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니콜라 칼리니치는 AC밀란의 주전으로 영입됐지만 그리 유명하지 않은 선수다. 은근한 실력파에 가까웠다.

AC밀란은 23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칼리니치 영입을 발표했다. 임대 형식으로 시작해 장차 완전 영입으로 전환되며, 밀란과 계약 기간은 2020/2021시즌까지다. 건강 검진까지 마친 칼리니치는 즉시 밀란 선수단에 합류했다.

밀란은 이번 여름 새로 영입한 선수만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릴 수 있을 정도로 폭넓은 영입을 했다. 슈퍼 스타 센터백 레오나르도 보누치, 측면 수비수로서 세계적인 기대를 받는 리카르도 로드리게스와 안드레아 콘티, 이탈리아세리에A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로 인정 받은 루카스 비글리아, 세계 최고 오른발 키커 중 한 명인 하칸 찰하노글루 등이 합류했다. 이들에 비하면 칼리니치는 그리 돋보이지 않는 선수다. 칼리니치의 이적료는 임대료와 장차 지불될 옵션 금액을 포함해 2,500만 유로(약 333억 원)로 알려져 있다. 밀란이 1군에 영입한 11명 중 칼리니치보다 비싼 선수가 4명이다.

칼리니치는 일찌감치 밀란행을 원하며 피오렌티나와 갈등을 겪기까지 했다. 그러나 밀란은 새 프로젝트에 어울릴 만한 유명 선수가 필요했다. 이탈리아 대표팀 주전 공격수 안드레아 벨로티(토리노), 독일분데스리가 득점왕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보루시아도르트문트), 스페인 대표 공격수 디에구 코스타(첼시)를 먼저 노렸다. 이들의 영입이 모두 무산된 뒤 칼리니치로 돌아왔다.

이런 사정을 보면 칼리니치는 어쩔 수 없이 영입한 ‘보험’처럼 보인다. 심지어 유망주로 간주하고 영입한 공격수 안드레 실바보다 이적료가 낮다. 밀란의 수준을 높여 줄 거라는 기대는 못 받는 상황이다.

 

화려하지 않은 ‘실속파’, 스타에 도전한다

칼리니치가 명성을 쌓지 못한 건 빅리그 진출이 너무 오래 걸린 탓이기도 했다. 2009/2010시즌 당시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블랙번으로 이적했으나 두 시즌 동안 컵대회 포함 13골로 그저그런 성적에 그쳤다. 이후 우크라이나 구단 드니프로에서 4시즌 동안 뛰었고, 이때도 리그의 지배자가 되진 못했다. 2015년 피오렌티나로 이적해 두 시즌 동안 리그 12골, 15골을 넣으며 성장세를 보인 뒤 밀란 이적에 도달했다.

슈퍼 스타는 아니지만, 칼리니치는 축구인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칼리니치는 올해 1월 중국슈퍼리그 톈진췐젠 이적이 유력했다. 이탈리아 대표 출신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원한 선수였다. 당시 췐젠은 코스타와 칼리니치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구단주는 유명한 코스타를 원했지만, 칸나바로 감독은 칼리니치를 더 선호했다. 준수한 실력, 중국에서도 흐트러지지 않을 성격, 전술적 활용도를 두루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칼리니치는 결국 췐젠 이적을 거절하고 피오렌티나에 반년 더 남았다.

칼리니치는 어떤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는 못 된다. 오바메양의 폭발적인 스피드처럼 눈에 띄는 장점이 없다. 그동안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지난 시즌 기록한 15골은 세리에A 12위에 해당한다. 패스 성공률 78.4%, 결정적 패스 경기당 1.1회, 파울 획득 경기당 2.1회 등은 세리에A의 모든 공격수 중 정상권이었지만 그리 돋보이는 기록은 아니었다.

대신 칼리니치는 다양한 능력을 고루 갖추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수비 배후로 빠르게 침투할 만한 스피드, 187cm 신장을 적절하게 활용한 제공권, 깔끔한 퍼스트 터치에 이어지는 한 발 빠른 슈팅, 무난하게 공격을 이끌 만한 패스 등이 장점이다.

골의 순도가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순간 뜨겁게 불타며 화제를 모으는 대신 매 경기 한두 골씩 넣으며 팀에 실속을 제공하는 편이다. 지난 시즌 15골 중 10골을 10경기에 나눠 넣었다. 멀티골을 넣은 경기는 둘뿐이었다. 칼리니치가 두 골을 넣은 사수올로전은 2-1로 승리했고, 해트트릭한 칼리아리전은 5-3으로 승리했다. 꼭 필요할 때만 멀티골을 넣고 그 외에는 한 골씩 득점하며 팀의 승점 획득에 꾸준히 공헌했다.

칼리니치의 조용한 카리스마는 밀란에서 더 수준 높은 동료들을 만나 폭발력까지 갖출 필요가 있다. 오른쪽 윙어 수소의 왼발 크로스, 왼쪽 윙어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은 찰하노글루의 오른발 패스를 높은 확률로 마무리해야 한다. 밀란은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가 1차 목표고, 나아가 정상권으로 발돋움하려는 팀이다. 칼리니치는 명가 재건 프로젝트의 주전 멤버가 됐다.

칼리니치가 부진할 경우 대체할 선수는 많다. 이미 원톱 자리를 두고 유망주 파트리크 쿠트로네와 실바가 경쟁해 왔다. 현재까지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와 세리에A를 통틀어 각각 2골씩 득점한 공격수들이다.

칼리니치는 29세다. 기량이 절정일 나이에 명문팀에 합류했다. 자신의 경력, 팀의 성적도 절정으로 끌어올릴 시기다. 슈퍼스타가 되기 위한 칼리니치의 도전이 시작됐다.

사진= AC밀란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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