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킬리앙 음밥페와 네이마르는 바이에른뮌헨을 굴복시키며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했다. 그 배경엔 카를로 안첼로티 바이에른 감독의 실책이 있었다.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바르크 데 프랭스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B조 2라운드를 치른 파리생제르맹(PSG)은 바이에른을 3-0으로 대파했다. 전반 2분 다니 아우베스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전반 31분 에딘손 카바니, 후반 18분 네이마르의 득점이 이어졌다. 네이마르가 1골 1도움을 기록했고, 음밥페는 사실상 두 개의 득점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방적인 점수와 달리 바이에른이 더 공을 오래 잡고 많은 슛을 날렸다. 바이에른은 점유율에서 62.4%를 기록해 37.6%인 PSG를 압도했다. 슈팅 횟수에서 16대 12, 유효 슈팅 횟수에서 7대 5를 기록했다. 코너킥 횟수는 무려 18대 1이었다. 대패를 당한 팀의 기록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공은 오래 잡고 있었지만 실제 경기 양상은 무기력했다. 전술적 실책이 작용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선발 라인업으로 논란을 빚었다. 바이에른을 대표하는 좌우 윙어 프랑크 리베리, 아르연 로번이 모두 빠졌고 주전 센터백 마츠 훔멜스도 벤치에 남았다. 이들의 자리엔 하메스 로드리게스, 토마스 뮐러, 니클라스 쥘레가 각각 배치됐다.
파격적인 라인업은 안첼로티 감독이 선호하는 4-3-2-1에 가깝게 선수를 배치하는데 따른 부산물이었다. 로드리게스와 뮐러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깝다. 이들을 모두 기용했고, 수비력을 갖춘 중앙 미드필더는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으로 늘렸다. 안첼로티 감독은 경기 후 “경기를 제어하고 점유율을 많이 가져가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미드필드에 더 많은 선수가 필요했다”고 의도를 해명했다.
문제는 득점 기회의 양이 아니라 질이었다. 실제로 바이에른은 오래 공을 갖고 공격을 진행했다. 그러나 안첼로티 감독이 인정한 대로 “충분히 상대를 위협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바이에른도 기습적인 코너킥을 받아 뮐러가 날린 슛, 선방에 막힌 하비 마르티네스의 중거리 슛 등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PSG는 더 적은 기회로도 세 골을 만들어냈다.
먼저 로드리게스와 뮐러의 활용이 아쉬웠다. 두 선수는 공을 오래 잡고 있을수록 오히려 위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공간 침투가 특기인 뮐러는 잘 알려진 것처럼 다른 윙어 등 동료 선수들이 상대 수비를 흔들었을 때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로드리게스 역시 공을 몰고 다니는 재주는 없다. 간결하게 공을 처리하며 강력한 왼발 킥으로 득점 기회를 만드는 플레이가 특기다.
뮐러와 로드리게스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오히려 동료 윙어가 함께 뛸 필요가 있었다. 프리 시즌 경기에서 리베리, 뮐러, 로드리게스의 조합이 잘 작동한 전례도 있었다. 윙어 없이 뮐러와 로드리게스만 조합하자 두 선수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었다. 공격형 미드필더 두 명이 동시에 침묵하는 4-3-2-1은 공격이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로드리게스는 전반에 단 한 차례 슛을 날리고 교체됐다. 공을 41회나 받았지만 좋은 상황을 만들어낸 패스는 겨우 한 개에 불과했다. 뮐러는 후반 23분까지 조금 더 오래 뛰었지만 무기력하긴 마찬가지였다.
후반전에 이뤄진 교체는 안첼로티 감독이 실책을 인정하는 과정이나 다름없었다. 로드리게스 대신 왼쪽 윙어 킹슬리 코망이 투입됐고, 이어 뮐러 대신 오른쪽 윙어 로번이 등장했다. 좌우 윙어가 모두 존재하는 포메이션으로 뒤늦게 돌아갔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PSG 공격에 대한 대책이 너무 느슨했던 것도 안첼로티 감독의 패착이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좌우 측면 수비가 부실하다는 4-3-2-1의 단점을 가리기 위한 최소한의 대안을 마련해 뒀다. 수비할 땐 로드리게스가 오른쪽 미드필더로 이동하고 뮐러가 공격수처럼 배치돼 4-4-2를 만들었다. 좌우를 더 폭넓게 수비할 수 있는 전형으로 변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네이마르와 음밥페를 제어하려면 포메이션 변화 이상의 대안이 필요했다. 결국 측면이 세 차례 무너졌다. 특히 선제실점을 당할 때는 오른쪽 측면이 뚫린 뒤 왼쪽 측면에서 골을 내줬다. PSG 라이트백 아우베스가 바이에른 문전까지 오버래핑했을 때, 포메이션상 아우베스를 막아야 하는 선수는 코랑탕 톨리소였다. 그러나 톨리소는 중앙에서 마크맨 없이 수비 숫자만 채우고 있었다.
컨디션이 떨어진 풀백 포지션에 너무 큰 짐을 지운 것도 문제였다. 4-3-2-1은 상대가 뒤로 물러나 스루 패스할 공간이 없어질 경우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로 공격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레프트백 다비드 알라바와 라이트백 조슈아 킴미히는 결정적 패스 부문에서 팀내 최고인 3회, 2회를 각각 기록했다. 킴미히는 볼 터치 횟수가 팀내 2위인 92회나 됐다. 킴미히는 그럭저럭 활약했지만 알라바의 경우 공수 양면에서 너무 큰 짐을 감당하지 못했다. 음밥페를 제어하지 못해 두 골의 빌미를 내줬다. 특히 세 번째 실점 상황에서 음밥페의 발바닥 드리블에 당하는 모습은 알라바의 ‘흑역사’로 남았다.
안첼로티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불거진 선수들의 문제적 인터뷰, 리베리와 로번의 기용 문제 등 논란 속에서 팀을 지휘하고 있다. 여기에 전술적으로도 실책이 겹쳤다. 안첼로티 감독에게 이른 위기가 찾아왔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로번이 경기 후 남긴 인터뷰다. 최근 선수들의 인터뷰 파동을 겪었던 바이에른이지만 이날 로번의 인터뷰는 깔끔했다. 로번은 포메이션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입을 닫은 뒤 “지금은 어떤 말도 불필요하다. 우린 함께 일어서야 한다. 어떤 문제도 일으킬 필요 없다“고 했다. 차마 안첼로티 감독의 전술을 지지하진 못했지만 대신 팀으로서 다시 일어서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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