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김정용 기자= 김영권이 중국에서 뛰는 수비수들의 기량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돌파 수단은 실력이다.

김영권은 2012년 여름에 광저우헝다로 이적한 뒤 5년째 한 팀에서 활약 중이다. 광저우의 주전 멤버로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두 번 우승했다. 같은 기간 대표팀에서도 주전이었다. 그때까지 중국에 갔다는 이유로 기량이 떨어졌다는 비판은 별로 없었다.

논란은 지난해 한국인 수비수들의 중국 진출 흐름이 절정에 달하고, 동시에 대표팀의 경기력이 저하되며 발생했다. 김영권은 최종 예선 초반 두 경기만 뛰고 이후 부상으로 결장했다. 한국은 김영권이 없는 동안 3승 3패로 흔들렸고, 8득점 8실점으로 공수 양면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이란, 중국, 카타르 원정에서 모두 한골 차 패배를 당하며 수비력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김영권은 부상에서 회복해 지난 7월부터 경기를 소화하기 시작했고, 3경기 풀타임 출장을 소화한 뒤 대표팀에 복귀했다. 약 1년 만이다. 김영권은 “대표팀에 맞춰 몸 상태를 올렸다. 컨디션과 경기 감각 모두 100%다”라고 말했다. 하루 전인 22일 ACL에서 상하이상강에 0-4 대패를 당하긴 했지만 “그땐 잠깐 영혼이 나간 기분이었는데 멘탈은 하루 만에 회복된다. 괜찮다”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김영권은 “신입의 마음으로 왔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을 떠나 있는 동안 “동료들을 응원하면서 경기를 봤는데 잘 풀리지 않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최근 거세진 ‘중국화’ 논란에 대해서는 에둘러 말하지 않고 입장을 밝혔다. 김영권은 “중국화 논란이 있는데 선수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중국화가 답이라는 걸 실력을 통해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표현만으로는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당시 맥락은 중국에서 뛰는 수비수들이 오히려 좋은 활약을 할 거라는 각오와 다짐에 가까웠다.

이번 대표팀 수비수들도 대부분 중국팀 소속이다. 김영권을 비롯해 김기희(상하이선화), 김주영(허베이화샤), 권경원(톈진췐젠)이 모두 중국 팀에 소속돼 있다. 장현수(FC도쿄)와 김민재(전북현대)만 다른 리그에서 뛴다. 올해 초 중국슈퍼리그 규정 변화로 한국 선수들의 출장기회가 없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 선발된 중국파 수비수들은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김영권은 이란전에서 풀어야 할 나쁜 기억이 있다. 지난 2013년 울산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서 0-1 패배의 빌미가 된 실책을 저질렀다. 경기 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고, 상처가 됐다.

김영권은 “지금이 아니고 그때 실수해서 다행이다”라며 웃어보인 뒤 “이번엔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이란 선수들의 실수를 유도하겠다. 이란에 질 만큼 졌다. 이겨야 한다”며 승리를 다짐했다.

김영권은 수비수들 중 가장 베테랑이다. 함께 뽑힌 수비수 중 나이가 비슷한 김기희, 김주영보다 대표 경험이 많다. 장현수, 권경원, 김민재는 후배다. 김영권은 리더라는 말을 굳이 부인하지 않으며 “수비끼리 콤비가 맞아야 한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김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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