정됐던 황희찬과 이진현의 맞대결은 황희찬의 부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진현은 12월 3일에 치를 잘츠부르크 원정에서 황희찬과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

# 이진현도 예상 못한 기분 좋은 출발

이진현은 유럽 무대에 순조롭게 안착했다. 지난 8월 28일 선수 등록이 되자마자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데뷔 골까지 넣었다. 이진현은 “데뷔전을 한 날이 제 생일 다음날이었다. 생일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고 너무 뿌듯했다. 경기가 끝나고 집에 들어와서도 기쁜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데뷔전 이후 이진현은 꾸준히 경기에 나서도 있다.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이적 후 팀이 치른 모든 경기를 뛰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출발은 이진현도 예상하지 못했다. “프로도전도 처음이고 유럽도 처음이라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오자마자 경기를 뛸 수 있는 상황이 되서 꾸준히 나가고 있다. 계속 살아남으려고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고 있다”

이진현은 팀 동료들과도 사이가 좋다. 오스트리아비엔나에는 젊은 선수가 많다. 이진현은 “또래들이라서 적응이 편했다. 가나 출신 수비수 압둘 카디리와 친하고 97년생 도니믹 프로콥과 페트릭 펜츠와도 가깝게 지낸다. 도미닉과는 나중에 한국 식당에 같이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팀 동료들과 독일어 수업을 받으며 말도 많이 늘었다. 이진현은 “기본적인 말은 다 배웠다. 훈련장에서 쓰는 말도 이제 다 할 줄 안다”고 말했다.

 

# 이제 목표는 국가대표

이제는 이진현도 프로축구 선수로 완전히 자리매김했지만 처음 팀 훈련에 들어갔을 때는 높은 훈련 강도에 놀라기도 했다. 선수들 사이에 강한 경쟁의식을 느꼈다. 이진현은 “다들 훈련을 굉장히 열심히 한다. 간단한 훈련을 해도 태클이 강하게 들어오고 미니게임을 해도 살벌하게 느껴질 정도다. 나도 살아남기 위해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현은 오스트리아 진출 전  대표팀에 뽑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을 치렀다.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팀이었지만 황인범, 박재우(이상 대전시티즌) 등 프로에서 뛰는 선수들도 있었다. 이진현은 “프로에 있는 형들이 있다 보니 U-20 월드컵 때와 느낌이 달랐다. 형들한테 성숙한 느낌이 있었고 프로 생활 얘기를 많이 해줬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프로선수가 된 이진현은 이제 국가대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나도 프로축구 선수가 됐다. 최우선으로 삼은 건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이다. 아직 많이 노력해야 한다. 이곳에서 열심히 해서 살아남으면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FK오스트리아비엔나,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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